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모씨 등 5명이 구속되고 12명이 압수수색을 받은 이른바 ‘일진회’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이 ‘반국가단체 왕재산’ 사건으로 29일 발표했다.

특히 현직 민주노동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가 하면 구속자 중에 민주당 전 당직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지하당 ‘왕재산’을 구성하고 간첩으로 활동한 혐의로 김 모씨(8일 구속)와 이 모씨 등 4명(20일 구속)의 구속사실과 일부 ‘혐의’를 발표했다.

왕재산은 고 김일성 주석이 1933년 항일 무장투쟁을 국내로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한 ‘왕재산 회의’를 소집한 함경북도 온성 소재 산 이름이다. 당초 이 사건은 홍 모씨의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일진회’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조직원들이 통신을 주고받을 때 왕재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1994년 이른바 ‘구국전위’ 사건과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상 이적단체가 아닌 반국가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199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일본 38차례, 중국 18차례 등 모두 59차례에 걸쳐 출국한 뒤 10여 차례에 걸쳐 중국 소재 북한 인사와 일본 총련 소속 인사를 만나 북한 노동당 225국에 정보를 보고해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225국은 주로 남한 내 지하당 구축공작 및 해외공작을 담당하는 부서로 이전의 노동당 ‘대외연락부’(부장 강관주)가 명칭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의 지휘통제를 받되 내각 산하로 옮겼다고 보도된 바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된 ‘왕재산’ 핵심 5인은 총책 김 모씨와 서울지역책, 인천지역책, 내왕연락책, 선전책으로 역할을 나눠 맡았고, 압수된 총책 김씨의 USB에서 40여명의 정계, 학계, 노동계 인사 등의 이름이 나와 참고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구속자들은 묵비권을 행사하며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압수수색과 수사과정에서 국정원의 협박성 발언과 변호권 보장 문제 등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 2명 등 여러 명의 당원이 참고인 조사 등 수사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민주노동당은 지난 27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정원과 공안기관이 남발한 소환장은 아무런 근거도 없으며 여론몰이에 불과하다”며 “민주노동당 당직자들과 공직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화하여 소환 협박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야당 유린에 가깝다. 국정원은 자신들의 비상식적인 횡포에 대해 즉시 사과하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29일자 머릿기사 제목을 ‘임채정 前의장 비서관, 北간첩활동했다’고 뽑았고, <조선일보>는 29일 ‘민노당 또 간첩단 연루… 발표도 안했는데 펄쩍’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등 야당과의 연계성에 비중을 두고 보도하고 있다.

검찰 출입 기자단은 검찰이 요청한 엠바고(보도유예)를 지난 11일부터 수용해 지켜왔으나 민주노동당 대변인 논평이 발표되고 진보 인터넷 매체들에서 보도가 이어지자 29일 엠바고를 해제했고, 검찰이 사건 개요에 대해 배경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의 변호를 맡고 있는 심재환 변호사는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그러한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고, 명백한 증거가 법정에서 신빙성 있는 것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간첩단 사건인 양 발표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행태”라며 “진보대통합과 내년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집권당이 지지를 잃은 상황에서 검찰과 국정원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자처해 나서서 국가보안법 사건을 터트려 진보대통합을 방해하고 야당의 정체성을 훼손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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