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한국노총 강당에서 한.일.미 진보진영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박경순, "한반도 평화협정 핵심 의제는 주한미군 철군과 한.미군사동맹 해체"

“현재 동북아지역의 정세는 낡은 냉전적 대결을 추구하는 세력과 새로운 평화로운 동북아 질서 구축을 지향하는 평화세력의 힘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데, 여기에서 평화세력이 힘의 주도권을 틀어쥐는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8.15자주통일대회의 일환으로 한일공동행동실행위원회와 정동영 의원실, 그리고 일본의 일한공동행동실행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한일미 진보진영, 동북아 평화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맞서 한.미.일 진보진영의 단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 박경순 새세상연구소 부소장.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5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박경순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부소장은 ‘2012년 격변기 동북아, 한반도 평화실현의 과제’로 첫 발표에 나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새로운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고리”라며 “한.미동맹이 깨져야 만이 미.일동맹도 깰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박경순 부소장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실현의 가장 선결적 과제”라며 “한반도 평화체제는 주한미군 없는 평화체제여야 하며, 한반도 평화협정의 핵심 협상의제는 주한미군 철군과 한.미군사동맹 해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동북아 평화를 지향하는 평화애호세력들의 단결과 투쟁이 절박하다”면서 “한.일 진보정당 간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와타나베 켄주 “오키나와 민중의 투쟁에 국제적 연대 확대를 요청한다”

와타나베 켄주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일본의 과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 “일본 정부와 간 나오토 정권은 동일본대지진 발생(3.11) 직후부터 10만 명이나 되는 자위대를 동원하고, 또 ‘친구작전’이라고 칭하면서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을 비롯한 많은 미군도 투입되었다”며 “미증유의 재해와 핵발전소 사고를 지렛대 삼아 미.일유사즉응체제는 지금까지의 연습영역을 넘어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고 우려를 전했다.

▲ 와타나베 켄주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실제로 일본 정부는 대지진 이후 △5년간 1조엔에 가까운 미군에 대한 ‘배려예산’ 특별협정 체결, △후텐마기지에 V-22 오스프레이(osprey, 수직이착륙 수송기) 배치 수용, △중동 지부티에 전후 첫 자위대 해외기지 건설, △남중국해에서 미.일.호군사연습 참여, △헤노코 신기지 건설 고집, △한.미.일, 미.일.호 군사협력체제 강화 등을 추진했다는 것.

와타나베 공동대표는 “우리들은 일본 정부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긴장격화에 가담하는 것이 아니라 조.일국교정상화를 속히 실현하고,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 동아시아의 평화구축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길을 걷는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며 “오키나와 민중의 후텐마기지 폐쇄와 헤노코 신기지건설 저지, 오스프레이 배치를 용납하지 않는 투쟁에 국제적 연대의 고리의 확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일한민중연대전국네트워크 소속 기티가와 히로가즈 씨는 “일본 국내의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내셔널리즘, 배외주의에 기초한 재일조선인에 대한 공격을 깨부수기 위해서도 조.일(북.일)국교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티가와 씨는 “일본에 있는 조선고등학교 10곳 만이 고교수업료 무상화 조치에서 제외됐고, 조선학교에 지급되고 온 지자체로부터의 보조금도 폐지됐다”며 “대지진 피해지인 미야기현에서마저 동북조선초중급학교에 대해 보조금 삭감 정지가 선고돼 있다”고 전했다.

또한 “피해를 입은 동북조선초중급학교, 후쿠시마조선초중급학교, 이바라키조선초중급학교는 교사(校舍) 등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나 현은 어떤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며 “재일조선인에게 민족교육권마저도 허용하지 않는 폭거는 일본 정부가 조선에 부과하고 있는 초강경한 제재조치의 일환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일한공동행동실행위원회 대표단 일행으로 함께 참가한 오무라 쓰마노 씨는 “북한에 대한 적대의식과 (재일 조선인에 대한) 민족차별이 일본 민중들 안에도 유감이지만 넓게 퍼져있다”며 “내가 보는 7개의 일본 신문 중 조선학교 문제를 우리 입장에서 다루는 신문은 가장 발행부수가 적은 <쥬니치신문> 밖에 없다”고 실상을 전했다.

