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이날 즉각 해명 보도자료를 내 조목조목 해명과 반박에 나섰지만 ‘1번’ 표시에 대해 반박을 포기했다.
먼저 러시아 조사단은 “천안함 폭발은 접촉에 의하지 않은 함선 하부의 수중폭발로 분류된다”고 밝혀 한국 민.군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의 조사결과 발표와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고 원인에 대해 “함선이 해안과 인접한 수심 낮은 해역을 항해하다가 우연히 프로펠러가 그물에 감겼으며, 수심 깊은 해역으로 빠져나오는 동안에 함선 아랫부분이 수뢰(水雷) 안테나를 건드려 기폭장치를 작동시켜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혀 다른 결론을 내렸다.
합조단의 북한산 ‘1번 어뢰’ 폭발설을 뒤집고 ‘기뢰폭발’로 본 것이다. 이같은 프로펠러가 그물망에 감겨 기뢰폭발이 발생했다는 러시아 조사단의 결론은 박선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초빙연구원의 기존 주장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관련기사 보기]
이에 대해 국방부는 “KNTDS(해군전술지휘통제시스템) 상의 천안함 기동항적과 인근해역의 해양환경을 비교해 보면, 천안함의 스크류와 추진축이 해저면과 접촉할 만한 저수심이나 장애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며 “천안함의 경비작전구역내에는 기뢰 존재 가능성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러시아 조사단은 “함선의 피해지역에는 기뢰 위험이 존재하며 이는 한반도 서해안에서 정박 및 항해 장소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간접적으로 입증된다”고 명시했다.
또한 러시아 조사단의 “다른 해석으로는 함선이 내비게이션의 오작동 아니면 기동성의 제약 상태에서 항해하다가 우연히 자국의 어뢰로 폭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에 대해서도 “우리 해군은 평소 우리 해역에 기뢰를 부설하여 운용하지 않으며, 천안함 인양후 천안함에 탑재되었던 경어뢰는 물론 함정을 침몰시킬 수 있는 모든 탄약을 전량 회수하였으므로 우리 기뢰나 어뢰 등 한국쪽 폭발물에 의한 폭발 가능성은 없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조사단이 “사건 당일에 함선 안의 전류가 끊어져 마지막으로 찍힌 동영상의 촬영시간(21시 17분 3초)”과 “천안함에 탑승해 있던 승조원이 탑승 승조원들이 부상당했다고 해안 통신병에게 핸드폰으로 알린 시간이 21시 12분 03초”가 폭발시간(21시 21분 58초)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데 대해서도 국방부는 각각 해명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내 설치된 카메라는 총 11개이며, 카메라 설치시점에 시간을 입력한 이후 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녹화된 영상의 화면에 표시된 시각은 실제 시각과 오차가 있다”며 “총 11개 카메라 중 6개의 영상을 복원하여 분석한 결과, 이들 카메라의 설정 시각은 실제보다 최소 3분 55초 이상 늦게 설정되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이는 정확한 폭발시각을 추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합조단이 이정희 민노당 의원에게 제공한 CCTV 정지화면에는 시간이 나타나지 않아 합조단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운 수정본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뉴스>가 단독보도한 해군작전사령부 ‘상황일지’에도 “21:15분경 백령도 서방 1.2NM에서 천안함이 원인미상(폭발음 청취)으로 침수되어 조치 중인 상황”이라고 명기돼 있어 합조단이 발표보다 이른 시간에 최초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기사 보기]
