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주지사와 리차드 체이니 전 국방장관은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미군에 대해 약속은 무리하게 해놓고 투자는 게을리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이제 귀에 거슬릴 정도가 되었다. 공화당 팀은 국방을 위해 추가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고, `십수개국`에 파병되어 있는 미군을 재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주장은 두 가지 단정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현 행정부가 너무 장기간, 너무 많은 해외 임무에 미군을 파견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부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해외 파병 미군을 근본적으로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장은 간단히 말해 사실이 아니다. 두 번째 주장은, 정말 그렇게 된다면 미 국익에 치명적인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먼저, 과거 미군의 해외 파병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보자. 부시와 체이니는 과거 10년 동안 해외 주둔 미군이 3백% 증군되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냉전 말기,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을 하고 있었고, 체이니가 국방장관을 하고 있었을 때 해외 파병 미군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50만 명 수준이었다. 현재 해외 주둔 미군은 50%로 줄어든 25만 명이다.

해외 미군의 근무 조건이 모두 똑같은 것은 물론 아니다. 예를 들어, 일부 독일 주둔 미군들은 연장 복무 기간을 가족과 함께 편하게 보내고 있다. 독일 주둔 미군은 1991년 냉전 종식 이후 대량으로 감축되었다. 한편, 가족과 집을 떠나 해외에 배치되어 힘든 작전을 펼쳐야 하는 임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도 3백%가 아니라 15% 정도 늘었을 뿐이다.

현 행정부는, 부시와 체이니 후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전 세계에 걸쳐 막연한 임무에 장기간 미군을 파견하는 것과는 달리 식견을 가지고 미군 해외 파병을 아주 잘 조절하고 있다. 소말리아만 예외로 하고, 클린턴 대통령과 고어 부통령은 이라크에 맞서기 위해 페르시아만 파견,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동맹과 싸우기 위한 유럽 파견 등 진정한 전략적 관심 지역에만 군대를 파견했을 뿐이다.

미국은 개입을 부추기는 자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르완다, 시에라 리온, 콩고, 동티모르 등에 개입하지 않았다. 클린턴 행정부는 사실, 세계 곳곳의 불을 끄러다니는 지구촌 119가 되기보다는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아시아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지역 국가들을 지원함으로써 인권과 소수 민족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했다. 현재 미국은 해외 6곳의 주요 지역에 미군을 파병시켜놓고 있다. 한국과 발칸 반도의 주둔군, 오키나와의 해병대, 서태평양과 지중해의 해군, 페르시아 만의 육해공군 등이다. 이 지역에는 어느 곳이든 1만 명에서 4만 명 사이의 미군이 상주하고 있거나 아니면 거의 상주 형태로 주둔하면서 억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규율도 갖추지 못한 클린턴-고어 행정부가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곳에 군사력을 과도하게 투입하고 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해외 파병 미군은 세계의 중요한 요소로서 미국의 핵심적인 국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미국은 과거 수십년 동안 한국과 일본 및 주요 해로에 미군을 배치시켜왔다. 페르시아만에는 1980년부터 파병하기 시작해 사담 후세인을 봉쇄하기 위한 1991년의 걸프 전 이후 확대됐으며, 현재 미국의 페르시아만 정책은 초당파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오직 발칸 반도만이 클린턴-고어 행정부에 들어와 미군이 실질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곳이다. 1995년 미국과 나토 동맹국이 보스니아에 제한적인 공습을 실시했고, 1999년에는 세르비아에 실질적인 공습을 수행했으며, 현재는 나토의 평화 작전의 일환으로 보스니아와 코소보에 일부 군을 파견시켜 놓은 상태이다.

발칸 반도에서 미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 같은 제한적인 해외 파병은 미국이 나토의 지도국 역할을 하는 가운데 파생된 자연스러운 산물이다. 지역 역할에 대해 과도한 언질을 준 것도 아니다. 유럽 동맹국들은 나토 작전에 투입되는 군사력의 4분의 3을 제공하고 있고, 지역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의 90%를 제공하고 있다. 나토 동맹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제한된 분담만으로도 아주 중요한 전략 지역의 안보에 공헌하고 있는 셈이다.

미군이 지나치게 확장되어 있다는 주장과는 달리, 해외 미군은 중요한 미 국익에 봉사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다. 만약 부시와 체이니 후보가 해외 미군을 축소시키길 원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이 하려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을 해야 한다. 즉, 최소한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축소를 시킬 것인지는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것이다. (키손2000/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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