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기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위원)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경제체제를 따지지 않더라도 산업이 발전하면 그에 따른 사회변화도 수반되기 마련이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받았던 “산업화” 과정을 계기로 사회전반적으로 농업국가의 틀을 벗고 비로소 자본주의 경제의 외형을 갖출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살펴보더라도 18세기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을 탈피한 제조업 기반이 형성되었다. 공장이 없는 자본주의를 생각할 수 없듯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산업혁명의 수혜를 독점하면서 비로소 독자적 존립의 근거를 마련하고 구미열강 국가들로 확대되어갈 수 있었다.

산업발전에 따라 사회변화가 수반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라고해서 예외가 아니다. 사회주의 농업국은 대다수 국민들이 1차 산업에 종사하지만 사회주의 공업국은 생산지표면에서 1차 산업의 경제생산액보다 2차 산업의 생산액이 더 크게 되고 자연스럽게 2차 산업의 종사인구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1차 산업에 비해 2차 산업은 대규모 공장, 사업장에 노동자, 근로자들이 집중배치되는 차이를 갖는다. 산업화의 과정을 통해 비로소 해당사회는 집단화의 근거를 마련하고 주거환경의 도시화가 보편화된다.

북한,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의 사회주의 국가들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 국가들은 건국 당시는 명백한 농업국가였는데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2차 산업의 종사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대도시가 출현하게 된다. 평양시 인구는 300만 명에 육박하며 중국 베이징 구역의 인구는 2000만 명을 아우른다.

산업화를 너머 자동화로

2차 대전 이후, 산업화는 지구촌 전반에 걸쳐 파급되었으며 그 결과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과 아시아 일부지역을 제외한 지구촌 대다수 지역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이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그 발전을 추동하면서 산업화는 새로운 지평을 맞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동화 공정이다.

“자동화”는 생산설비의 운영과 나아가 관리까지 기계가 “자동”으로 처리하는 변화로 1980년대부터 단위공정별로 차츰 도입되기 시작하여 최근에는 생산라인 전반으로 확장되는 추세에 있다.

주목할 점은 “자동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는 고용인구의 감소다. 고용인구 감소는 1차 산업과 2차산업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일례로 100명이 동원되어 가을추수하던 것을 콤바인을 도입하면 콤바인 운전수 1명이 100명분의 일을 할 수 있다. 콤바인 공장을 자동화하게 되면 1000명이던 공장노동자는 100명 수준으로까지 줄어들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자동화의 결과로 필연적으로 “실업”이 증가하는 것이다. 물론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줄어드는 “고용”은 기술개발 부문에서 다시금 “고용시장”을 형성하여 사회적으로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술”도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될 수 있는바 구태여 다수 연구인력을 고용할 필요 없이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으로 비용지출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자동화가 보급됨에 따라 생산직 노동자 못지않게 관리직 노동자와 연구개발진의 역할이 증대되고 이는 사회전반적으로 사무직노동자들을 널리 양산하게 된다. 그 외에 줄어드는 인구는 “자영업”에 종사하면서 광범위한 고용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활동으로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이 경우, 고용감소가 과도하게 이뤄지면 사회 전반적으로 실업이 늘어나 고용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감소하며 “고용”에서 밀려난 수많은 사람들은 “자영업”에 내몰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 사이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대학교를 가야하며, 점수 높은 대학을 들어가는 것이 한국 모든 청소년들의 꿈을 대체해버리고 있다. 대학입시 이후에는 대입을 능가하는 취업입시가 기다리고 있다. 굳이 대기업 입사가 아니더라도, 너무나 무분별하게 늘어난 자영업자는 생존을 위해 이웃집 가게와 “출혈경쟁”을 벌여야 한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동화”의 결과로 기업생산성이 향상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지만 이와 동시에 실업증가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노동자 간 경쟁이 격화되는 부정적 효과도 함께 나타나게 된다. 국가는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의 자동화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자동화가 구현되면 어떠한 현상이 나타날까?

사회주의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자동화”의 결과, 고용인구가 감소한다. 사람이 하던 가을추수를 콤바인이 대체하면 100명이 필요하던 것이 콤바인 운전수 1명으로 해결되는 것은 남북한이 똑같다. 사회주의 경제에서도 공장설비가 자동화되면 제조업 고용인구는 줄어들게 된다.

줄어든 고용인구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일시적 “실업” 상태를 피할 수 없다. 사회주의 당과 국가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을 피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사회주의 정당은 “자동화” 이후 줄어든 고용으로 남는 잉여자금을 기술개발 부문에 투자할 수 있다. 사회주의 경제는 국가가 통제하는 계획경제이므로 “기술”이 상품이 되기 어렵다. 물론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상당부분 받아들인 중국은 예외가 되겠지만 북한, 쿠바 등의 국가에서 미국회사에 “로열티”를 지불하고 기술을 베낄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0이라 할 수 있다. 결국 현 시기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스스로 기술개발을 책임지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생산발전을 추구할 수 없다.

사회주의 경제에서는 자본주의처럼 광범위한 “자영업”이 형성될 수도 없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는 사회주의 정당과 국가가 상품의 유통, 배급과 나아가 서비스 업종 전반까지 관리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점원은 자영업자가 아니라 백화점 진출업체의 직원이듯이 사회주의 국가의 “국가봉사망”에 망라된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당연히 “개인상인”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고용된 근로자들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사유재산에 기초한 자영업이 광범위하게 생겨난다면 그 국가체제는 중국과 같이 자본주의화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정당과 국가는 자동화 결과 고용 중단된 인력을 교육 부문에 배치, 광범위한 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 인력을 적극적으로 늘려 국민들의 문화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농장과 공장으로 출근하던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국민들이 새로 마련된 대학과 연구소, 사무소로 출근하는 사회분위기의 질적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대자본가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수천억 달러의 자본이 산무더기처럼 쌓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회주의 국가는 “자동화” 과정으로 생산이 늘어난 만큼의 역량을 광범위한 고급기술인력 양성에 투자할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북한 CNC 과정도 그러한 측면에서 고찰할 때 향후 북한사회의 변화를 전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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