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창 / 범민련 남측본부 조직위원


7월 5일 연행된 범민련 남측본부 원진욱 사무처장은 7일 구속영장이 발부되었고, 이날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확정되었습니다. 13일쯤에는 검찰로 송치(서울 구치소로 이송)될 예정입니다.

원진욱 처장은 지난 6월 26일 부평성모병원에서 <갑상선 유두성 여포암 의심상태, 외과적 수술 필요>라는 진단을 받은 바 있고, 연세 세브란스 병원에 7월 16일 정밀조직검사를 하기로 예약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12년 7월 검경이 공동연출한 인권유린의 현장을 소개합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장면 1>

연행 다음날인 7월 6일 원진욱 처장은 서울경찰청 보안3과(홍제동)에서 조사에 앞서 갑상선 암 의심진단과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신병에 대한 설명을 했습니다.

보안3과는 부평성모병원으로 수사관을 보내 7월 6일 당일 날 원진욱 처장에 대한 진단서를 발부받았습니다. 참 동작도 날쌘 사람들입니다.

조사를 받다가 원진욱 처장은 책상위에 있는 본인의 진단서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수사관들이 나에 대한 신병을 인지하고 있다”라고 원진욱 처장은 당연히 생각했을 것입니다. 당사자인 원진욱 처장은 진단서를 보여 달라고 수사관들에게 요청하였으나 무시당했습니다. 보수대다운 처신이었던 거죠.

<장면 2>

또 하나의 장면입니다. 7월 7일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법정에서 원진욱 처장과 범민련 공동변호인단은 불구속상태에서 갑상선 암 정밀진단과 수술 및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 김성훈 검사는 “갑상선 암이라고 주장하는 바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다”라고 판사 앞에서 당당히 주장하였습니다. 경찰은 검사의 지휘계통 속에서 수사하는 게 상식인거죠.

이미 하루 전인 7월 6일 원진욱의 신병상태를 진단서를 통해 인지한 홍제동 수사관이 검사 나으리에게 보고를 안했을까요? 아니면 보고를 받은 검사가 판사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거짓 주장을 한 걸까요 아니면 검사가 아예 보고를 받지 않은 걸까요. 독자께서는 어디에 한 표를 던지시겠습니까. 야, 짜고 치는 노름판이 이렇게 허술하면 이건 뭐 아마추어 아닙니까.

<장면 3>

설상가상으로 검사는 더 용기를 내어 급기야 거짓말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김성훈 검사 말씀하시기를, “강남세브란스 병원의 어느 의사가 원진욱을 진료했고 검사한 결과 보통사람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작은 혹 하나에 불과하여 약간의 휴식과 요양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갑자기 미쳐버릴 정도로 궁금해졌습니다. 검사의 거짓 주장(僞證?)은 누가 어떻게 처벌하나요.

원진욱 처장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이라는 곳을 가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유체이탈이라면 또 모를까. 대한민국 검사가 낮술을 먹은 것도 아니고 원 처장이 가보지도 않은 병원을 갔다고 버젓이 거짓말을 하면 도대체 어쩌자는 걸까요.

이 정도면 김성훈 검사는 홍제동 수사관이 가져 온 진단서를 인지했을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검사는 판사 앞에서 아닌 보살을 한 겁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판사님이 마음약한 판결을 내릴까봐 그랬던 거죠.

<장면 4>

7월 9일 오전 11시경, 보안3과 수사관들이 원진욱 처장을 진료하겠다면서 의사 1명, 간호사 1명을 대동하여 은평경찰서로 찾아 왔습니다.

의사는 빈손이었고, 간호사 손에는 일반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의약품통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앞뒤 설명 없이 간호사는 혈압과 체온을 재고, 의사는 청진기를 등과 가슴에 대보고, 목 부위를 두어 번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그리고 양팔을 들어 보라고 하고 앉았다 일어서 보라 하고는 그것으로 모든 검사는 끝났습니다. 21세기 허준이 부활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원진욱 처장은 어느 병원의 누구시냐고 당연히 물어보지 않았겠습니까. 의사양반은 말할 수 없다고 하더랍니다. 무슨 검사를 하러 오셨냐 하고 다시 물으니 “원진욱 씨가 갑상선 쪽이 안 좋다고 해서 그것 때문에 검사하러 왔다”고 그 무슨 큰 비밀이나 털어놓는 것처럼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이에 원진욱 처장은 “혈압, 체온 체크하고 숨소리 들어보면 갑상선에 암이 있는지 정상인지 알 수 있느냐”하고 반문하니, 의사선생님은 “알 수 있다”라고 명쾌하게 대답을 했다는군요. 원 처장은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서 “무슨 이유 때문에 와서 이런 짓을 하느냐”고 따져 물으니, 아무 대꾸도 없이 검사 차트에 ‘정상’이라고 쓰고는 옆에 있는 홍제동 수사관에게 “갑상선 쪽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이야기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황망히 그 자리를 떠나갔다고 합니다.

이것이 원진욱 처장에 대한 공안당국의 몇 가지 인권유린 현장의 전모입니다.

구속실적쌓기에 혈안이 된 개념상실 보안수사대와 검찰이 공동연출한 한편의 드라마는 색깔론 시비가 이 사회를 어떻게 인권유린의 사각지대로 만들어 갈지를 집작케 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해야 한다면 과연 실체적 진실을 가려 볼 수 있겠습니까. 대개의 경우 검사의 주장에 더 신빙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원진욱은 감옥이 아니라 조속히 병원으로 보내져야 합니다. 정밀진단과 수술 치료를 우선 받게 해야 합니다. 비록 범민련이 국가보안법의 이적단체로 낙인찍혀 있다고는 하지만 인권과 생명마저 위협당하는 현실은 그 어느 누구라도 참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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