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제공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이 예치된 미국계 은행 ‘커뮤니티 뱅크’(CB)가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을 추징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군 측이 막대한 미집행액을 예치해 엄청난 이자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환수조치를 요구했지만 우리 정부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 계좌에 예치했다는 미국 측 답변만 듣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23일 오전 기자들에게 먼저, 미군 측이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을 미군 영내 미국 은행인 커뮤니티 뱅크에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는,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계좌에서 운영했다며, “국방부에 수년 확인해 주었고, (이번) 협상과정에서도 재차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커뮤니티 뱅크가 이자수익이 발생했고 동 수익의 일부라도 미국 국방부에 이전된 것은 없다고 금번 협상 과정에서 공식 확인했다”며 “CB가 취한 수익에 대해서 우리 정부가 과세를 안 하고 있었던 게 사실인데 향후 과세 문제 있겠다고 했다”고 처음으로 시인했다.

미군 측이 직접 이자수익을 챙기지는 않았지만 무이자로 막대한 금액을 예치받은 CB가 상당한 이자수익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CB는 미국 국방부에도 이자수익의 일부도 이전하지 않아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번 셈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CB의 이자발생 사실에 대해서 미 정부로부터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정부와 CB 간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할 문제이고, 미국 정부는 관여 않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미 측이 처음으로 CB의 이자발생 사실을 인정하고, 한국 측의 CB에 대한 세금 추징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 당국자는 “국방부와 과세당국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과세하는 문제는 소급해서 할 수 있느냐를 포함해서 여러 검토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미국 은행에 대해서 과세 할 수 있느냐, 한다면 소급해서 얼마나 할 수 있느냐, 이건 우리 법령에 따라서 검토해서 조치를 취해야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방위비 분담금 떄문에 사기업이 이익을 얻는 것인데, 그 이자 수익 잡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정부 대 정부 협상은 그 정도 선”이라며 “앞으로 과세 문제는 후속 협의와 조치가, 연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만 답했다.

‘이 자체는 시민단체에서 오래 제기된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때 상세하게 설명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가 되기도 한다”며 “가리고자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하고 “지난 수년간 의문이 남아 있던 것에 대해서 확인 설명을 들었고,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 해야 할 일은 다 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날 외교부 당국자가 이같은 배경설명에 나선 것은 지난 19일 <한겨레>가 평통사가 법원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통해, “주한미군이 한국 정부한테서 받아간 방위비 분담금 잔액에서 2006~2007년 2년간 566억원의 이자소득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잔액이나 이자소득이 확인된 5년치만 해도 미군이 거둔 이자소득액은 162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도 “일부 신문에서 난 것도 있고 야당 심재권 의원이 보도자료 낸 것도 있고 해서 이자문제 관련해서 협상 후반부에 집요하게 질문을 했다”고 시인했다.

평통사는 8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대한 국가소송 과정에서 법원을 통해 확보한 주한미군 ‘커뮤니티 뱅크’와 미국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서울지점의 양도성 예금증서(NCD) 거래 내역에서 미군이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204억원, 362억원의 이자소득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고, 여기에 한-미 조세조약의 세율 12%를 적용하면 미군은 이자 소득세 24억원(2006년), 43억원(2007년)을 부담해야 했으나 내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부과는 마지막 문제이고, 근본문제의 출발점은 한미 간 협정을 위배해서 방위비 분담금을 빼돌려 축적한 것”이라며 “탈세에 대한 세금부과는 오히려 이자소득을 정당화해 줄 수 있을 뿐 방위비 분담금 축적과 전용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하고 “이자소득 전액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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