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기대했던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내용조차 없습니다. 남북관계에 할당된 분량에서는 형식적이라는 느낌마저 줄 정도입니다. 굳이 대북 메시지를 찾는다면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로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도발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언급한 대목입니다. 이는 북측에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를 재차 요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은 “지난 60년 동안 남북은 대결의 시대를 살아왔다”며 “이제 그 시대를 뛰어넘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원론적인 말을 했습니다. 이어 “물론 어린이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자연 재해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계속해서 해 나갈 것”이라고 다소 지엽적인 면을 밝혔습니다. 이는 생색내기용 과시정도로 치부될 만합니다. 한마디로 이 대통령의 8.15경축사에서 나타난 대북 메시지는 남북 간 평화와 협력관계 진전에 앞서 북측의 실질적인 행동이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셈입니다.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이 대통령은 2008년 취임 후 첫 경축사에서는 ‘상생과 공영에 입각한 한반도 경제공동체 실현’을 제시했습니다. 이어 2009년에는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고위급 회담 설치 및 대북 5대 개발 프로젝트, 재래식 무기 감축’을 제안했으며, 지난해엔 ‘통일에 대비한 통일세 도입 논의’를 제안했습니다. 이처럼 이전에는 대북 제안을 하면서 논란거리라도 제공했는데 올해에는 아무런 제안도 하지 않았습니다. 메아리 없는 독백에 가깝습니다.

특별한 내용도 없고, 대북 제안도 없이 그저 독백에 그친다면 이는 기존의 대결적 대북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입니다. 당장 야당 일각에서 “최악의 8.15경축사, 껍데기 경축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지금 나온 것도 진행하기가 원만하지 않는데, 새로운 제안은 의미가 없다고 본 것”이라는 말에서 이명박 정부의 안일한 정세 분석과 남북관계 개선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8.15경축사를 통해 확보할 수 있었던 한반도 정세 변화의 지렛대를 놓치는가 싶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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