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우익 통일장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가 14일 열렸습니다. 이 청문회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남북관계가 장기간 경색된 상태에서 그 주무장관인 통일장관이 오랜만에 교체되었고 또 신임 내정자가 지난 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 대결주의자인 현인택 전 장관과 달리 유연한 대북접근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은 류 내정자가 이날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그 동안 국제사회와 공조 하에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면서도 “실질적인 남북관계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 방법론적인 유연성을 찾아보고자 한다”고 말한 것에서도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청문회가 본격화되면서 ‘류우익 식 유연성’의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류 내정자는 천안함 사건으로 야기된 기존의 대북정책 기조 수정 논란에 대해 “지금 출구대책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나아가 그는 “(남북) 경색국면의 책임이 북한의 핵실험과 무력도발에 있는 만큼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마디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에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번 통일장관의 교체를 계기로 대북정책에 변화가 올까 하는 일말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격입니다.

그러면서도 류 내정자는 예의 그 ‘유연성’ 타령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는 “다만 인도적 지원을 비롯한 여러 부분에서 경색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있는지 정부가 여러모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여건이 마련되면 제2 개성공단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작은 ‘유연성’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작은 유연성조차 아무런 ‘확답’도 없이 ‘검토’만 하겠다고 합니다. 대북 대결정책에서 대화정책으로의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고서 그 무엇을 유연하게 한들 제대로 되겠습니까.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큰 과제 앞에 선 류 내정자의 ‘유연성’이란 표현이 다분히 언술적 치장으로 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그 언술적 ‘유연성’조차 의구심이 드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류 내정자가 그간 남측의 대북정책이 “성공했다고 본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날 청문회장에서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이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주문을 쏟아냈지만, 류 후보자는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하면서도 기존의 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다고 항변한 것입니다. 실지로 이날 류 내정자는 ‘비핵ㆍ개방ㆍ3000’, ‘천안함 사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에 있어 현인택 전 장관과의 차별화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류우익 청문회’인지, ‘현인택 청문회’인지 분간이 안 설 정도입니다. 대북정책이 성공했다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지, 구태여 유연성을 발휘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류우익이 ‘도로(徒勞) 현인택’으로 될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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