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어지는 게 더 걱정이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31일, 금강산호텔 각 객실에서 진행된 97가족(남측 상봉단 436명, 북측 방문단 110명)의 개별상봉에서는 만남의 기쁨과 다가올 이별이 불러오는 애틋함이 교차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대형 버스 3대에 나눠타고 금강산 호텔에 도착한 북측 가족들은 남측 가족들에게 전달한 선물을 담은 가로 세로 40~50cm 크기의 종이 가방을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가방 안에는 술,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 등이 보였다. 일부는 도자기 등을 가져오기도 했다. 남북 가족들은 상봉 첫날인 30일의 상기된 표정과는 달리 이날 다소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으나 흐르는 눈물을 어쩌지는 못했다.

북측 오빠 김석동(78)씨를 만나러온 남측 여동생 김순자씨는 이날 아침 응급치료를 받기도 했다. 순자씨는 신장이식 수술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이틀간의 긴장과 감정고양의 영향인지 과로로 쓰러졌다가 의료진의 치료를 받고 일어나 오빠와의 잊지 못할 애틋한 만남을 이어갔다.

북측 오빠 최의식(70)씨를 개별상봉한 남측 최예식씨는 "오빠 보러 4남매가 다 왔는데 처음에는 어색해서 오빠도 말씀을 잘 안 하시더니 핏줄이라 당기는지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할 이야기가 어찌나 많은 지.."라고 했다. 예식씨는 "하나 하나 비디오 카메라에 담고 있다"면서도 "내일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쉽다"고 애틋해했다.
북측의 리화춘(81)씨는 남측에 7명의 동생이 모두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운 일"이라며 부둥켜안고 반가워했다. 남측에는 2명의 남동생과 5명의 여동생이 살고 있는데 상봉 인원이 5명으로 제한돼 있어 할 수 없이 여동생 2명은 함께 하지 못했다. 화춘씨는 오매불망 딸을 보고 싶어 했던 모친이 지난해 11월 숨을 거뒀다는 소식에 "1년 만 빨리 만났어도..."라며 안타까워했다. 남측 여동생 연화(69)씨도 "어머니 첫 제사가 며칠 남지 않았다"며 눈물을 훔쳤다.
북측의 윤창기(82)씨의 남측 동생 인기(72)씨는 "형님이 지금도 방직공장에서 기술자로 일하신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그런지 형님의 손톱에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고 전했다. 인기씨는 "형님이 여든이 넘은 나이인데도 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보여 정말 기쁘다"고 했다.

북측의 동환길(76)씨를 만나러 외금강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개별상봉 장소인 금강산호텔로 온 남측의 누나 순희(81)씨는 '상봉이 여러 차례로 나눠져 있고 장소도 매번 달라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괜찮다 운동도 되고 좋지 않느냐"고 말했다. 60년 만에 남동생을 만난 기쁨에 몸도 마음도 가볍다는 순희씨는 양말 속옷 등 선물 꾸러미를 양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올랐다.
2시간 남짓 비공개로 진행된 개별상봉에 이어 공동 중식이 이어졌다. 오후 4시부터는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 1층 대연회장에서 전날 오후와 마찬가지로 두시간 남짓 단체상봉이 진행된다. 1일에는 오전 9시부터 작별상봉을 갖고 2박3일간의 상봉행사를 마무리한다.

관련기사
금강산=공동취재단/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