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을 검토한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의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와 결정적으로 다른 판단들에 근거해 천안함이 해저면에 좌초된 후 기뢰 폭발로 침몰했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27일 러시아 조사단 보고문서를 단독 입수해 보도한 <한겨레>에 따르면, 러시아 조사단은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기뢰)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추정했다.
러시아 조사단은 민.군합조단이 발표한 '외부의 비접촉 수중폭발'에 의한 침몰이라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천안함이 폭발 전 좌초를 당했으며 폭발 원인이 '어뢰'가 아닌 '기뢰'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한국군이 북한의 백령도 상륙을 막기 위해 1970년대 대규모 기뢰 및 폭뢰를 이 지역에 설치한 바 있다. 러시아 조사단은 기뢰에 의한 폭발뿐만 아니라 "천안함이 내비게이션의 오작동이나 기동성에 제약을 받는 상태에서 항해하다가 자국의 어뢰에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 조사단의 사고원인 추정을 차치하더라도 새로 드러난 몇 가지 사안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가 온전히 배척될 수 있어 주목된다.
러시아 조사단은 먼저 "해당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해저면에 접촉돼 스크루 날개 모두(5개)와 왼쪽 스크루 날개 두개가 손상을 받았다"며 "천안함이 침몰 전에 오른쪽 해저면에 닿았고 그물이 오른쪽 프로펠러와 축에 엉키면서 프로펠러 날개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밝혔다. 민.군 합조단은 스크루 훼손 상태를 시뮬레이션으로 입증하기 불가능하다고 자인한 바 있다.
합조단이 좌초된 증거를 훼손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가역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조사단은 "훼손된 스크루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았다는 점이 감지됐다"라고 지적했다. 합조단은 스크루 날개의 긁힘 흔적이 없기 때문에 좌초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이 폭발 전에 좌초된 증거로 CCTV 끊긴 시간, 승조원 부상 보고 시간 등 2가지를 제시하면서 폭발 10여분 전에 천안함에 충격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조사단은 "한국 쪽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폭발 시간(21시 21분 58초)은 사건 당일 함선 안의 전류가 끊어져 마지막으로 찍힌 동영상의 촬영 시간(21시 17분 3초)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천안함에 탑승해 있던 승조원이 탑승 승조원들이 부상당했다고 해안 통신병에게 핸드폰으로 알린 시간은 21시 12분 03초"라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CCTV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3분 47초-50초 차이가 있었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당시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미 공개한 것 이외에 천안함 승조원이 휴대폰으로 부상을 알리거나 한 기록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합조단이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한 '1번 수뢰'에 대해서도 수중에서 6개월 이상 된 것이라며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러시아 조사단은 주장했다.
조사단은 "제시된 어뢰의 파편이 북한에서 제작된 것일 수는 있으나, 잉크로 쓰인 표시는 일반적인 표준(위치, 표기방법)에 들어맞지 않는다"며 "제시된 어뢰의 파편을 육안으로 분석해 볼 때, 파편이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천안함은 합조단의 조사발표 두 달 전에 침몰했다.
민.군조사단의 조사결과와 전면 배치되는 러시아 조사단의 조사결과가 공개되면서,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재조사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조사단은 지난 5.31-6.7까지 천안함 침몰 사고를 직접 조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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