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38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투입해 추진 중인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이 18일 착수보고회를 계기로 다시 한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업자 선정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수보고회를 무리하게 강행하면서 그간 제기된 각종 문제점들이 다시 부각된 탓이다.

이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공동체와 경제공동체, 민족공동체’를 거론하면서 “이제 통일세 등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 데서 촉발됐다.

통일부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내용을 포괄하는 연구 용역사업인 ‘남북공동체 기반조성사업’을 기획하고, 2011년도 일반예산 반영이 끝난 시점에서 무리하게 소요 예산 38억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키로 결정해 첫걸음부터 물의를 빚은 바 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 사업이 남북교류협력법과 남북협력기금법에 명시된 ‘교류사업’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법률 위반이라고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다.

이처럼 말썽을 일으키고 시작된 이 사업은 새해 들어 공동체 정책연구 분야와 공론화 현장연구 분야로 각 5개 과제, 총 10개 과제의 사업자를 공모해 착수보고회를 각각 11일과 18일 개최했지만 18일 착수보고회는 종교계 공론화 과제 사업자 선정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강돼해 빈축을 샀다.

더 큰 문제점은 이번에 착수된 두 개 분야 10개 과제의 연구용역 사업은 10개월이 걸리는 프로젝트로 빨라야 올 10월 말경 연구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지만 통일부는 ‘통일세’ 등 통일재원 마련 방안을 상반기 중에 확정할 예정이라는 데 있다.

공동체 정책연구 분야 중 하나인 통일재원 마련방안 연구과제 역시 한국재정학회.코리아데이터네트워크.성균관대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결정돼 지난 11일 착수보고회가 개최됐고, 10월 말경에 연구결과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그러나 전날(17일)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재원 마련의 최적 방안을 4월경 연구용역 사업자들의 1,2차 보고서를 토대로 상반기 중에 정부안으로 확정한 이후 국회와 협의해서 필요하면 제도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현 정부 임기내에 통일세 류의 통일재원 방안 법제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통일재원 마련 방안’ 과제 연구용역 사업은 실제로는 모양 갖추기에 불과하고, 사실상 혈세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같은 문제점 지적에 대해 18일 통일부 관계자는 “최종 결과 보고가 10월에 나오지만 중간보고와 계속 협의하는 과정이 있다”며 “우려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반기 중에 통일재원 마련과 관련된 정부 방안 확정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재확인했다.

통일부는 지난 연말 ‘2011년 통일부 업무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3대 정책 추진목표 중 하나로 ‘통일에 대한 대비’를 제시한 바 있으며, 특히 이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세’ 등 통일재원 마련 방안을 주요 과제로 꼽고 임기내 제도화를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이례적으로 38억원이라는 막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통일재원 마련을 포함한 공동체 정책연구와 공론화 현장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남북협력기금 불법 전용 논란과 과도한 일정 밀어붙이기, 혈세 낭비 논란을 초래하고 있어 ‘종합 병원’ 수준의 문제덩어리로 전락한 모양새다.

이날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모든 것은 국민들과 함께 한다는 자세로 ‘공론화 현장연구’를 진행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지만 대통령의 한마디에 편법과 혈세 낭비를 무릅쓰며 과속을 일삼는 것이 국민과 함께 하는 자세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 전문가는 “통일세 같은 통일재원 마련 방안을 확정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한 신중한 사안으로 결코 서두를 일이 아니다”며  “현 정부가 임기 내에 통일재원 관련 입법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대북정책 일관성을 명분으로 임기말에 ‘남북관계발전 5개년 기본계획’을 밀어부쳤지만 현 정부에 의해 부정됐던 사례에서 경험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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