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2일 오후 정부종합청사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안정적 채널 구축에 중점 두고 있다”

“당장 무슨 일을, 회담을 해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일단 안정적인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장기적으로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점을 거기에 두고 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22일 오후 5시 15분경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

류우익 장관은 ‘유연한 접근’에 대해 “일단은 비정치군사적 부문에서 교류와 협력의 물꼬를 조금씩 열어감으로써 대화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대화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당장의 긴장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또 향후의 통일정책, 또는 남북관계를 조절해나가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비정치군사적이고 5.24 규제의 핵심적인 사안이 아닌 부분에 있어서 그리고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 예외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거나 조금 일을 해가는 조치를 취한다”며 몇 가지 새로운 규제완화를 내놓았다.

류 장관은 “만월대 발굴사업과 겨레말큰사전 사업은 그야말로 우리 문화의 동질성을 지키고 보존하기 위한 차원이라 생각해서 접촉을 승인할 예정으로 있다”고 밝히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유연성을 내서 5.24조치의 근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통일의지를 내보이고 대화를 열어가는 노력을 할 것이냐는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과 개성 고려궁터인 만월대 발굴사업은 5.24조치로 중단된 사업 중 재개의 필요성이 가장 시급하고 정치적 색채가 없는 사업으로 꼽혀왔던 사업들에 속한다.

이산상봉 “근시일 내 성사 노력.. 우리가 제안해도 좋다”
금강산관광 “5.24 조치에 연결.. 다양한 접근 가능할 것”

류우익 장관은 북측의 조치를 전제로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또한 “마침 적십자 총재께서 이산가족 상봉문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의사를 밝혔고, 조만간 제가 총재와 만나서 같이 협의를 해볼 생각”이라며 “형편이 허락하는 한 근시일 내에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여건이 갖춰졌다고 생각하는 쪽에서 제안하고 이뤄지면 되는 거니까 누가 제안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가 제안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적극적 의사를 밝혔다.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그것을 재개하기 위한 기업간 실무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며 “여기서 일단 양자 간 실무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다면 당국 간에도 그것을 토대로 한 논의가 있어야 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논의의 과정에서 풀어져야 할 문제가 몰수했다고 주장하는 재산의 원상복귀, 사업권의 보장”이라고 전제하고 “그에 더하여 관광객과 종사원의 신변보장, 이 문제가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단지 재산의 문제라면 협상을 하고 다른 것과 보상책을 찾을 수 있지만 국민의 생명은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다. 이것이 보장되기 전에는 금강산관광 재개가 어렵다”고 못박고 “현정은 회장에게 약속한 부분은 왜 인정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신변안전 보장은 당국 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장관은 “거꾸로 말하면 북이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사고 재발 않도록 하는 조치를 확실히 취하면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논의할 수 있다”며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는 포괄적으로는 5.24 조치에 연결돼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을 실제로 수행함에 있어서는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5.24조치, 책임 있는 조치 있을 때까지 견지”
“채널 구축 되면 고위급 회담 통해 해결할 수도”

그러나 5.24조치에 대해 “이 조치가 나오게 된 원인이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고 천안함 연평도 도발을 하는 데서 비롯됐다”며 “결자해지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이러한 원인을 제공한 측에서 그에 대해 책임 있는 조치를 하고, 그런 일이 다시는 없겠다는 약속을 해야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한 “그러한 원칙은 책임 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는 지켜나가겠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앞으로의 정상적이고 건강한 남북관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며 “북측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는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류 장관이 북측의 시인과 사과 없이는 5.24조치를 풀 수 없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천안함 사건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북측과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진전된 남북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류 장관은 “고위급 회담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마른하늘에 뭐 떨어지듯 되는 건 아니다. 환경이 마련이 되고 채널이 구축이 되면 그 다음에 그렇게 고위급 회담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거기까지 가는 것은 성급하다”는 것이며 “조급하게 성과를 드러내려고 하다가 이게 오해가 생기거나 잘못 과속해서 잘못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내가 아는 대통령의 입장은 여유가 있다. 굳이 정상회담을 해야겠다고 집착하지 않고, 또 안 하겠다고 배제하지도 않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게 통일부 장관으로서 내가 가진 자산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된다. 아울러 “남북관계, 통일정책의 주무부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관한한 다른 부처와 제가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속도에 대한 이견 없도록 조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통일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 류 장관은 “통일재원을 마련해갈, 비축해갈 항아리는 이번 기회에 만들려고 한다”며 “그것이 우리국가의 통일경비, 국가의 통일 의지를 국민에게, 대내외에 보여주는 것이 되고, 그 항아리에 당장 얼마를 어떤 형태로 넣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조금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물이 흐를 때 산을 만나면 돌아간다”

▲ 이날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는 기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사진-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류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돌아보며 “일단은 우리가 개성공단, 종교계 예술계 방북 등 몇 가지 조치를 취했고 또,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수차례의 남북 간 대화가 있었고 며칠 후면 북미 간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런 객관적 지표들 놓고 보면 일단은 어느 정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점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자평했다.

또한 “내가 그동안 만나서 들은 의견들을 종합해볼 때 그런 정책의 기조를 지키고 유연성을 모색해보겠다는 내 생각이 어느 정도는 국민적 합의 위에 있다”면서 “국민적 합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북한을 비롯한 인접국과의 소통문제”라고 제기하고 “북한에는 나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잘 전달됐는지 확인할 단계는 아닌 것 같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지 않았겠나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중국, 일본 등 러시아도 포함해서 주변국과의 협력도 이런 소통 위에서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겠다 생각한다”며 “이 부분은 앞으로 통일정책에 있어 소홀히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류 장관은 “강물이 흐를 때 산을 만나면 돌아간다”거나 “한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는 경구들을 인용하며 “때로는 좀 참고 인내하고, 그리고 그 희망을 자꾸 키워가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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