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딸의 특혜 채용 논란에 책임을 지고 결국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 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특혜’ 사안이 너무 크고 절박합니다. 사실 유 장관은 진작 물러났어야 합니다. 최소한 천안함 외교 실패에 대해 책임을 졌어야 합니다. 이미 정책 과오로 사퇴했어야 하는데 집안 단속을 잘못해 물러난다는 것이 다소 씁쓸할 뿐입니다.

사퇴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유 장관의 딸이 지난 7월 공고한 자유무역협정(FTA) 통상전문계약직 공무원 특별채용 시험에 지원, 단독으로 합격돼 특혜 논란이 제기됐던 것입니다. 특혜 논란이 불거지자 3일 유 장관은 딸의 특채 응모를 취소하는 형식으로 진화에 나섰으나, 이명박 대통령이 ‘개탄’하며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이어 사퇴 여론이 걷잡을 수 없게 확산되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이 대통령의 결단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 장관 사퇴는 지난 8.8개각에서 김태호, 신재민, 이재훈 후보자들의 낙마와 맥을 같이 합니다. 이들의 특혜와 거짓말,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탈세, 쪽방촌 투기 등 온갖 비리는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8.15경축사를 통해 국정 기본방향으로 제시한 ‘공정한 사회’ 구상과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정부는 ‘불공정한’ 장관들을 줄줄이 낙마시킴으로서 ‘공정한’ 사회 구상의 체면을 세웠습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만시지탄의 영역이 있습니다. ‘공정한 사회’란 ‘공정한 남북관계’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천안함 5.24조치에서 보듯 외교ㆍ통일ㆍ국방장관들은 모두가 ‘불공정하고 일방적인’ 대북정책을 편 장관들입니다. 이들은 북한과 대화나 교류가 아닌 단절과 대결을 조장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통일ㆍ국방 분야에도 새로운 진영을 짜서 ‘공정한’ 대북 접근을 시도해 보는 것도 하나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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