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전면적으로 재조사를 실시하라.
대규모 한미연합 전쟁연습 즉각 중단하고 대북군사대결 정책 철회하라.
정전협정 폐기하고 평화협정 체결하라.


지난 7월 25일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천안함 진실규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공동행동’ 주최의 ‘정전협정 57년, 천안함 진상규명,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평화협정 체결 촉구대회’에서 채택된 미국 정부에 보낸 촉구 서한 골자이다.

이날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은 유엔안보리 의장 성명과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 성명에 반하여 ‘불굴의 의지’라는 이름으로 감행되고 있는 한미연합 훈련을 강도 높게 규탄하며 전쟁연습기간 전국 각지에서 농성과 촛불 시위, 기자회견, 1인시위 등을 통해 전쟁연습 중단과 미군 없는 평화협정 체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실현하기 위해 폭넓은 조직을 확대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분노했듯이 이날 한미연합사는 “미 7함대소속 항공모함 조지 위싱턴 호가 이지스 구축함 등과 함께 부산항을 떠나 동해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사건에 대응한 대북군사조처라며 ‘동해 한미연합해상 및 공중전투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한미연합사는 이번 훈련뿐만 아니라 해마다 8월에 감행되고 있는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 - 8.16~26)은 물론 9월엔 서해에서 그 이후엔 남해에서 연말까지 매달 강도 높은 해상훈련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미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 호(9만7천 톤급)를 비롯하여 항모전단을 구성하는 9,200톤급 구축함인 맥켐넬 호, 존 메케인 호, 래슨 호가 함께 하고 수중에서는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1만 8,750 톤급), 공중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정예 전투기인 F-22(랩터)가 동원되고, 한국군도 아시아 최대 규모 상륙함인 독도함(1만 4천 톤급)을 비롯하여 4,500톤급 구축함, 1,800톤급 잠수함, F-15K 전투기 등 핵심전력이 투입되고 있다. 항공모함에만도 미해군의 최신예 슈퍼호넷(F1A-18E/F), 호넷(F/A-18A/C) 전폭기와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 2000) 등 60여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으며 유도미사일, 요격미사일, 함포 등 4,000여개의 폭탄과 전자전 장비 등 첨단무기로 무장하고 있고 작전반경이 1,000km에 이르고 있어 북 전역을 포괄하고 있다.

28일까지 이어질 이 연합훈련은 △연합 전술기동훈련 △대잠 자유공방훈련 △대잠․대공․대함 사격훈련 △연합공군편대훈련 △해상침투 특수전 부대차단훈련 △해저․해상․공중 등 다중 위협에 대비한 자유공방전 훈련 등이 감행된다. 25일 동해로의 함대 이동에 이어 26일에는 해상기동훈련, 27일 어뢰․폭뢰 대공사격 등 해상 사격 훈련, 마지막 28일에는 해상기동군수훈련과 급유 및 물자수송훈련 등을 언론에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연합 훈련에는 한․미 육․해․공군과 해병대 8,000여명과 함정 20여척, 항공기 200여대가 동원되고 특히 훈련기간 일본 해상자위대 대령 등 장교 4명이 조지 워싱턴 호에 탑승해 훈련을 참관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감행하고 있는 대북전쟁연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대북고립 압살정책에 따라 자행되는 각종 북침전쟁연습은 1969년 포커스 레티나(Focus Retina)로부터 1971년의 프리덤 볼트(Freedom Volt), 1976년의 팀 스피리트(Team Spirit), 1975년 한미연합전시증원/독수리 연습(RS01/F.Z), 2008년 키 리졸브/독수리(K.R/F/E)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미국의 대규모 증원군을 수용하여 대기하고 전방으로 이동 한미연합사령관이 지휘하는 전투작전에 통합시키는 전반적인 전쟁연습의 성격에는 차이가 없다. 또 1975년부터 남측의 민․관․군 합동군사 훈련 ‘을지’와 한미연합사의 포커스 렌즈가 통합해(1994년) 실시되어 오고 있는 을지 포커스렌즈 → 을지 프리덤 가디언(UFG)도 같은 한․미합동전쟁연습이고, 세계 최대의 국제 해군훈련인 환태평양 훈련(림팩 - RIMPAC)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 미국 주도의 국제군사훈련도 그 표적을 북에 두고 있다는 데서 미국의 대북적대 정책의 군사적 위협은 집요할 정도이다.

키 리졸브/독수리 연습이나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이 ‘북한군 격멸, 정권 제거, 한반도 통일 여건 조성’을 목표로 하는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 5027에 따른 사실상 북침 전쟁연습이면서도 언제나 방어훈련이라고 하는 반면, 이번 훈련은 북과 중국의 항의에 ‘방어연습‘’이라고 하면서도 천안함 침몰에 따른 군사적 대응조처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로 이와 같은 규모와 내용의 군사훈련은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당시 이뤄진 대규모 무력시위 이후, 팀 스피리트 훈련을 제외하면 미국이 이 땅에 투입한 사실상 최대 규모의 해상, 공중전력이다. 미루나무 사건 당시 ‘테프콘 2호’를 발호했던 그러한 규모에 버금가는 외부병력과 장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발언을 비롯하여 남북사이의 모든 교류․교역 중단, 군사분계선에 대북심리전을 위한 확성기 설치에 이은 이 같은 해상 분계선 인근까지 포괄하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연습이 북을 극도로 자극하여 전쟁을 유발케 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 평화와 안전이 국민적 합의와 공감이 결여된 채 군중심 합조단의 잘못된 근거와 판단으로 위협당하고 있는데 분노했다.

