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결자해지하고 비핵화 의지 보이라는 게 다른 의미가 아니고 75만톤 중유 받은 것 만큼은 (불능화) 하라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20일 낮 기자들과 만나 6자회담 재개의 조건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75만톤 중유 받은 것 만큼'의 조치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검증팀 복귀와 핵시설 모라토리엄(동결) 선언을 예시했다.

"돈 준 만큼 저쪽(북한)에서 조치가 있었으면 지금 당장 (6자회담을) 시작해도 좋은 데 그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다.) 입금은 다 됐는데 이 사람들이 뭐 한다고 그래놓고 뒤로 물러버렸으니까. 그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우리 생각만 그런 게 아니라 미.일.러도 다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방한한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러시아측 6자회담 수석대표도 중유 지원 비용으로 1억 달러나 썼는데 북한이 불능화 역행조치를 취했다고 불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다만, "중국은 북한 입장이 있으니 강하게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랜드바겐, 5자간 공동의 이해 있어"

그는 회담이 재개되면 이명박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바겐에 따라 협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잘게 잘라서 합의하고 이행하자는 것이나 그 경우에는 북한이 언제든 되돌릴 수 있으니 "앞에서 큰 틀에서 뒤에 것까지 로드맵으로 합의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 대 행동으로 가자는 것"이라고 이 방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5자 간에는 이런 방안(그랜드바겐)이 유효한가에 대해 공동의 이해가 있다"고 주장했다. 6자회담이지만 미.북회담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듯 5자가 하나의 안을 가지고 북한과 협상하는 게 바람직하며, 5자를 대표해서 한국이 북한과 협상할 용의가 있으나 만약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고집한다면 위임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그랜드바겐에 대한 중국의 동의 여부'에 대해, 이 당국자는 "중국도 '대교역'이라고 해서 개념은 받아들인다고 한다"고 전했다.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대해서는 "어차피 9.19공동성명도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우라늄농축프로그램 및 장거리 미사일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서 로드맵에 넣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나아가 "현실성 문제는 북한과 딜리 있는 한 언제나 마찬가지"라며 "북한도 어느 정도 (양보할) 마음을 먹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10년간 (남측의) 지원을 많이 받았는데 본질적인 부분은 변화가 없다"면서 "지원이 들어가면 군사적 신뢰구축이라도 좀 있고 좀 잘 사는 게 있어야 하는 데 계속 가난하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이 당국자는 "(천안함 사과가) 6자회담 재개와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북한도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뭔가 구체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는 말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을 에둘러 주문했다. 이 때문에 천안함-6자회담 연계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이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천영우 카드, 남북관계 및 대중 외교 고려

이명박 대통령이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카드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천 수석이 6자회담을 통해 북한과 만나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와 (북핵)외교를 중시하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아울러 천 수석이 과거 유엔 근무시 안면이 있는 왕광야(현 외교부 상무부부장), 추이텐카이(부부장) 등 중국 인맥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는 대중외교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총리실과 청와대가 이미 연구한 게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담당과를 하나 더 늘이고 (가칭) 한.중우호협회 등과 같은 1.5트랙 외교를 확대하며 중국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방안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확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해 5월 중국을 방문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평화 훼방꾼"이라고 했다는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절대 그럴리가 없다"고 펄펄 뛰었다.

그는 당시 배석했던 외교통상부 관계자가 작성한 면담요록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도 그 같은 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박 대표가 시진핑 부주석한테 실수한 거라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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