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선언 세 돌을 맞이합니다. 예전만큼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10.4선언의 정신과 가치를 담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당일에만 6.15남북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념식을 갖고 또 노무현재단도 기념식 및 학술회의, 사진전 등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각 민간단체에서도 그 수는 많지 않지만 성심껏 학술대회나 강연, 기념행사 등을 개최 중에 있습니다.

북측 당국은 대개의 행사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으며, <노동신문>은 4일자 사설에서 10.4선언이 “북남관계발전과 조선반도의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현실적 기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재일 <조선신보>는 “10.4선언이 계속 구현되어왔다고 가정한다면”하고는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관광,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와 협조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아울러 남측의 민주노동당과 북측의 조선사회민주당도 ‘10.4선언 발표 3돌에 즈음한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들 행사들의 공통 메시지는 10.4선언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과 아울러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역으로 10.4선언의 정신이 훼손당하고 또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이 10.4정신에 어긋나 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통상 합의가 깨진다는 것은 합의한 당사자 모두나 어느 한쪽이 부정하면 성립됩니다. 10.4선언의 경우 북측은 그 의의를 강조하고 또 관련 행사를 갖는 것에 비해 유난히 남측 당국만 뒷짐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10.4선언은 파기된 것일까요?

그렇게만 볼 수는 없습니다. 국가 간 합의는 한쪽이 파탄내면 깨지지만 민족 간 합의는 한쪽이 부정한다고 그리 쉽게 죽는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합의가 갖는 생명력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천안함 사태가 발생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태로까지 갔지만 10.4선언의 8대 합의사항 중 하나인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필요성의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최근에는 역시 10.4선언의 합의사항인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문제가 남북 간에 논의 중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10.4선언은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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