그것은 천안함 침몰이 ‘북의 소행’으로 밝힌 합조단의 발표가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이지 못했다는데서 잘못된 근거와 판단일 수 있다. 민군합동조사단 발표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와 언론 3단체 검증위 등은 합조단이 공개한 어뢰설계도가 건져 올린 어뢰의 것이 아니라는 점, 물기둥을 본 사람이 없었다는 점, 흡착물이 어뢰 폭발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점, 프로펠라 손상이유가 좌초와 관련된다는 점, 천안함 파손부위가 선박과의 충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 ‘1번 기호’의 열반응 실험, 어뢰 파편 조각들의 부식상태 실험 등에서 합조단의 발표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고 있었다. 특히 러시아 조사단은 합조단이 제시한 어뢰 잔해가 6개월 이상 물 속에 있었다는 점을 비롯, 폭발시간, 스크류 손상 등 조사분석 자료에서 천안함 침몰이 북측의 어뢰공격이었다는 합조단 발표를 부정하고 폭발 이전의 좌초 등 사고와 그 이후 기뢰 등에 의한 폭발, 심지어 남측 어뢰에 의한 폭발 가능성까지 제시했다(<한겨레신문> 7월 27일자)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합조단의 발표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와 아세안지역포럼에서도 인정받지 못했다. 두 국제기구 의장 성명은 천안함 침몰이 북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으며, 관련당사국들이 직접 대화와 협상을 통해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거나 권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모든 의혹점을 놔둔 채 침몰사건의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는 각종 자료는 한결 같이 거부하면서 침몰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며 군사적 대응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 시간 현재 동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연합해상훈련 ‘불굴의 의지’는 안보리 의장, 아세안지역포럼 의장 성명뿐만 아니라 유엔헌장과 9․19 공동성명, 정전협정에 반하는, 한․미․일의 대북적대정책에 따른 북침전쟁연습이다.

바로 두 차례에 걸친 제국주의 전쟁의 불행에서 다음 세대를 구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 모든 크고 작은 나라의 평등권에 기초하여 국제 평화와 안전, 공동이익을 위한 경우 이외에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원칙으로 설립된 유엔헌장정신에 배치되고, 분쟁의 평화적 해결원칙을 규정한 헌장의 6장 33조, 34조 등에 반한다. 특히 ‘미합중국은 한(조선)반도에 핵무기를 갖지 않으며,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했던 9․19 공동성명에 반하는 행위이다. 이명박 정부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란 조국통일 3대원칙을 제시한 7․4 남북공동성명을 비롯해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설치를 합의한 10․4 선언 등을 짓밟고 있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침전쟁연습은 ‘한국(조선)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의 한 급 높은 정치회담을 소집하고 Corea로부터의 모든 외국 군대의 철수 및 한국(조선)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했던 정전협정 제4조 60항에도 정면 배치되고 있다.

이명박․오바마 정부의 천안함 침몰을 빌미로 한 대북적대 행패는 북침 전쟁연습으로 머물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1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는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연말까지 매월 벌이겠다고 하는 등 대북침략 동맹강화를 다짐했다. 또한 미국은 북측에 대한 자산 동결과 금융거래 차단 등 추가 대북제재 조치를 취할 것이라 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5․24 대북 조처를 통해 남북 사이 모든 교류․교역을 중단시킨 상태이다. 두 나라 네 장관은 보란 듯이 판문점을 돌아보며, 대북침략공조를 과시했다. 이 같은 대북고립 압살정책은 북에 대한 적대 행패일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평화통일을 하려는 온 민족의 염원과 과제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7월 27일은 정전협정 57년이 되는 날이다.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동족상잔의 아픈 상처가 남아있는 날이다. 그런데 빨리 치유되었어야 할 그 아픈 상처가 반세기를 훌쩍 넘기고서도 아직 서로 겨누고 적대시하는 휴전상태로만 남아있다. 세계 전사 상 이렇게 오랜 정전 상태로 남아 있는 곳이 동․서 고금에 과연 어디에 있단 말인가. 정전협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3개월 이내에 정치회담을 소집하여 모든 외국 군대를 철수시키고 평화 구축과 재통일을 이루었어야 했다. 1958년 중국 인민지원군은 북에서 완전 철수했지만, 미군은 전시작전통제권까지 틀어쥐고 100년을 내다 본 군사기지를 우리 돈으로 만들게 하며 엄청난 방위비 분담금까지 물리게 하고 있다.

미국은 건국사상 가장 원수지간으로 싸웠던 일본과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맺었고, 수십만 전사자를 내며 싸웠던 월맹과도 전쟁이 끝나고 20년만인 1995년 국교정상화 협정에 조인했다.

대결과 불신의 철조망이 가로놓여있는 한 전쟁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전쟁의 불씨를 없애야 한다. 화해하고 협력해야 한다. 미군 강점 65년 정전협정 57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이제야말로 천안함에서 벗어나 9․19 공동성명 정신으로 10․4 평화번영선언대로 남과 북, 북과 미국은 화해하고 공동번영하는, 미군들이 모든 대량살상무기를 갖고 제 나라로 돌아가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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