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못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에 거부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민주통합당 원혜영 대표가 “정부 차원의 조문단 파견은 하지 않기로 결정이 돼 있지만, 국회 차원의 조문단 구성이 논의될 수 있지 않겠냐”고 제의하자, 박 위원장은 “조문·조의 문제가 정부의 방침과 다르게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는 말로 선을 그었습니다. 나아가 박 위원장은 “특히 조문과 조의 문제로 남남갈등이나 국론분열이 생겨서는 안 된다”면서 “이에 대한 야당의 협조를 바란다”고 역공을 취했습니다. 한 나라의 유력한 정치인이자 대권을 넘보는 후보로서, 국상(國喪)을 당한 북측에 못할 짓을 한 것입니다.

더구나 박 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2002년 5월 당시 ‘한국미래연합 창당준비위원장’으로서 정치적 어려움에 처해 있던 박 위원장은 북측의 초청을 받습니다. 북측이 ‘독재자’이자 ‘매국노’라 부른 ‘박정희’의 딸을 초청한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김일성-박정희’ 견원지간을 그 후손인 ‘김정일-박근혜’가 풀자는 것입니다. 그때 북측은 박 위원장에게 ‘여사’라 호칭하며 특별 예우를 해줬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공개된 것만으로도 3시간에 걸쳐 면담과 만찬을 했습니다. 그때 김 위원장으로부터 이산가족 정례면회소 설치 등 많은 선물을 받았고, 박 위원장도 “6.15공동선언도 7.4공동성명에서 뜻이 뿌려진 것”이라는 요지의 말을 해 나름대로 민족화해 입장을 마음껏 펼쳤습니다.

북측은 ‘한 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간다’는 철칙을 갖고 있습니다. 동양적 도리와 인간적 의리를 지키고자 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2005년 6.15대회 때에도 평양에 특사로 온 정동영 통일부장관과 면담 후 “과거에 만났던 지인들을 만나고 싶다”고 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연고자’인 임동원·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과 고(故) 문익환 목사의 부인 박용길 장로를 접견한 적이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세상을 떴습니다. 이제 누가 도리와 의리를 지켜야 할까요? 지금 남측에 김 위원장과 ‘연고’가 있는 사람은 박근혜·이희호·권양숙·현정은 ‘여사’ 등등입니다. 모두가 조문 의사를 밝히고 있는데 유독 박 위원장만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박 위원장은 혼자라도 “조문을 가겠다”고 외쳐야 할 형편입니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개인적 ‘혜택’을 입었으며, 정치적으로도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그리고 민족적으로도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국회조문단 파견은 덤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조문’이라는 하나의 행위가 개인적·정치적·민족적 차원이라는 서너 가지 이익과 합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 박 위원장은 그 기회와 이익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북측이 개인적 차원의 조문은커녕 국회 차원의 조문단 파견조차 반대하는 박 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속 좁은 박근혜’입니다. 벌써 박근혜 식 대북 대결주의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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