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종북세력은 국군의 적’이라고 규정한 내용이 담긴 종북세력 실체인식 교육자료(표준교안)를 제작, 군에 하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국방위 소속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10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사상전의 승리자가 되자!’는 제목의 ‘종북실체 인식 장병교육용’ 문건을 공개하고 이에 대해 비판했다.

▲ '사상전의 승리자가 되자!' 표지.
[캡쳐사진 - 통일뉴스]
공개된 18쪽 분량의 표준교안은 △종북세력의 실체를 알아야 하는 이유 △종북세력, 그들은 누구인가 △북한과 종북세력의 연관성 △내부의 적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라는 목차로 돼 있다.

교안은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면서 북한의 노선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바로 ‘종북세력’이다”고 규정한 뒤 “종북세력들은 북한정권이 추구하는 대남전략노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어 대한민국의 존립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고 명기했다.

특히 “종북세력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전략 노선을 맹종하는 이적세력으로서 분명한 우리 국군의 적”이라면서 △종북세력의 활동 목표가 북한의 대남전략 목표인 ‘한반도 적화’를 추구하기 때문, △주한 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이를 통한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북한의 노선을 그대로 추종하고 있기 때문, △북한에 밀입북하여 직접 지령을 받거나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에게 포섭되어 우리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이적행위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종북세력은 북측이 지령을 하달한 대로 △3대 권력세습 독재, △인권유린 실태, △끊임없는 탈북행렬, △만성적인 식량난 등에 대해 “철저하게 침묵하거나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안은 간첩사건은 물론 범민련 남측본부 등 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들의 활동이나 중국 공산화와 남베트남 패망 사례 등을 자세히 거론해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을 공산화시킨 세력은 13명부터 시작되었고, 남베트남은 인구의 0.5%인 5만여명의 이적세력에 의해 패망하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적시해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5월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로 격상시킨 중국과의 관계에서 외교적 문제 소지를 남겼다.

또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 우리 군을 와해시키는 공작을 치밀하게 전개해왔다”는 것처럼 진보진영 일각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주장도 북한의 노선을 추종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등 무리한 주장들도 적지 않다.

특히 종북세력이 “북한의 노선과 주장을 여과 없이 선전하면서 이를 추종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면서 예시한 내용 중에는 “대한민국 사회 및 정부 왜곡.중상.모략”도 포함돼 있어 대한민국 체제에 비판적인 세력을 싸잡아서 종북세력, 즉 적으로 간주할 위험성도 내포돼 있다.

진성준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는 사상과 이념의 자유를 보장하고 생각의 다양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 어떤 체제보다도 우월한 제도”라며 “사상과 이념의 차이를 가지고 국민 일부를 적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진성준 의원은 “우리나라에도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진보세력이 존재함에도 단순히 북한과 같은 주장을 한다고 해서 종북세력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하였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9월 12일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반유신,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종북 행위라고 규정한 종북실체 인식교재인 ‘나의 조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육군교육사령부)’의 내용과 제작 및 활용 과정에서의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한 바 있으며, 국방부는 종북교육 자료를 전량 폐기하고 종북교육을 위한 표준교안 ‘사상전의 승리자가 되자!’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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