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26일∼10월 1일 이뤄진 이산가족상봉 이후 13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상봉행사는 북측 신청자가 남측 가족을 만나는 1차 상봉(10월 30일∼11월 1일)과 남측 신청자가 북측 가족을 만나는 2차 상봉(11월 3일∼5일)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1차 상봉에는 북측 방문단 97명이 재남가족 447명을 상봉하고, 2차상봉은 남측 방문단 96명이 재북가족 207명을 만난다.
30일 금강산을 찾는 1차 상봉 가족들은 집결일인 29일 오후 2시 속초 한화콘도에서 등록이 시작되자 북측 가족에게 전해줄 가방을 맡기고, 숙소를 배정받는 등 서둘러 등록을 마쳤다.
남측 가족들은 대부분 한국전쟁 때 헤어진 북쪽 가족을 60여년 만에 만나게 돼 기뻐하면서도 떨어져 지낸 옛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었다.
동생 진병규(77)씨를 만나려고 전날 미리 전라도 장성군에서 집결장소로 올라온 진서옥 할머니는 "서울에서 과자공장 다녔던 오빠가 '서울 가서 돈 많이 벌어서 비단구두 사올테니까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고 말하며 나갔다. 오빠 만나면 '비단구두 사갔고 왔어?'라고 물을 거다"라며 "너무 많이 울 것 같아 손수건 4개를 새로 사왔다"고 말했다.

북측 동생 리경수(74)씨를 만날 예정인 이옥란, 이정란 할머니는 휠체어를 타고 집결장소인 속초 한화리조트를 찾았다. 리경수씨의 조카 윤기양씨는 "지난해 생사확인까지 했는데 결국 만나지를 못해 두 분이 한달 정도 식사를 못하실 정도로 상심하셨었다"면서 "두 분이 올해 각각 암 수술과 허리 수술을 받아 멀리 다니시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꼭 만나야겠다고 해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옥란 할머니는 60여년 만에 동생을 만나는 소감을 묻자 "좋지, 너무 좋지"라며 말을 더이상 잇지 못했다.
북측 누나 박분녀(78)씨를 만나러 가는 3형제도 눈에 띄었다. 막내동생 박경렬씨는 "너무 반가워서 당황스러울 정도"라며 "만나봐야 어떤 심정일지 알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측의 딸 우정혜(71)씨를 만나려고 휠체어를 타고 오랜만에 바깥 나들이를 한 남측 최고령자 김례정(96) 할머니는 "어딘가 살아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정말 감개무량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우정혜씨의 친동생인 우원식 전 민주당 의원도 어머니 김례정씨와 금강산 방문길에 나섰다.
한화 콘도 내에 매점은 뒤늦게 북측 가족에게 줄 선물을 사려는 가족들로 붐볐고 이산가족 등록장에 많은 가족들이 한번에 몰려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편 북측 올케(김순녀.75)를 만날 예정이었던 권봉숙(80)씨는 방문단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누락돼 상봉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권 씨의 아들인 김종화(58)씨는 “어머니가 60년 만에 고모를 볼 수 있게 돼서 기대가 매우 컸다”며 “사전에 몇 번을 확인했는데 여기 와서 명단에 없다고 하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대한적십자사(한적) 관계자는 "권씨가 북측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려고 북측과 협의중"이라고 말했다.

의료진 단장인 박윤기 서울적십자병원 박윤기 병원장은 "금강산 호텔, 외금강 호텔에 1팀씩 의무실에 배치된다"며 "참가자들이 대부분 고령이 건강문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관광 지구에도 이산가족들을 맞이할 준비를 거의 마무리 했다. 이번 행사 기간 동안 금강산 호텔, 외금강 호텔 등 숙박 장소와 이산가족 면회소, 온정각 서관의 일부 식당이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식당을 운영할 인력, 기술진, 아르바이트생 등 행사 기간 동안 300여명이 금강산 지구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남측에서 외금강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운영하고, 금강산 호텔에서도 북측 자체적으로 간단한 식음료를 이용할 수 있는 매대가 운영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상봉단 사전 집결지인 속초 한화콘도에는 강원도 적십자사 속초지구, 양양지구 협의회 소속 자원봉사자 120여명이 배치돼 이산가족상봉 참가자들을 접수와 안내를 도왔다.
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한적 김성근 남북교류팀장은 "행사 준비가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상봉자는 고령자가 많이 포함돼 있어 이산가족들이 아무런 사고 없이 원만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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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공동취재단/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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