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24조치 이후 남북관계가 사실상 전면 차단된 가운데, 최근 금강산관광 재개의 가능성이 엿보이는 의미있는 신호가 남북 양측으로부터 나와 주목된다.

먼저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지난 22일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전제조건을 달기는 했지만 금강산관광 재개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해 주목을 받았다.

류우익 장관은 “그것을 재개하기 위한 기업간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북이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사고 재발 않도록 하는 조치를 확실히 취하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고 나아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포괄적으로는 5.24 조치에 연결돼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실제로 수행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유연한 접근을 시사했다.

또한 최근 미국에서 북측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 부위원장을 만나고 온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리종혁 부위원장이 “이미 2009년 8월 최고지도자(김정일 국방위원장)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통해 관광객 피살사건에 유감을 표명하며 신변안전보장 약속도 했고, 나도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남측이 관광을 재개할 의사가 없더라”면서, ‘문서로도 보장해줄 수 있냐’는 질문에 “최고지도자가 약속했는데 왜 못 해주냐. 대남사업을 총괄하는 사람으로서 문서로도 해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 같은 남북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우리 정부는 우리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북측은 이를 ‘문서’로 보장해줄 의사가 있다는 것이 분명하므로 남북간 금강산관광 재개 논의가 가능한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대아산의 재산권과 사업권 문제나 구체적 신변안전 보장 조치 등 실무적인 난관들도 적지 않을 것이지만 금강산관광 재개의 필요성은 남북 모두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며, 남북 당국이 의지를 갖고 머리를 맞댄다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류우익 장관도 “북한에서 우리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의사가 있다면 실천적으로 조작적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실무적인 문제”라며 “국제적 관행도 있어 크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까지 말했다.

그러나 막상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회담을 북측에 제안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통일부 관계자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강산관광 중단으로 손해를 보거나 고통을 받은 것은 비단 북측 만이 아니다. 현대아산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은 물론, 고성지역 상인 등 피해 당사자들의 피해와 고통은 간단히 ‘남의 일’이나, ‘대북사업 리스크’로 돌릴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금강산 길이 막힘으로써 남북 사이의 평화와 통일의 길이 막혀 정주영-정몽헌 부자가 재산과 생명을 바쳐 일궈낸 최대의 대북사업이 무위로 돌아가고, 이제는 그 누구도 금강산을 밟아 볼 수조차 없게 되고 말았다.

통일은 누구 가져다 주거나 주변환경이 조성된다고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남북 당사자가 적극적 의지를 갖고 온갖 난관을 돌파해 만들어가는 것이다.

북미 회담이 열리고, 남북 고위 당국자들이 금강산관광 재개에 마치 화답하듯 긍정적 발언이 나오고 있는 지금, 바로 지금이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기회다. 류우익 장관의 '유연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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