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8.9 일 11:34
홈 > 특집연재 > 연재 | 심규섭의 미술이야기
분계선의 달
연합뉴스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01.07.25  12:00:00
페이스북 트위터

어릴 적 TV에 나오는 외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을 보면서 `저게 진짜일까`라는 의심을 했다. 혹시 모두 연출된 것은 아닐까, 이상하게 생긴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상한 곳에서 촬영을 해 사람을 속이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아마도 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멀리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아닐까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세상의 문제가 생기면 로봇 태권V나 마징가Z가 해결할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빈 공책이나 종이에 죽어라고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만 그려댔다.

대학 초년시절에도 마찬가지 고민을 했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은 혹시 조작된 것은 아닐까, 나도 모르게 세뇌된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직접 보고 느껴야만 믿는 그런 성격 때문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의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나는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처럼 외계인의 식민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머리가 굵어져서인지 그 외계인은 노랑머리에 코가 크고,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다. 내가 그림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도 비슷했다. 모든 나라 학생들이 외계인의 모조 석고상을 그리는 줄 알았고, 여성의 몸매는 외계인을 닮아 모두 쭈쭈빵빵한 줄 알았다.
이런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예전에는 그냥 상상하고 의심만 했는데 이제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많이 벌어진다.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내려앉는 것부터 IMF, 대우사태, 정치인들의 행태와 국가보안법, 언론개혁, 주한미군 따위 문제를 접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내가 배운 상식이나 해법과 너무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정말 생각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런 생각이 특별난 것일까? 물론 아니다. 주변의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은밀히 물어본 결과 그들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는 분명 외계인이 있다.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사람들을 교묘히 속이는 에어리언이 있는 것이다. 이들은 인간의 탈을 쓰고, 동족의 언어와 문화를 사용하며, 지적능력도 있는 것이 분명하다. 에어리언들은 웬만해선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들의 숫자는 적지만, 권력과 돈으로 똘마니를 많이 키우는데 먹물께나 먹은 인텔리들을 좋아한다.

특히 외계인들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싸운 `예수나 석가모니`라는 선지자를 역이용해 사람들을 지배하는 능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똘마니들은 기동타격대 역할을 한다. 이들이 주로 사람들을 조종하기 위해 쓰는 방법은 냉전과 군국주의, 극우민족주의, 상업주의, 황금만능주의, 이기주의 따위인데 특히 추상적인 용어를 남발하면서 사람들의 상식을 무너트리는 본토외계인 특유의 용어혼란전술을 잘 쓴다.

이들은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우두머리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국명을 사용한다. 가끔 같은 외계인끼리 분쟁도 일어나고, 지역 특수성도 있다. 우리나라를 지배하는 외계인은 다혈질이라 특히 살육과 권력과 돈, 그리고 영계를 좋아한다.

▶분계선의 달/김승희/조선화/130.3*97/1991

하지만 사람들의 지적능력도 외계인을 능가하고 있다. 이 능력은 억압과 고통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유를 위해 외계인과 오랫동안 싸워온 경험이 쌓인 것이다. 이제 조그마한 반도 땅에도 특유의 단결과 협동심을 발휘한 사람들이 외계인과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수많은 선지자들이 외계인과 대항하기 위해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은 바로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무기이다.

위기를 느낀 외계인들은 발악을 한다. 우두머리 외계인도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무리한 신무기 개발에 열중하고, 국내 외계인들에게 각종 최첨단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과 의식을 마비시키는 노릇을 한 언론이 공격당하자 언론탄압이라는 피해자로 자신을 둔갑시켜 위기를 넘기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돈 많은 외계인도 결합하고, 남을 변호한다는 외계인도 속속 결합하고 있다. 단결과 협동이라는 미덕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계인들도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앞뒤 가리지 못하고 몰려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대치선이 그어지고 있다.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 싸움은 외계인들로부터 잃어버린 자유와 인간다운 삶, 그리고 예술과 끈끈한 연대의식을 찾는 일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미래를 찾는 물러날 수 없는 싸움인 것이다.

연합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