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과 23일 외교부청사에서 방위비 분담금 관련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외교부 당국자가 23일 우리 정부가 미국에 제공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중 은행에 예치된 미집행금에서 이자수익이 발생했음을 처음으로 시인하고, 이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당국자가 밝힌 “‘커뮤니티 뱅크’가 이자수익이 발생했고 동 수익의 일부라도 미국 국방부에 이전된 것은 없다고 금번 협상 과정에서 공식 확인했다”고 밝힌 데 대해 즉각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2007년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상임대표 강정구 등, 이하 평통사) 유영재 미군문제팀장과 23일 오후 외교부 청사 내 커피숍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 통일뉴스 : 오늘 외교부 당국자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에서 발생한 이자수익에 대해 세금 추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유영재 팀장 : 2007년부터 이 문제를 다뤄왔으니까 햇수로 8년째다. 그때마다 이자소득이 없다고 부인해 왔는데 8년 만에 이자소득 발생 사실을 미국 정부가 인정한 것은 중요한 사태 진전이라고 본다.

그런데 미국 정부가 자신들은 이자소득을 얻지 않았다고 이야기한 부분은 또다시 꼬리 자르기 한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본다.

□ 그동안 부인해 오던 정부가 왜 갑자기 공개했다고 보나?

■ 7년 이상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서 일정하게 여론화 됐고, 국회에서도 여러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해 더이상 덮고 가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다만, 공개하면서 세금 내는 문제로 매듭지으려고 하는 것 같다.

□ 먼저,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에서 이자소득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해 달라.

■ 한국과 미국은 2002년 발효된 LPP(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 협정에 따라서 미2사단 기지이전 비용은 미국이 분담하기로 했다. 그런데 미국은 이 협정을 어기고 방위비 분담금을 빼돌려 축적해 왔고, 이 돈으로 위법적인 돈놀이를 해 왔다. 그래서 미국이 이자소득을 얻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미2사단 기지이전 비용을 한국이 내도록 한 것은 LPP 협정 위반이고, 한해 예산은 그해에 모두 사용하도록 규정한 ‘회계년도 독립의 원칙’을 무시하고 십수 년 동안 빼돌린 자금을 축적한 것은 우리 국가재정법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방위비 분담금의 전용 방지와 이자소득 국고 환수를 계속 주장해 왔다.

□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은 미국계 은행인 ‘커뮤니티 뱅크’(이하 CB)의 무이자 계좌에 예치했다고 주장했고, 우리 정부는 CB의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 징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 달라.

■ 이제까지 정부는 미국 설명대로 CB 무이자 계좌에 분담금이 입금돼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CB 자체가 이자소득을 올리는 것이 아니고 계열사 격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이하 BoA) 서울지점에 맡겨서 BoA가 부동산 펀드 등에 투자해 이자소득을 올려서 이 이자소독을 CB에 송금하고 CB는 다시 미국 국방부에 송금하는 것이다.

▲ '뱅크 오브 아메리카' 서울지점이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금융거래 정보의 제공'. 4쪽(사진 오른쪽)에 “당 지점은 커뮤니티 뱅크를 통하여 미국 정부가 가득한 이자소득에 대하여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음”이라고 명기돼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정부는 이자소득과 무관하다고 발표했는데, CB가 미국 국방부에 송금했다면 이는 서로 상충하는 것 아닌가? 증거가 있나?

■ 그 물적 근거가 있다. 2009년 국가를 상대로 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청구 소송 과정에서 BoA 서울지점이 법원에 자료를 제출했는데, “당 지점은 커뮤니티 뱅크를 통하여 미국 정부가 가득한 이자소득에 대하여 이자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음”이라고 돼 있다. ‘미국 정부가 가득한 이자소득’이라고 명백히 확인해 준 것이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돈을 맡긴 주체, 미국 정부가 이자소득을 갖는 것이고 CB는 수수료를 취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2009년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결과는?

■ 요지는 방위비분담 협정이 소파(SOFA)에 위배되고 운용이 불법적으로 진행됐으며, 8차협정을 우리 국익 손실 방향으로 잘못함으로써 국민들이 손해 입었다고 보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것이다. 국민들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과 위자료를 청구했다.

