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하였다. “올해에 다시 한번 경공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향상과 강성대국건설에서 결정적 전환을 일으키자”라는 제목의 공동사설은 지난 2010년 평가와 2011년의 주요과제, 방도, 그리고 남북관계와 대외관계에 대한 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공업을 강조한 북한 공동사설

사설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경공업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경공업은 올해 총공격전의 주공전선이다.”라고 규정하였다. 이미 작년 공동사설에서 “당창건 65돐을 맞는 올해에 다시한번 경공업과 농업에 박차를 가하여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며 주민생활 향상을 전면에 제시했던 북한은 올해에 또 다시 경공업을 전면에 제시하면서 주민생활 향상에 국정을 집중할 것임을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중공업을 배제한 채 경공업만을 강조한다고는 볼 수 없다. 공동사설은 2010년 북한의 주요 경제성과로 “당의 현명한 령도밑에 경공업과 화학공업, 금속공업을 비롯하여 인민생활과 련관된 공업부문들에서 현대화가 힘있게 추진되고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를 대량적으로 생산할수 있는 휘황한 전망이 열려졌다”고 주장하였는데 북한이 언급한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의 생산공정은 명백히 중화학공업 부문에 해당한다.

경공업의 발전은 중화학공업의 토대가 튼튼히 갖추어졌을 때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공업발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강성대국의 리상을 전면적으로 꽃피울수 있는 토대가 축성된 것”이란 북한의 지난해 경제평가는 바로 중화학공업의 성과를 지적한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이 주공전선으로 규정한 경공업은 “1차소비품”과 “필수품” 생산, 그리고 “전반적 소비품” 생산으로 세분된다. 즉 식료가공품과 생활필수품, 그리고 여러 소비품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식료가공품은 각종 먹거리 상품을 총괄한다. 간장, 된장, 고추장부터 국수, 소시지, 과자, 빵, 아이스크림, 청량음료에 이르기까지 쉽게 말해 대형마트 지하1층의 식료품 코너에서 판매되는 모든 가공품을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생활필수품은 옷, 신발, 이불부터 비누, 샴푸, 냄비, 그릇에 이르는 전반제품을 포괄한다. 그리고 여러 소비품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책, 화장품, 가방, 가구 등 주민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아우른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 “인민생활 결정적 전환”을 제시한 경공업 부문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을 통칭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그것을 각 품목별로 대량생산해 원활하게 공급하는 데 획기적 진전을 보이겠다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지방공업을 중시하는 북한

올해 공동사설에서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경공업 발전에서 지방공업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사설에서 창성과 강계, 회령 지역 등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자기실정에 맞게 지방공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강조하는 경공업 생산이 평양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각 군과 면 단위의 “시골마을”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껏 반북단체들은 현대화된 평양시의 사진들을 보고도 “그것은 일부 부유층들의 모습이지 지금도 이름모를 시골골짜기 어디에선가에는 주민들이 굶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 사회주의 국가에서 빈부격차를 만들어내는 모순을 보이며 자기 논리를 강변해왔다.

2010년도에 북한이 주되게 강조한 주민생활 성과들도 대체로는 대규모 사업장과 평양시를 대상으로 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지방공업을 강조하게 되면 대형 사업장을 떠나 중소형 사업장을 아우르게 되며 지역에 있어서도 대도시를 넘어 시골마을까지를 포괄하게 된다. 이는 북한경제에 있어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산을 낀 곳을 산을 이용하고 바다를 낀 곳은 바다를 이용한다”라는 기조아래 자체의 실정에 맞는 지방공업을 발전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10년 북한은 평안북도 창성군의 식료품공업 성과를 주요하게 보도하였는데 2011년에는 이와 같은 시골마을의 성과가 연이어 보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업의 변화된 비중

또 하나 특기할 점은 “경공업과 농업”을 강조했던 2010년과 달리 2011년에는 “경공업”만 강조되면서 농업이 빠졌다는 점이다. 농업은 “주공전선”으로 강조되었던 경공업과 달리 그 이후에 석탄, 전력, 금속, 철도의 이른바 “인민경제 4대선행부문”에 대한 과제, 화학공업에 대한 과제 이후에 4번째 경제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북한에 굶주림이 만연하다고 주장하는 반북세력들은 2010년의 공동사설도도 “식량이 부족하니까 농업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주장하며 식량생산이 감소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가운데 2011년에 농업이 빠져버린 데 대해서는 그 대응논리를 찾기에 다급하다.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농업은 해도 안 되니까 결국 뺀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90년대 경제난 이후 무려 10년 이상 북한이 석탄, 전력, 금속, 철도의 인민경제 4대 선행부문을 강조해 온 것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북한은 이번 공동사설에서도 “우리 인민은 한다고 하면 무조건 해내는 영웅적인민”, “인민생활향상을 최대의 중대사로, 최고의 투쟁목표로 틀어쥐고 끝장을 볼 때까지 밀고나가야 한다는것이 우리 당의 투철한 립장”이라며 목표를 한 번 정했으면 될 때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는데 식량이 부족상황에서 농업과제가 뒤로 밀린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더욱이 농업이 경공업보다 한참 뒤로 밀린 현상은 더욱 이해되기 어렵다. 배를 굶고 있다면 샴푸가 무슨 소용이 있겠으며 다양한 색상의 옷가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북한은 “의식주”도 순서를 바꿔 “식의주”라 부를만큼 먹는 문제를 중시하고 있는데 농업이 화학공업 보다 뒤로 밀려 4번째 거론되었다는 점은 북한이 굶주림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은 농업에서 종자혁명방침, 두벌농사방침, 감자농사혁명방침, 콩농사방침을 제시하였는데 화학공업의 생산정상화와 더불어 대규모 비닐수지가 생산될 경우 북한도 본격적인 비닐하우스 재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감자농사는 북한 국토의 80%를 차지하는 산지를 활용한 농법으로 북한이 굶주림을 해결한 열쇠라 할 수 있다. 콩농사는 콩이 단백질의 재원이기도 하지만 콩과식물은 뿌리혹 박테리아에서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생장에 활용하므로 질소비료를 줄 필요가 없으며 화학비료 살포로 산성화된 토양을 중화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토양의 질을 개선하는데 매우 요긴한 작물이다.

현실에서 북한은 굶주림을 완전히 해결한 채 감자밥을 옥수수밥으로, 옥수수밥을 쌀밥으로 개선하는 단계에서 알곡증산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식량생산에 여전히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데 2011년 북한은 자체적인 비료생산의 증대, 대외무역 등의 형태로 식량공급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주민생활 향상이 제1과제

올해 주목되는 점은 북한이 경공업 발전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을 주민생활 향상의 견지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그들의 목표인 “사회주의강성대국”도 주민생활이 경제적 측면에서도 향상될 때 가능하다며 북한 주민들의 경제적 생활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을 “당적방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북한에서 당적방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직접 결심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주민생활 향상을 제1과제로 설정하고 힘쓰겠다고 밝힌 점은 환영할 만하다. 지난 2010년, “경공업과 농업”이라는 구체적 분야를 공동사설에 적시한 이후 북한은 주체철, 주체섬유, 주체비료 공정 등의 성과를 내외에 과시하였다. 올해에도 북한은 경공업 분야의 여러 성과들을 널리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와 동북아 주변국들이 북한의 구상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나가 교류를 활성화하고 협력을 공고히 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