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실(한상렬 목사 부인,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한 목사의 방북은 6.15공동선언을 살리고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한 사생결단이었습니다


한상렬 목사가 방북한 지 53일이 되었습니다. 그는 6월 22일 평양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북녘땅에 머무는 동안 “백두에서 한라까지 온 고을 방방곡곡 우리민족 통일평화 한몸평화 만세기원의 발걸음”을 시작하리라고 밝혔습니다. 북녘조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북녘동포를 직접 만나 뜨겁게 6.15를 노래하고 춤추면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자고 온몸으로 호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53일 동안 한 목사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북녘땅 곳곳을 다니면서 청년, 여성, 노동자, 농민, 교사, 언론.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사람들과 진솔하고 정감이 넘치는 만남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도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사리원미곡협동농장 농민들과 함께 활짝 웃으면서 손뼉을 치시는 모습은, 무척 좋을 때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시며 웃었던 모습 그대로입니다.

청년을 만났을 때는, 진정한 역사변혁은 자기변화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면서 관성주의, 패배주의, 좌우극단주의, 물질주의, 분열주의를 극복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6.15 북측위원회 여성본부와의 만남에서는 여성의 유연수용성, 단일연대성, 운동저력성, 순결정화성, 겸손끈기성, 생명평화성을 장점으로 이야기하면서 6.15 살리는 길에 남녘, 북녘 여성들이 앞장서주기를 요청했습니다. 삼지연 군민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남북이 통일연인으로 살아 통일동이를 낳자고 말하면서 통일을 위해 사생결단을 하자고 했습니다. 그는 사생을 ‘네 가지 삶(四生)’으로 바꿔 말하면서 ‘믿어야 산다, 알아야 산다, 뭉쳐야 산다, 죽어야 산다’, 이 네가지 삶을 결단하자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노동자들과의 만남에서는 북의 자력갱생정신을 높이 사면서 통일도 외세의존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의 자주적인 힘으로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농민들과의 만남에서 농사중의 농사는 통일농사라고 했습니다. 한 알의 곡식이 익기 위해 땅, 물, 해, 바람 등 자연만물과 사람이 합동.협력하듯이 다양한 입장과 견해, 주의 사상, 이념을 초월하여 남녀노소 함께 하는 통일농사를 짓자고 했습니다. “진정 애국, 애족, 애심이 있다면 얼마든지 대동단결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애국애족의 기준은 바로 6.15입니다. 6.15야말로 이 시대 참 통일의 길이요, 참 평화의 길입니다. 6.15를 부정하는 자는 민족을 부정하는 자입니다. 6.15를 거부하는 자는 통일을 거부하는 자입니다. 6.15를 버리는 자는 평화를 버리는 자입니다. 6.15를 살리기 위하여 더욱 열심히 친남친북, 연남연북합시다. 여러분은 열심히 친남연남해 주십시오.” 이 모든 내용은 한 목사가 평소에 주장했던 것들로서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에 의거하여 우리민족끼리 서로 친남친북, 아니 더 나아가 연인처럼 연남연북하면서 통일의 길로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적대정책이야말로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안함 사건을 빌미로 삼아 전쟁불사까지 외치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고 있는 그의 태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 부었습니다. 북녘 땅에 와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이 마음이 아프지만,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진실이 밝혀져야 하므로 이런 말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심정도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천안함 늪에 빠져 결국 자기도 망치고 나라도 민족도 망치는 불행한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기도하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한 목사의 발언은 보수진영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강한 반발과 저항을 불러왔습니다. 수많은 보수논객들이 앞을 다투어 인터넷을 도배질하면서 한 목사에 대한 욕설과 비방과 저주를 쏟아 부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칠골교회에서 한 목사가 했으리라는 자신의 상상을 기도문으로 만들어 유포시켰으며, 보수인터넷언론인 <인사이드월드>와 <뉴데일리>는 이 기도문을 사실로 둔갑시켜 보도함으로써 한 목사를 맹목적인 빨갱이, 매국노로 낙인을 찍었습니다. 특히 이 두 언론은 “한상렬목사가 ‘대한민국 멸망’을 기도했다”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이 보도가 인터넷검색 1순위를 차지하게 했는데, 한 목사를 잘 모르는 수많은 네티즌들로 하여금 그를 과대망상증에 빠진 돈키호테로 간주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기도문이 조작이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상황을 변화시키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황당무계한 조작사건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이제 보수언론이 객관적인 사실을 가장하며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한 목사의 기자회견문 중에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부분만을 발췌하여 편집함으로써 여론몰이의 백미를 장식했습니다. 그러자 여기에 힘을 입은 보수진영에서 한 목사를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했고 보수교단인 한기총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했으며, 드디어 검찰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합니다.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보는 듯합니다. 보수단체, 보수교단, 보수언론, 보수권력이 합심하여 한 사람을 중죄인으로 몰아가는 모습은 헤로데왕, 로마총독, 성전세력가들이 합심하여 예수를 십자가형으로 몰아가는 모습을 연상시켜주었습니다.

