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의 첫 상봉을 TV로 시청하던 사람들은 김대중 대통령을 평양 순안공항에서 맞이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파격적인 대우를 기억할 것입니다. 당시 파격 중에서도 파격은 차량 동승이었습니다. 최근 발간된 <김대중 자서전>에서 김 대통령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나와 김 위원장은 차량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 김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오른쪽 뒷좌석에 올랐다. 그런 다음 김 위원장은 뒤로 돌아 뒷좌석 왼쪽에 탔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파격이었다.”

그간 이를 두고 뒷말이 많았습니다. 가장 먼저 ‘경호 공백’이라는 지적이 뒤따랐습니다. 김 위원장이 부친인 김일성 주석의 김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는 설도 있고, 단박에 통일 문제에 대해 논의를 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미국 CIA가 두 정상의 차내 밀담 내용을 포착했다는 설도 나왔습니다. 모두가 억측일 뿐입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느 정도 벗겨졌습니다. 계속해서 김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때 차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 했다. 사실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연도에서 붉은 꽃술을 흔들며 수십만 명이 열광적인 환영을 했고, 솔직히 나는 그 광경에 압도되었다. 자연 우리는 그 광경을 외면할 수 없었다. 다만 김 위원장이 마음을 놓으라고 얘기하며 ‘북에 오는데 무섭지 않았습니까, 무서운데 어떻게 왔습니까’라고 말했다.”

두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함께 이동한 시간은 55분입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김 대통령의 말처럼 평양시민들의 환영에 압도되고 또 응답을 하다가 김 위원장과 대화를 많이 나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일부러 동승을 했기에 무언가 내용이 더 있음직한 것도 사실입니다. 만약 있다면, 그 나머지는 김정일 위원장의 자서전이나 기록물에서 밝혀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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