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동두천에서 술에 취한 주한미군이 10대 여학생을 성폭행하고도 신병이 미군 헌병대에 인계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을 촉구해 나섰다.
전국여성연대와 세상을바꾸는민중의힘(준)이 30일 오전 11시 30분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공동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은 최진미 전국여성연대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열렸으며, 주한미군 범죄자 분장자의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여는말을 통해 “미군의 성폭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성폭행한 미군에 대한 확실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군들은 한국 여성들을 성폭행해도 자기들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에서 이런 범죄를 계속적으로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강실 상임대표는 “죄질이 나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제대로 수사도 하지 못하고 처벌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SOFA가 개정돼 이들이 처벌받아야만 성폭행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200건 안팎으로 진행됐던 미군의 범죄가 작년에 377건으로 증가했다”며 “그 이유는 야간통행금지를 해제시켰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범죄를 막기 위해 야간통행금지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한미군이 3만 8천명에서 2만 6천명으로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미군범죄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어제 미 국무부에서 황급하게 사과했지만 미국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고 국회에 있는 보수 정치권도 정신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재 평통사 미군문제팀장은 “지금 여학생 성폭행범이 불구속 상태다”며 “불평등성을 낳고 있는 한미SOFA를 근본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이 나라가 주권이 없는 나라, 미국 스파이들이 득실거리는 나라가 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SOFA 개정만으로 부족하고 미군 자체를, 한미동맹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희진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는 “영화 ‘도가니’ 이후 성폭행이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다”며 “주한미군의 10대 여학생에 대한 성폭행 사건을 보면서 왜 이것은 그토록 언론에서 조용한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박 공동대표는 “우리 국민의 몸과 주권,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로 불법과 불평등의 ‘도가니’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미국이 한미FTA 협정을 앞두고 우리 대한민국의 눈치를 보는 시기이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SOFA 개정과 철저한 수사 등을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주한미군의 범죄에 대해서 미국 국무부와 주한미군이 이토록 신속하게 유감을 표명하고 나아가 사죄까지 하면서 ‘긴밀한 협조’ 운운하는 것은 철저히 계산된 그들의 ‘꼼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한미FTA 비준이 임박해 있는 시점에서 10월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국인들의 반미감정을 건드려 한미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국이 염려하는 대로 반미감정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다면 이번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근본적으로 불평등한 한미SOFA협정을 공정하게 개정해야 할 것”이라며 성폭행 주한미군 즉각 구속과 야간통행금지 실시를 함께 요구했다.
미군 제2사단 소속 K(21세) 이병은 지난 9월 24일 오전 4시께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동두천시내의 한 고시텔에 침입해 여학생(18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달아났지만,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K이병의 신분을 확인한 뒤 불구속 상태로 조사하고 28일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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