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호주얼리호 인질구출 작전 성공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서다 예상대로 역풍을 맞고 있다.

국민이 인질로 붙잡힌 불리한 상황에서 무리한 군사 진압작전을 편 것도 모자라 앞뒤를 가리지 않고 ‘완전승리’ 홍보에 열을 올리다 여권에서 마저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인질의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군사 진압작전을 18일, 20일 두 차례에 걸쳐 강행해 우리 군인 3명이 경상을 당하고 선장이 심각한 중상을 입은 점은 결과적으로 작전상 성공을 거뒀다 하더라도 재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사실 인질범 보다 무장력이 약한 나라가 어디에 있겠는가. 다만 자국 국민이 인질로 붙잡힌 상황에서 인질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강제진압을 실행하지 못할 뿐이라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이야기다.

더 큰 피해 없이 이 정도 선에서나마 구출 작전이 완료된 것을 감사히 생각하고 다행으로 여길 따름이다.

“국민여러분 우리 자랑스러운 청해부대가 드디어 해냈습니다. (중략) 저는 어제 오후 5시 12분 국방부 장관에게 인질구출작전을 명령 했습니다. 우리 군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자신이 진압작전을 명령했다고 당당히 자랑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거머쥔 승리가 그렇게 당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그 과정에서 언론들은 국민의 생명을 건 위험한 작전에 대해 어떤 비판이나 보도도 할 수 없었다. 18일 1차 작전이 아군 부상자 3명만 남긴 채 종료되자 국방부가 작전 성공 시까지 엠바고(보도시한 유예)를 요청해 기자단이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일 작전이 종료되자 대통령이 직접 담화를 발표하고 국방부는 상세한 브리핑은 물론 관련 사진을 제공하는 등 갑자기 언론에 ‘친절’을 베풀기 시작했고, 23일 해군공보파견대는 이례적으로 ‘상세한’ 보도자료와 동영상을 제공했다.

“새벽 5시 17분. 해적의 감시를 피하기 위하여 최영함이 오른쪽으로 함수를 돌렸다. 우현에 있던 1, 3번 고속단정 강하. 다시 키를 왼편으로 돌렸다. 좌현 2번 고속단정 강하. 드디어 고속단정 3척이 모두 해적의 눈을 피해 강하됐다. 고속단정들은 최영함 좌현 함미 45m로 이동했다. 삼호드림호의 해적들이 최영함에 가려진 고속단정을 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안 소령은 94년 학군 39기로 임관, 특수전 초급반과 폭발물 처리 과정, 특수전 해상대테러 교육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으며 특여단 폭발물처리대장, 작전사 특수전담당, 대테러 담당을 역임한 특수전 분야의 작전통으로 특수전, 전술분야에 탁월한 베테랑이었다.”


마치 인터넷 전쟁게임을 중계하며 영웅 캐릭터를 소개하는 듯한 홍보는 천안함 사건 당시 군당국의 정보 통제와 확연히 비교되는 것이었다. 천안함 사건 당시에는 천안함의 항적기록이나 교신기록 등이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이같은 정부의 ‘과잉 홍보’는 야당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조차 빈축을 사고 있다.

24일 오전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은 “합참 내부의 상황이 TV에 공개되고 군사기밀이 적나라하게 TV화면에 비치고 작전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보고 참으로 걱정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군의 작전내용은 홍보수단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24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천정배 최고위원은 “지난 10월 9일 납치된 금미305호 아직 미해결 상태다. 우리나라 해운 물동량의 29%가 소말리아 해적 출몰지역을 경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또다시 피랍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명박 정부는 마치 호기라도 만난 듯 구제역 대란 인사실패 등을 무마를 위한 정권 홍보에 혈안이 되고 있다.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는 것이 눈물겹기도 눈꼴시럽기도 하다”고 비판했다.

소말리아 해적 문제는 삼호주얼리호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당장 금미305호 문제도 있고, 앞으로도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소말리아 해적들이 “우리는 보복할 방법을 찾고 있다. 한국 선박을 납치하면 돈을 요구하지 않고 선박을 불태우고 선원을 죽이겠다”고 노골적인 협박을 보내고 있다는 보도도 있을 정도다.

상부의 명령에 따른 우리 군의 인질구출 작전은 목숨을 건 최선의 작전이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인질의 생명을 담보로 작전지시를 내린 대통령과 군수뇌부의 판단이 올바른 것인지는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나아가 언론의 기능이 침묵을 감수하다 정부가 베푸는 ‘친절’에 호응해 영웅담으로 지면을 도배하는 일뿐인지 자성이 절실하다.

18일자 엠바고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이를 어긴 몇 매체에 강력한 징벌을 가하는데 기울일 힘이 있다면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군사작전시 적용할 언론보도 준칙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것이라는 권고를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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