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인질구출 작전이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위험천만한 두 차례의 구출작전으로 선장이 중상을 입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 담화 “인질구출작전 명령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삼호주얼리호 인질구출 작전 관련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 청와대 홈페이지]
이명박 대통령은 인질구출 작전이 마무리된 직후 “국민여러분 우리 자랑스러운 청해부대가 드디어 해냈습니다”라며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담화를 직접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어제 오후 5시 12분 국방부 장관에게 인질구출작전을 명령했다”며 “우리 군은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냈다”고 말했다.

국방부에서도 이붕우 합참 공보실장이 나서 “청해부대가 1월 21일 현지시각 09시 56분, 우리 시각으로 14시 56분, 해적에 피랍되었던 삼호주얼리호와 선원 21명 전원을 구출했다”며 “우리 청해부대 UDT 작전팀은 전혀 피해가 없는 완전작전이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해적 5명을 생포하고, 8명을 사살시켰으며, 안타깝게도 우리 선원 1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면서 “사전 치밀한 계획과 준비로 피해를 최소화한 가운데,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작전을 수행하여 완전작전을 달성함으로써, 대한민국 국군의 우수한 작전수행능력을 입증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뿐만 아니라 이성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은 작전 진행상황을 세세히 설명하고 관련 사진을 제공하는 등 언론에 ‘친절’을 베풀기도 했다.

▲ 21일 UDT 작전팀이 삼호주얼리호 선교 조타실에 진입하고 있다. [사진제공 - 해군공보파견대]
이같은 정부의 발표만 보면 이른바 작전명 ‘아덴만 여명작전’은 완벽한 성공이었고, 대통령과 우리 군은 국민적 칭찬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또한 언론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도 천안함 사건 당시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석해균 선장, 인질범 총부리 아래 있다가 복부 관통상 당해

그러나 이같이 드러난 외형상의 ‘완전작전’의 이면에는 심각한 문제점들이 가로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KBS>는 21일 밤 부상당한 삼호 주얼리호의 선장 석해균 씨가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는 오만 살랄라의 한 병원을 현지 취재해 “현재 석 씨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병원 관계자는 전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중상이 아니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석 선장의 부상 당시 상황에 대해 이성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은 브리핑에서 “그 당시에 선장이 조타실에 있었던 것으로 우리가 확인하고 있는데, 인질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상태 하에서 배를 기동시키고 있었다”며 “그래서 우리 작전팀이 진입과 동시에 교전상황이 벌어지면서, 인질범으로부터 총상을 입은 것으로 식별하고 있다”고 밝히고 “현재 배에 관통상을 입었는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발표했다.

쉽게 말해 석 선장은 인질범들의 총부리 아래서 배를 운항하다가 우리 작전팀이 진입하자 인질범들의 총탄에 복부 관통상을 입었고 사실상 치명적인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는 이야기다. ‘완전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석 선장은 위험천만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져 속수무책으로 인질범들에게 피격당한 것이다.

무리한 진압작전, 언론 비판 원천 차단

인질이 인질범들의 수중에 있을 때 함부로 물리적 제압작전을 실시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질들의 신변안전을 우려해서라는 것은 상식이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선박이 나포된 상태에서 벌인 작전은 어려울 뿐 아니라 위험천만한 일이었다”며 “우리 선원 등 인질들의 희생을 감수했다면 모르겠지만, ‘완벽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큰 희생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과’에 파묻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이에 앞서 18일에도 1차 인질구출 작전 시도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도 주얼리호 해적들이 응사해 청해부대원 3명이 경상을 당했다.

이성호 본부장은 “16일(18일)에 있었던 1차 작전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상태에서 적을 추적하면서 작전이 벌이진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의해서 작전이 진행되었고, 합참의장이 승인을 해주었다”고 밝혔다.

특히 국방부는 1차 작전부터 언론을 상대로 엠바고(보도시점 제한)를 요청했고, <부산일보>가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보도되자 <미디어오늘>이 이를 인용해 재기사화 함으로써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인질의 신변위험이라는 명분에 밀려 언론은 정부가 구출작전을 마친 뒤에야 이 사건에 대해 기사화가 가능했고, 무리한 작전에 대한 비판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또한 이후 언론의 보도행태도 2차 작전의 성공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김영호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18일 1차 작전에서 우리 해군 3명이 부상을 입은 사안을 엠바고로 했는데, 이런 엠바고를 받아줘야 되는지 의문”이라며 “부상자 발생은 보도의 대상이 되고, 해적의 입장에서도 2차 작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밀 유지의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짚었다.

또한 “어제 오늘 언론 보도가 2차 작전의 성과만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1차 작전시 발생한 부상자에 대해 보도를 거의 하지 않고, 2차 작전 부상자의 경우도 생명이 위태롭지 않다는 식으로만 보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언론의 비판기능을 잠재웠을 뿐만 아니라 외교통상부가 주관부서가 돼 구출작전과 관련해 인질 가족들의 사전 동의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평도의 대가를 소말리아 해적들이 받은 것’?

21일 구출작전 완료 직후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삼호주얼리호 피랍 사건’이 발생한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위기관리상황실을 방문하셔서 직접 보고를 받았다”며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후 20일 오후 작전명령을 내렸다”고 밝혀 이번 삼호주얼리호 구출작전 전 과정을 이 대통령이 직접 주도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도 직접 담화를 발표하면서 “저는 어제 오후 5시 12분 국방부 장관에게 인질구출작전을 명령했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아덴만 여명작전’이 완벽한 성공이었고, 그 공은 대통령의 지도력에 있다는 것이 청와대 분위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인터넷판 기사에서 “정권 차원에서는 천안함과 연평도에 이어 이번에도 유약한 모습을 보일 경우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또한 외교.안보부처 관계자를 인용해 “희생자가 나오더라도 강행해야 한다고 해서 뭔가 쫓기는 듯이 느껴질 정도였다”며 “청와대와 군(軍) 안팎에서는 ‘연평도의 대가를 소말리아 해적들이 받은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북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구출작전을 대통령의 지휘 하에 강행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론은 사실상 침묵을 강요당했고, 선장의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의 중상과 1차 작전에서 우리 군인 3명의 ‘경상’도 승전보에 묻히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국민이 인질로 잡힌 상태에서 두 차례의 군사작전 강행이 올바른 판단이었는지, 언론은 제 역할을 수행했는지 등의 의문점들이 제기될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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