모니카 무어헤드 "미국, 인종주의나 제국주의 전쟁 여력 없다"

▲ 모니카 무어헤드 국제행동센터 공동대표.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모니카 무어헤드 국제행동센터 공동대표는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책 검토’ 발표를 통해 “1940~1990년 사이 미국은 총 5조 달러의 비용을 들여서 거의 7만대에 가까운 핵무기를 만들었고 미국은 한반도 사정거리 내에 수 천 대의 핵무기를 배치했다”며 미국의 한반도 정책의 역사를 상세히 되짚었다.

무어헤드 공동대표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전쟁과 착취로 이익을 보고 있는 억만장자들로 넘쳐난다”며 “오랫동안 유혈침략을 위한 전쟁의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국주의야 말로 악마”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 미국 노동자들은 전례 없는 실업과 임금삭감, 사회보장제도의 축소를 맞고 있다”며 “이들은 인종주의나 제국주의 전쟁을 지지할 여력이 없다”고 분석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신범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산업위생실장은 고엽제 매립 문제를 두고 보여준 미군의 태도에 대해 ‘거짓말쟁이’라고 규정하고 “국제사회가 거짓말쟁이 미군을 고립시키고 미군이 부끄럽게 만들도록 하는데 함께 연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미.일 패권전쟁동맹에 맞선 한.미.일 평화동맹의 구축이 필요하다”

최은아 한국진보연대 자주통일국장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미.일 국제연대 운동 과제’에 대해 “한.미.일 패권전쟁동맹에 맞선 한.미.일 평화동맹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사안에 대한 해결에만 머무르지 않고 한.미.일 패권동맹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함께 힘을 모아나가도록 지속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은아 국장은 “노동자, 농민, 학생들과 같은 압도적인 대중의 힘이 이 의제를 밀고 갈 때만 비로소 승리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노동단체, 농민단체, 청년학생단체들이 평화를 의제로 한 사업들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그를 의제로 한 한미일 간의 평화연대와 동맹의 적극적인 주체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하시 도시오 '오키나와.한국 민중연대' 사무국장은 '오키나와로부터의 메시지' 낭독을 통해 “올해 6월 6일 일본 방위성은 '미해병대 MV 오스페이를 2012년부터 기노완시 후텐마 기지에 배치한다'고 통지해왔다"며 "기노완시에서는 급거 시의회, 자치회장회, 노인회, 부인회, 청년단 등 여러 단체가 오스프레이 배치에 반대하는 긴급농성에 돌입하였다”고 밝혔다.

메시지는 “방위성도 센가쿠열도 해역의 중국 어선의 '침범'을 이유로 오키나와에 자위대 배치를 강화시키는데 착수했고, 6월 11일에는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쵸카이'와 잠수함 '와카시오'가 처음으로 나하만(灣)에 입항하여 남서제도를 미.일의 '재해지원거점'으로 만들려하고 있다”며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시도처럼, 미군에 의해 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국경을 넘은 민중의 연대야말로 앞으로의 동북아시아에 요구되는 것"이라며 연대투쟁을 촉구했다.

▲ 동시통역으로 진행된 한.일.미 진보진영 토론회는 3시간 30분에 걸쳐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토론회 사회를 맡은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부위원장은 “오늘 토론회는 오키나와와 제주 강정기지는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한.일 민중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함을 밝혀줬다”며 “오늘 토론회는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지만 역설적으로 3국의 현안들을 파악하는 정도의 자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8.15자주통일대회 기간에 방한한 일한공동행동실행위원회 관계자 10여명이 함께 자리해 3시간 30분 동안 동시통역으로 진행됐으며,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와 가쿠 히로하치로우 '투쟁하는 제3극을 지향하는 간사이 모임' 대표가 인사말을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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