▲ 위성락 러시아대사가 28일 외교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하면서 냉전 이후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고 있지만 아직 한-러 관계에 직접적인 큰 영향은 없다고 위성락 러시아 대사가 28일 말했다.

재외공관장 회의 참석차 귀국한 위성락 대사는 이날 오후 외교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상치 않은 국제정치의 상황 전개가 있었다”며 “러시아 내의 대체적인 여론은 민족주의적인 분위기에 영향을 받는 것이 있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반대시위도 있었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압도적 다수가 지지하고 있다”며 “국내적 열기가 있으니까 서방 쪽이 이야기하고 있는 제재나 이런 것에 대해서도, 그것 때문에 (러시아)국내 여론이 바뀌는 분위기 아닌 것 같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친러시아계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유럽연합)와 협력협정 체결을 잠정중단하자 친서방계 야권 시위대가 들고 일어나 결국 대통령을 퇴진시켰고, 이 와중에 러시아계 강세지역인 크림자치공화국이 국민투표를 거쳐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를 비준해 합병시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위 대사는 러시아는 동부유럽 지역에서 과거 미-소 간 합의된 일정한 ‘양해’가 손상됐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최근 수십년간 미국에 의해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등이 잠식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크림반도에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러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큰 나라들과의 관계가 경색이 된다면 우리가 일하는 데도 반드시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이 없었을 때 상황을 보고 판단할 때와 다르다. 한번 더 생각해봐야 되고, 한번 더 들여다봐야 된다. 그런 분위기라고 할 수 있다”고 고충이 있음을 시사했다.

위 대사는 “종래 해오던 기존 동반자 관계를 심화발전시키는 노력을 새로운 환경 아래서 어떻게 관리해 갈 것인가. 그러면서도 또 어떻게 한.러 관계 발전을 기할 것인가 숙제가 던져져 있다”고 고민을 전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 19일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크림 주민투표와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명백히 미국의 입장에 선 바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일정한 영향권 하에, 일정한 자장 하에 들어가되 강도는 사안별로 다르다. 아직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다른 기류는 없다”며 “이 문제도 미-러 간의 경색된 국면에 압도적으로 영향 받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6자회담에서의 러시아의 입지에 대해 “러시아는 한국과 중국의 중간 정도다. 대화를 재개하는 데서는 중국에 조금 더 가깝고, 그리로 가는 과정 상에 짚어야 할 것을 이야기하는 쪽에서는 우리와 약간 가까운 점도 있는 입장에 있다”며 “이 좌표가 약간씩 미세 조정이 될 가능성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해 귀추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미국의 편에 분명히 섬으로서 6자회담에서 북.중.러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라진-하산’ 철도 건설 참여 문제에 대해 그는 “지금은 실사단이 다녀온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단계별로 가면서 해당기업들이 판단하는 경제성과 정부 차원의 대응 필요가 생기면 정부의 대응이 계속 맞물려 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북.러 관계에 대해서는 “장성택 사건 이후 사실 생각보다 새로운 특이 동향은 없다”며 “그 이후 북.러 간 여러 사업, 특히 라진-하산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오히려 “러시아와의 관계를 다시 해나가려는 시그널(신호)의 하나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소치 올림픽에 간 것”이라며 “소치 올림픽 이후 러.북 경제공동위원회가 움직였다”고 최근 북-러 관계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아울러 러시아 극동지역에 상당히 많은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들은 일을 잘하고 규율성이 높아 호평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위 대사는 러시아 측의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처음에는 잘 알 수 없는 미지의, 불확실성 많은 상황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쯤은 러시아도 ‘상황이 안정됐다. 김정은이 통치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과 이야기해야 된다’고 인식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북.러 정상회담 움직임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위성락 대사는 6자회담 ‘동북아평화 워킹그룹’ 의장국인 러시아가 중시하는 정치.군사.안보 이슈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에너지 협력 등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의 연성 이슈가 상호보완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러시아가 남북통일에 긍정적 입장을 가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통일된 한반도의) 경제적인 동력이나 시너지가 (러시아) 극동지역 발전을 추동하기를 바래 통일에 대해 호의적”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123명의 공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014년 재외공관장회의를 개최해 올해 국정추진 방향인 ‘한반도 통일시대 기반구축’ 과 ‘경제 도약’에 발맞추어 ‘평화통일 외교’와 ‘창조경제 외교’의 실천방안과 성과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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