국방부는 또한 “사건 발생전 천안함 승조원의 통화내역을 확인한 결과, 부상사실을 통보한 것이 아니고...(중략) 사적인 통화를 하였다”며 “이외에도 21시 13분 28초부터 21시 21분 25초 어간에 4명이 6번에 걸쳐 음성 및 문자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하였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조사단이 “천안함은 해당 참사가 일어나기 전부터 해저면에 접촉되어 오른쪽 스크루 날개 모두와 왼쪽 스크루 날개 두 개가 손상을 받았으며, 훼손된 스크루를 광택이 나도록 심하게 깎아 스크루의 넓은 범위에 걸쳐 마찰로 인한 손상부위가 있었던 것이 조사결과 감지되었다는 점이 확인된다”고 지적한데 대해 국방부는 “천안함 우현 스크류 날개 전체와 좌현 스크류 날개 2개 부위의 선저 부착생물이 씻겨나간 현상은, 우현 스크류의 경우 폭발로 인해 스크류 회전이 급속히 정지하면서 발생한 관성력으로 스크류 날개 끝이 안쪽으로 굽혀졌으며, 이 관성력이 스크류 날개면에도 작용하여 선저 부착 생물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천안함 스크루에 관해서는 그간 많은 의혹이 제기돼 왔으며, 여기에 러시아가 '광택' 문제를 추가함으로써 스크루의 손상과 변형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조사단이 문제삼은 “함선 오른쪽 프로펠러 축이 순간적으로 멈추면서 생겨난 관성작용에 의해 프로펠러 날개의 변형이 발생하였다”는 합조단의 주장은 합조단 스스로 이미 이를 거둬들인 바 있다.
특히 “제시된 어뢰의 파편이 북한에서 제작된 것일 수는 있으나, 잉크로 쓰인 표시는 일반적인 표준(위치, 표기방법)에 들어맞지 않는다”는 ‘1번’ 표시에 대한 러시아 조사단의 불인정에 대해 국방부는 어떤 반박도 내놓지 못했다.
합조단은 ‘1번’ 표기야 말로 문제의 어뢰 잔해가 북한산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라고 제시한 바 있다.
러시아 조사단이 “제시된 어뢰의 파편을 육안으로 분석해 볼 때, 파편이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데 대해 국방부는 “해저에서 수거한 뒤 10일이 지난 5월 25일 금속재료 전문가가 육안으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어뢰 추진동력장치의 철제부분 부식정도는 1~2개월 정도이고, 이는 천안함 선체의 철제부분 부식정도와 유사하다는 의견이었으며, 해저로부터 수거한 당일에 촬영한 어뢰 추진동력장치의 사진을 보면 해저의 낮은 온도(3℃ 이하), 깊은 수심(47m)으로 인해 부식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음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만약 러시아 조사단의 주장대로 어뢰 잔해가 6개월 이상 수중에 있었다면 이 잔해는 천안함 사고보다 먼저 바다속에 있었던 것으로 천안함 폭발사고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셈이 된다.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는 인천부두 앞바다 개펄에 50일간 금속 파편들을 묻어뒀다가 지난 13일 꺼내 녹이 슨 상태를 시험한 결과를 통해 어뢰 잔해가 훨씬 오랫동안 바닷속에 잠겨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마지막으로 러시아 조사단은 “한국 측에서 제시한 어뢰 파편은 구경 533mm 전기 어뢰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 어뢰가 천안함에 적용됐다는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사실상 부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천안함이 피격된 원점부근에서 북한이 제작?사용하는 CHT-02D 어뢰의 추진 동력장치 일부가 발견되었고, 천안함 선체와 어뢰 추진동력장치에서 발견된 백색 흡착물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동일 성분으로 확인되었다”며 “따라서 천안함 폭발시 이 어뢰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명백하다”고 기존 주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흡착물질 성분 분석결과에 대해서는 이승헌, 서재정 교수 등이 이미 과학적으로 논박한 바 있어 천안함 폭발시 ‘1번 어뢰’가 사용되었다는 것이 명백하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과학적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러시아 조사단이 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사실상 전면 부인한데 대해 국방부가 조목조목 해명과 반박에 나섰지만 일부 해명을 제외하고는 설득력이 약해 진위 논란이 더욱 무성해질 것으로 보인다.
|
(2보, 18:35)
http://www.mnd.go.kr/Main_2009/index.j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