2009년 초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 최종 패소했다. 패소 사유는 한국은 ‘집단소송제’가 채택 안 됐기 때문에 국가가 잘못해 국민에게 손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국민 개개인에게 책임지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내용 패소보다는 법절차 미비로 패소한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를 확보하게 됐다. BoA 서울지점 자료와 국세청 자료 등을 확보하게 돼 계속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 만약 우리 정부나 미국 정부가 또 다시 감추거나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된다. 몰랐다기보다는 2007년부터 언론과 평통사 비롯 시민사회단체, 국회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또 국세청에서 조사하면서 사실을 파악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은폐한 것이라 본다. 은폐의 책임자에 대해서 당연히 확인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정부가 발표한 CB의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 징수 조치로는 미흡하다고 판단하나?

■ 미흡한 조치 차원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CB는 공적업무 대행기관일 뿐 이자소득을 얻을 주체가 아니다. CB가 이자소득을 얻었다는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다. 더구나 우리 정부가 이자수익을 얻었을 리는 없고, 그렇다면 미국 정부밖에 없는 것 아니냐.

□ 그렇다면 대응책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 당연히 그래야 한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이자소득이 발생한 근본 원인부터 해결해야 한다. 방위비 분담금을 미2사단 기지이전금으로 빼돌려 불법 축적하는 것 자체를 근절해야 하고 아직 남아 있는 미집행금 7,100억 원을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

또한 확인된 이자수익 2006년 204억 원, 2007년 362억 원을 비롯해 2002년부터 2013년까지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자소득 또한 국고 환수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민혈세가 원천이 된 불법적 소득이기 때문이다.

□ LPP협정이 맺어진 2002년부터 방위비 분담금 축적액이 급속히 늘어난 것으로 아는데, 추세는 어떠한가?

■ 2008년 10월 현재 1조 1,193억 원, 2012년 9월 현재 7,611억 원, 2013년 3월 현재 7,380억 원, 2013년8월 현재 7,100억 원이었다.

2002년부터 축적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축적해 왔고, 실제로 이 돈이 집행된 것은 미2사단 기지 건설사업이 시작된 2011년부터다. 따라서 축적액 최고점은 약 2010년 말경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 1조 3천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현재는 7,100억 원이 남아 있지만, 누적액은 최고점인 1조 3천억 원 이상일 것이다. 지금까지 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미집행잔금과 이자소득은 국고 환수해야 한다.

미국이 못 주겠다고 하면 분담금 지급을 한 해 건너뛰든가 대폭 삭감하든가 연차적으로 감액해 나가는 방식으로 9차협정에 반영하면 되는데, 국회의 부대의견도 다 무시하고 말았다. 이번 9차협정 자체가 ‘미국 퍼주기 굴욕 협상’이므로 협상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 <통일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유영재 팀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정부의 이번 방위비 분담금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 추징 방침 발표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 정부가 이 문제를 세금 납부문제로 몰아가고 있는데 또 하나의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세금 납부하면 그 이전의 불법부당한 불법축적과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게 된다. 또 하나의 꼼수다.

본질을 호도해선 안 되고 근본문제로 돌아가야 한다. 불법축적을 근절해야 하는 것이고 축적된 이자를 국고환수해야 법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단지 세금 내는 걸로 호도하려 해서는 안 된다.

□ 최근 감사원에 공익감사도 청구했는데.

■ 지난해 10월 29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방위비 분담금의 불법부당한 집행에 대한 공식 감사를 청구했는데, 방위비 분담금의 불법전용과 축적, 이자소득 등에 대한 것이다.

현재 감사원에서 내부 조사를 마치고 국방부와 외교부,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방문조사를 이번 주에 하고 있다. 그 결과를 보고서로 작성해 본감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한다. 본감사에 착수해서 지금 문제되고 있는 이자소득 문제를 포함해 방위비 분담금 전반에 관해서 국익의 관점에서 감사가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앞으로의 과제는?

■ 미국이 이자소득을 얻지 않았다고 했는데, 7년을 싸워 이자소득 자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는 ‘미국 정부’가 이자소득을 얻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한 과정이다.

감사원 감사나 국회로 넘어가면 청문회를 포함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밝혀지기를 바란다.

9차협정도 ‘미국 퍼주기 굴욕 협상’이었고 그로 인해 우리 국민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됐다. 미국이나 한국이 관할하고 있는 자금만 하더라도 미집행액이 1조 3천억 원이 넘고 이자소득까지 합치면 1조 6천억 원이 넘는데도 올해 다시 9,200억 원을 주기로 한 것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협상을 다시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국회는 비준동의를 거부해서 한미 협상을 다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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