검찰은 한 목사가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방북했다는 점, 천안함 사태의 책임이 남한 정부에 있다고 지적한 점, 그리고 북한체제를 찬양한 점을 들며 한 목사를 국가보안법 혐의로 체포, 조사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 이명박 정권 들어서서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진행해온 방북승인 여부 결정은 정당하고 공정한 법리적 기준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편파적인 정치적 태도에 기초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의 방북불허에서도 나타났듯이, 통일부는 현 정권의 대북적대정책에 맞장구를 치며 민간교류를 앞장서서 가로막는 역할을 해왔으며, 6.15공동행사까지 불허할 정도로 반통일적인 행태를 취해왔습니다. 특히 6.15남측위원회의 실무접촉을 선별적으로 불허함으로써 현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에 대한 탄압 차원에서 방북불허를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습니다. 6.15를 살리고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과제가 눈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통일부의 승인여부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현 위기상황을 방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한 목사는 통일부가 그어놓은 금을 넘어 목숨을 걸고 방북을 결행한 것입니다. 통일부의 허가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통일부의 반통일적인 행태를 물어야 합니다.

한 목사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것이라면 통일부는 헌법을 어긴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헌법의 전문에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는 문구가 명문화 되어 있습니다만, 현 정부는 헌법의 정신을 명백히 훼손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북해외 동포가 연대해서 6.15정신을 실현하여 통일을 지향하겠다는 6.15공동위원회의 활동에 제동을 걸고 북한주민 접촉을 불허하는 것은 민족의 단결을 저해하고 정의와 인도주의에 입각한 동포애를 차단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천안함 사태의 책임이 남한정부에게 있다는 한 목사의 발언은 국가보안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짐작컨대 이것은 천안함 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부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을 이롭게 했다는 논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조사발표가 의혹투성이라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유엔안보리에서 남한정부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채택된 의장성명에서 북의 소행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고, 러시아 정부도 좌초에 의한 기뢰폭발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1번 어뢰’, ‘어뢰 흡착물’, ‘어뢰 설계도’, ‘물기둥’ 등과 관련하여 수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어설프고 왜곡 투성이인 조사결과를 가지고 북의 소행이라고 단정짓고 전쟁불사까지 외치는 정부의 태도야말로 오히려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입니다.

정부는 이미 천안함 관련 유인물을 뿌렸다는 이유로 대학생 두 명을 구속시켰고 명예훼손 고발 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선거법, 국가보안법 등으로 협박하고 구속하는 정부의 태도는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반헌법적인 태도입니다.

셋째, 북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이 무조건 국가보안법에 위촉된다는 법리해석은 이미 그 실효성을 잃은 지 오래됩니다. 현 정권은 극구 부인하고 싶겠지만 북은 이미 반국가단체가 아닙니다. 6.15공동선언에서 밝혔듯이 북은 남과 함께 통일을 이루어갈 동반자와 주체입니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비방과 적대감을 씻어버리고 서로 열심히 친남친북하면서 신뢰와 동포애를 회복해야 합니다. 남이 장점이 있는 것처럼 북도 장점이 있는 나라입니다. 북이 남의 장점을 무시하고 단점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당한 것처럼 남이 북의 장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단점만을 끄집어낸다면 그것 또한 남북화해를 위한 적절한 태도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북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을 도모하고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지키는 행동입니다. 우리와 함께 통일을 이루어야 할 북이 많은 장점을 가진 국가일수록 우리는 더욱 기뻐해야 합니다.

북에 대한 생각은 다양합니다. 그런 다양한 생각은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판단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다양한 남북교류와 접촉으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함께 통일을 이루어나갈 동반자의 관계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 정부처럼 북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북에 대한 긍정적인 발언을 무조건 고무찬양으로 돌린다면 통일은 더욱 멀어질 것이며, 남북대결을 심화시키고 국가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지금의 상태가 지속될 것입니다. 한 목사는 북을 반국가단체로 보지 않습니다. 통일을 위한 동반자요 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를 원하는 국가로 보고 있습니다. 북에 대한 한 목사의 발언은 한 목사가 10년이 넘도록 북을 오가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내용을 진솔하게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생각을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재단해서 처벌하기에 앞서 한 목사의 말대로 북의 진정성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적대적인 관계에서 협력관계로 변화해야하는 것이 통일을 원하는 정부의 태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어떠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도 없이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단정지을 만큼 북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조장하고 있으며, 이것을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함으로써 국가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고 있습니다. 천안함 사건을 북의 소행으로 단정지으면서 북을 악의 축으로 생각하고 북의 붕괴를 바라는 사람들의 눈에는 한 목사가 빨갱이요, 매국노일 것입니다. 그러나 북이 천안함을 어뢰로 폭파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악의 축이 아니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그들은 기뻐할 것인가, 아니면 싫어할 것인가를 묻고 싶습니다. 북이 악한 나라라는 전제만이 자신의 기득권을 존립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존립도, 통일도, 한반도의 평화도 원하는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한 목사의 방북은 6.15공동선언을 살리고 한반도의 전쟁을 막기 위한 사생결단이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적대정책을 비판하고 평화에 대한 북의 진정성을 피력하려 한 것은 바로 한반도의 전쟁을 막고 남북 화해협력의 관계로의 전환을 촉구하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한 목사가 두려워하는 것은 국가보안법도, 감옥도, 비방도 아닙니다. 바로 남북이 6.15공동선언 이전으로 돌아가 또다시 반목과 비난과 불신에 사로잡혀 민족역량을 낭비하는 것, 지난 십여년간 어렵게 만들어 낸 공동번영의 토대, 상호 신뢰의 디딤돌이 파괴되는 것,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지금 한 목사는 나라의 통일과 평화를 염원하는 온 겨레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한쪽이 망하면 함께 망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이 되면 못 살 하나임을 뼈저리게 새겨야 합니다.”

* 이 글은 범민련 남측본부 기관지 <민족의 진로> 2010년 7월호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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