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탈북자 박모씨. 얼굴이 알려지기를 꺼려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성탄절 연휴가 지난 27일, 흰눈이 간간히 내비치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는 1인 시위에 나선 여인이 있다. 본명을 밝힐 수 없는 처지라는 30대 중반의 탈북자 박모씨.

화창한 5월부터 시작된 1인 시위는 삼복더위를 지나 엄동설한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박씨의 억울한 사연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탈북자들의 사연 하나하나가 그렇듯이 박씨의 파란만장한 여정 역시 눈물 없이 듣기 어려운 숱한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가 이렇게 오랜 기간 1인 시위에 나선 사정은 각별했다.

남한에 있는 친척들의 도움으로 중국에서 태국을 거쳐 지난해 천신만고 끝에 한국행에 성공했지만 태국에서의 생활은 기억하기조차 싫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300여명의 탈북자가 80여평의 좁은 한국대사관 탈북자 수용소에서 생활하다 보니 사소한 싸움이 다반사였고, 박씨도 시비에 말려드는 바람에 제재를 받아 태국의 ‘외국인 수용소’로 추방됐다. 그러나 외국인 수용소는 바퀴벌레가 온몸을 물어뜯을 정도로 환경이 열악했고 같은 기간에 태국에 들어온 탈북자들이 모두 한국으로 떠난 뒤에도 박씨는 홀로 남겨져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한 달 반이 더 지나서야 한국에 올 수 있었다.

‘또 다른 조국’에 들어온 박씨는 합동심문센터에서 국정원 조사를 받으면서 그나마 인간적인 대우를 받았고, 태국에서 당한 억울한 사정을 토로해 하루라도 빨리 조사기간을 마치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국정원 관계자의 권유로 A병원에서 신경환자 진단서를 발급받으려 했지만 한 차례의 외진으로는 진단서를 뗄 수 없다는 규정에 때문에 실패하고 탈북자들이 통상 거치게 돼 있는 하나원으로 이첩됐다.

박씨는 하나원에서도 자신의 억울한 사정이 반영되지 못한 데 이의를 제기하며 단식을 벌이는 등 저항했고, 하나원은 자체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 상담 형식을 취해 약물을 복용케 해 전신이 무력화된 상태에서 B정신병원에 박씨를 강제 수용했다.

박씨는 진정서에서 “세 사람의 남자를 시켜서 나를 질질 끌고 계단을 거쳐 독방에 있는 침대에 두 팔과 두 다리를 밧줄로 꽁꽁 묶어서 하룻밤을 구속시키는 등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취할 수 없는 비인격적인 인간이하로 취급하고 동물처럼 학대”당했다고 기술했다.

박씨는 정신병원에서 준 약을 강제로 먹어야 했고, 약 중독 현상으로 침이 나오지 않아 밥을 먹기 힘들고 머리가 빠지고 얼굴 피부가 벗겨지는 등 전형적인 강제적 정신병원 수감생활을 해야 했고, ‘탈북 브로커’가 대가를 받기 위해 친척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친척들이 하나원 출소 기간이 지났는데도 박씨가 나오지 않는 것을 알아내 두 달 보름 만에 정신병원 문을 나설 수 있게 됐다.

박씨는 “친척들이 있어서 살아 나왔지, 지금까지도 병원에서 못 나왔을 것”이라며 “언제 나올 수 있을 지 알 수 없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병원에서 간신히 벗어난 박씨는 남한 땅에 적응하기 위해 공장 생활을 전전했지만 태국 수용소와 정신병원을 거치면서 몸이 망가져 입원수술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자 하나원과 B정신병원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하고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통일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통일부는 지난 7월 B정신병원 입원조치에 대해 “다른 (하나원) 교육생과 함께 교육받기가 어렵다고 판단되어, 부득이하게 B병원으로 입원조치 한 것”이라며 병원에서 투약수위 조절, 환자 집중관리장소(독방) 배치 등은 확인하면서도 “B병원측은 동 조치가 ‘정신보건법’에 따른 합법적인 조치였다는 입장”이라고만 통보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또한 피해보상에 대해서는 사법기관 판단사항이며, 가혹행위는 국가인권위로 문의할 것으로 권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 본인은 본 바도 없는 ‘A병원’ 진단서가 박씨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의 근거자료로 나타나기도 했다.

▲ 2010년 11월 29일자 국가인권위 결정문.
신원보호를 위해 사진 일부를 편집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에 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7일 통일부장관에게 하나원 직원 전 모씨를 징계조치할 것과 하나원 원장과 의사를 경고조치 할 것, 강제입원으로 입은 손해를 배상할 것을 권고했으며, 하나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시행을 권고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B정신병원 원장에게 정신과전문의 C 의사와 원무과장을 경고조치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28일 통일부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받았고, 어떻게 처리할지 입장을 검토 중”이라며 “유관부서와 회의 등을 거쳐 필요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며, 국가인권위 권고는 시한이 명시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B정신병원 측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 권고에도 불구하고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박씨는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서 이렇게 환상을 가지고 찾아왔는데 탈북자라서 힘이 없으니까 누구도 거들떠 본 사람들도 없다”며 “나 같은 사람이 다시는 이 사회에서 나지(나오지) 않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나마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는 B정신병원에서 강제로 약을 먹인 내용 등은 빠졌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통일부) 정착지원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겠다”고 통일부의 확실한 대책을 촉구했다.

(수정, 13:35) (신원보호 조치 2011.1.9 15:00)

밝혀왔습니다.

본 인터넷신문은 지난해 12월 28일 뉴스면 「‘정신병원 강제입원’ 탈북여성, 6개월째 1인 시위」 제하의 기사에서 “B병원에 강제 입원되어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로 인해 얼굴 피부가 벗겨지는 등 피해를 입었으며 우여곡절 끝에 친척이 찾아와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었다”는 탈북여성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 B병원은 “환자의 입원 당시 강제 입원시킨 것이 아니라 박모씨를 당시 보호하고 있던 하나원 측의 의뢰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이고, 환자가 말하는 인간이하의 취급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경리 및 강박은 정신보건법에 의해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에 따라 적법하고 적절하게 취해진 조치이다. 박모씨가 말하는 약물 부작용은 과장된 부분이 있으며 환자의 증상이 호전되어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퇴원 조치한 것이다”고 밝혀왔습니다.

(20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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