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6일(미국시간) 뉴욕에 도착, 북미회담 일정에 돌입했습니다. 북미대화가 재개되는 것은 2009년 12월 스티븐 보즈워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 방문 이후 1년 7개월 만의 일이고, 김 부상 자신은 2007년 3월 뉴욕 방문 이후 4년 4개월 만에 미국을 찾은 것입니다. 공항에서 김 부상은 북미대화와 6자회담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낙관한다"며 "세상 모든 나라들이 서로 화해하고 살아가야 할 때니까 그 방향에서 낙관해야지"라고 말했습니다. 여유와 낙관이 있어 보입니다.

이번 김 부상의 방미는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가진 남북 비핵화회담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동안 6자회담 관련국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온 ‘남북 비핵화회담 → 북미 접촉 → 6자회담 재개’라는 3단계 방안에서 첫 단계가 성사됐기에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ARF가 끝난 직후인 24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직접 ‘김계관 뉴욕 초청’을 공식 발표함으로써 북미대화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줬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전략적 인내’에서 ‘관여(engagement)’ 방침으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물론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었는지 아직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기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전략적 인내’가 한계상황에 온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북한과 대화 없이 지나다가 북한의 핵역량만 키워졌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지난해 말 북한이 공개한 영변의 우라늄농축 시설에 가장 신경이 거슬립니다. 아울러 2010년에 남과 북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으로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달았습니다. 미국은 한반도 정세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길 원치 않을 것입니다.

재밌는 건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과 미국의 입장에서 다소 차이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번 북미대화를 ‘탐색적 회동(exploratory meeting)’이라고 규정했습니다. 먼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살핀 뒤 6자회담 재개 등을 판단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이에 비해 김계관 부상은 도착 공항에서 이번 회담의 목표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로 전진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예선전 없이 본선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탐색전을 펼칠 미국과 본격전을 펼칠 북한 간의 한판 겨루기가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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