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맹운동(NAM) 정상회의가 26∼31일에 걸쳐 이란 테헤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1961년 설립된 비동맹운동은 지금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에 달하는 120개 회원국과 21개의 옵서버 국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로 개발도상국과 정치적 동맹 없는 국가들의 회의체이기에 개도국의 권익과 단합을 추구하며 또 반미(反美) 지향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북한도 물론 참가합니다. 북한은 1975년에 가입했습니다. 지금 비동맹회의 참석차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테헤란에 가 있습니다. 그런데 결국 오보로 판명 났지만, 애초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이번 비동맹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난 22일 이란의 인터넷매체 <타브나크>가 “김정은 1위원장이 26~31일 이란의 테헤란에서 열리는 비동맹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하면서 “김 1위원장의 방문이 북한과 이란의 양국 관계를 강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덧붙여, 사실처럼 비쳐졌습니다. 국제사회가 놀랐습니다.

비동맹회의 대변인이 “북한의 최고지도자(leader of Notrh Korea)가 참석한다”고 말했고, 현지 기자가 이를 김정은 1위원장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이 같은 오보는 북한의 국가수반(head of state)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습니다.

알다시피, 북한에는 ‘실질적’ 국가수반과 ‘명목상’ 국가수반이 있습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공화국의 최고 수위’로 추대되었기에 실질적 국가수반이지만,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헌법상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기에 명목상 국가수반이 되기도 합니다. 다소 헷갈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두 사람의 ‘국가수반’이 더 추가된다면 꽤 복잡해집니다. ‘실질적’, ‘명목상’에 더해 ‘영원한’ 국가수반 말입니다. 이미 김일성은 ‘영원한 국가주석’으로 추대된 바 있고, 김정일은 지난해 말 사후 ‘영원한 총비서’이자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됐습니다. 두 고인은 ‘영원한’ 국가수반이 된 셈입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북한의 이 같은 독특한 국가수반 내용을 모르니 대외용인 ‘leader of Notrh Korea’를 명목상 국가수반이 아닌 실질적 국가수반으로 오해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그간 역대 비동맹회의에는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참석해왔으나, 최근 김정은 1위원장이 미국풍 섞인 모란봉악단 공연도 관람하고 또 부인 리설주 공개에 이어 팔짱까지 끼고 나타나니 그 변화의 바람이 비동맹회의 참석에까지 부는 게 아니냐는 오보에 한몫 거들었을 만도 합니다.

아무튼 이번 비동맹회의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참석했습니다.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기문-김영남 회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남북관계 대화라도 많이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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