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의 한 작목반에서는 매년 여름피서지로 볼음도를 선택하여 1주일정도 캠프를 연다. 작목반 총무인 친구가 농업문제에 한참 심취해 있는 우리아들에게 이 캠프에 가자고 권했고 아들도 쾌히 응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제 볼음도에서 북한제 목함지뢰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어 급히 소식을 전했더니 작목반에서는 볼음도 캠프를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실로 안전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친구를 크게 질책했다.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무모하고 무책임하기 그지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작목반의 그런 결정에서 가뜩이나 구제역 때문에 울상이었던 강화주민들이 피서철 관광수요에 기대를 한껏 걸고 있다가 목함지뢰 발견으로 관광객 발길을 돌리는 현실이 안타까워, 같은 지역주민끼리라도 위로가 되자는 안타까운 심정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구제역 소를 우리끼리라도 살처분에서 구해내자는 생각이 대책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이 이 또한 자멸대책일 수밖에 없다.

구제역에 대한 근본적인 방역대책만이 유일한 대책이듯 지뢰유실문제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된다. 군과 군청은 철저히 해안을 통제하고 인명사고가 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지뢰유실사고가 발생했고 거의 예외없이 1년에 한두 번 꼴로 유실지뢰에 의한 살상사고가 발생했다. 올해만도 KBS와 EBS에서 지뢰문제를 다룬 1시간분량의 다큐가 방영예정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인지뢰문제가 사회적문제로 대두된 이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다름 아닌 유실지뢰문제였다. 지금까지는 한탄강.임진강.한강 수계에 인접한 전방지대의 지뢰지대나 탄약고에서 발생한 지뢰유실로 문제가 되어왔다.

합참의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전방지역 지뢰제거작전에도 불구하고 유실지뢰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시기를 놓친 때문이다. 지뢰가 유실되기 전에 제거해야 하는데 이미 유실된 지뢰들이 강과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는 것이다. 지뢰는 유실되는 순간 통제불능으로 누군가가 밟기 전까지는 발견조차 힘든 것이다.

이번처럼 북한의 지뢰가 남한까지 대규모로 유실되어 오기는 처음이다.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하천은 개풍의 삼달리 수로 같은 작은 수로에서부터 사미천, 한탄천 같은 하천규모와 임진강, 사천강, 예성강등 강규모까지 다양한 수계를 이루고 있다. 한편 남에서 북으로 흐르는 하천으로는 역곡천이 있다. 이들 모두가 지뢰의 유실통로이다.

남북간에 하천이 공동관리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피해는 작년의 황강댐 방류같은 사건만이 아니다. 남북의 하천을 국제하천조약에 준하여 공동관리하는 것이 시급하다. 남북하천공동관리에서 지뢰유실문제만을 좁혀서 본다면 남북한 접경지역하천의 지뢰지대를 우선 제거하는 협의에 시급히 돌입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지뢰가 남으로 유실될 가능성이 있는데 비해 남한의 지뢰가 북한지역으로 유실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적으므로 북한에 주도적으로 지뢰제거를 요청하는 협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에서 이러한 제안을 일방적으로 받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지역 하천계의 지뢰제거에 상응하는 남측에서의 군사적 보상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남측에서는 구식 매설지뢰를 제거해 가고 있으며 대신 스마트지뢰라 불리는 신식지뢰살포기를 도입하는 과정에 있다. 지뢰전력이란 측면에서만 본다면 북한지뢰제거에 대한 보상으로 남한지뢰제거 및 지뢰살포기 도입 철회 같은 보상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 당장은 인도적차원에서 북이 유실된 지뢰의 수를 정확히 조사하여 남한에 통보해줄 것을 요청해야 한다. 유실지뢰의 수량을 정확히 알면 지뢰제거작전의 범위와 목표선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남북이 공동으로 국제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 일명 ‘오타와 프로세스’에 동시 가입하여 공동으로 지뢰제거작업에 돌입하고 지뢰제로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는 남북간의 긴장이나 갈등으로 조약이 무효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국제적 보장틀이 된다는 점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치이다.

임진강과 한강하구를 통한 지뢰 유실사건은 이들 강이 더 이상 남이나 북 어느 한쪽에 속한 강이 아닌 국경하천이자 국제하천임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사실을 자연은 이런식으로 경종을 울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뢰유실은 군사분계선 상류댐의 방류보다 더 예측불가하다는 점에서 남북간에 고도의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남북 모두 국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매설한 지뢰가 교전주체가 될 수 없는 애매한 민간인을 공격하는 현실은 국가안보가 민간인의 무고한 희생위에 서있다는 모순과 자가당착에 다름아니다. 이는 남북 모두 민간안보라는 차원에서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대인지뢰가 군사적으로도 무용하다는 것은 이미 홀링스워즈나 슈와츠코프 같은 미국의 장성들이 대인지뢰금지운동에 적극 참여하거나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증명된다. 미국과 남한은 이미 북한의 화학무기폐기를 유도하기 위해 화학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하였고, 핵무기 철수선언을 일방적으로 단행하기까지 하였다. 군사적 효용성이란 측면에서 대인지뢰와 비교할 수없는 이들 무기조차 주도적으로 축소, 폐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마당에 지뢰에 대해 그렇게 못할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장마철만 되면 시민들이 무방비상태로 유실지뢰에 노출되는 사태를 남북한 당국은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밤새 이글을 쓰고 잠깐 쉬는 사이 건평리 이장님이 건평리포구 선착장에서도 목함지뢰가 발견됐으니 주민 여러분들은 해안가 출입을 자제해 달라며 풀죽은 목소리로 방송을 하신다. 강화도는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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