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샐버호는 언제 천안함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을까?

미국 해군 7함대사령관 홍보실이 2010년 4월 19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7함대사령부가 천안함 사고현장에 급파한 전함 네 척은 미사일 순양함 샤일로호(USS Shiloh), 미사일 구축함 래슨호(USS Lassen), 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호(USS Curtis Wilbur), 대형 상륙함 하퍼스 페리호(USS Harpers Ferry)다. 천안함 사고 당일 7함대사령부는 백령도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독수리 훈련(Foal Eagle Exercise)’의 일환으로 대잠수함전(anti-submarine warfare)을 연습하면서 백령도 쪽으로 북상하였으므로, 천안함 사고가 일어난 시각에 미국 전함들은 사고현장 인근에 있었다.

사고 당일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한 미국 전함 두 척은 미사일 순양함 샤일로호와 미사일 구축함 래슨호다. 7함대 소속 로스앤젤레스급(Los Angeles-class) 핵추진 잠수함 콜럼비아호(USS Columbia)도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하였으나, 언론에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 그와 다르게, 7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 커티스 윌버호는 천안함 사고 당일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해군기지에 있다가 긴급 명령을 받고 출동하여 사고현장에 4월 2일에 도착했으며, 상륙함 하퍼스 페리호는 일본 사세보(佐世保) 해군기지에 있다가 긴급 명령을 받고 출동하여 사고현장에 같은 날 도착했다. 상륙함 하퍼스 페리호는 사고현장에서 지휘함 역할을 하였다.

그러면 구조함 샐버호(USNS Salvor)는 언제 천안함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을까? 샐버호는 샤일로호, 래슨호, 컬럼비아호와 함께 천안함 사고현장에서 남쪽으로 120km 떨어진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3월 25일 밤 10시에 시작된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하였다.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백령도 쪽으로 북상하는 경로를 따라 진행된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한 샐버호가 3월 25일 밤 10시부터 북상하기 시작하였다면 3월 26일 밤 9시에는 당연히 백령도 인근해역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010년 3월 28일 <연합뉴스>는 샐버호가 3월 29일 오전에 사고현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백령도 인근해역에 접근한 샐버호가 3월 29일 오전에 사고현장에 도착할 것이라는 보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샐버호는 한국 해군 고속정 다섯 척이 처음으로 사고현장에 도착한 밤 10시 32분 이전에 사고현장에 도착하였다고 보는 것이 이치에 맞다.

물론 샐버호는 전투함이 아니라 구조함이므로, 다른 전투함들과 함께 북상하지 않고 후방 해상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가정해도, 120km 떨어진 사고현장까지 시속 28km로 달려갔다면 4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따라서 3월 27일 새벽 2시쯤에는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연합뉴스>는 왜 3월 29일 오전에 사고현장에 도착할 것이라고 보도하였을까?

샐버호가 3월 29일 오전에 천안함 사고현장에 도착할 것이라는 <연합뉴스> 보도는 오보였다. 미국 해군 극동해운병참사령부(Sealift Logistic Command Far East, SEALOGFE) 홍보실이 발표한 보도자료에는, 샐버호가 3월 27일에 사고현장에 도착하였다고 쓰여있다. 한국 해군 구조함인 광양함, 그리고 소해함들인 양양함, 옹진함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때는 3월 28일 오전이었으므로, 샐버호는 그 함선들보다 훨씬 일찍 사고현장에 도착한 것이다.

극동해운병참사령부가 발표한 위의 보도자료는 샐버호가 3월 27일 몇 시에 사고현장에 도착하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아무리 늦어도 3월 27일 새벽 2시쯤에 천안함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을 것이다. 만일 샐버호가 미국 전투함들과 함께 백령도 쪽으로 북상하고 있었다면, 천안함 사고가 일어난 시각에 샐버호는 사고현장 인근에 있었을 것이고, 따라서 3월 26일 밤 10시쯤에 사고현장에 도착하였을 것이다. 늑장보고로 혼선을 빚은 한국 해군 전함들이 사고현장에 뒤늦게 도착하기 전에 샐버호는 이미 구조활동을 시작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샐버호가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여 구조활동을 벌였다는 보도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샐버호가 아무도 없는 사고현장에서 홀로 무슨 일을 하였는지는 비밀에 쌓여있는 것이다.

잠수함 구조하는 특수한 구조함

샐버호는 7함대사령부에 소속되지 않고 군사해운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에 소속된 구조함이다. 미국 해군이 운영하는 구조함 네 척은 모두 군사해운사령부에 소속되었는데, 두 척은 대서양 쪽에, 다른 두 척은 태평양 쪽에 각각 배치되었다. 태평양 쪽에 배치된 구조함 두 척은 샐버호와 세이프가드호(USNS Safeguard)인데, 샐버호의 모항(母港)은 하와이 진주항-히컴(Pearl Harbor-Hickam) 해군기지이고, 세이프가드호의 모항은 일본 큐우슈우(九州) 서쪽에 있는 사세보 해군기지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군사해운사령부는 미국 해군사령부를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데, 7함대사령부를 지원하는 경우에는 싱가포르에 있는 극동해운병참사령부를 통해서 지원하게 된다. 군사해운사령부는 ‘키 리졸브 훈련(Key Resolve Exercise)’과 ‘독수리 훈련’이 진행되는 기간에 극동해운병참사령부 소속 지원함을 부산과 일본 요코하마(橫浜)에 파견하는데, 그 지원함은 군사장비와 군수품을 해상수송하고, 남측에 머무는 미국 민간인들을 일본으로 대피시키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므로 7함대사령부가 서해에서 벌인 대잠수함전 연습에 군사해운사령부 소속 구조함을 참가시키려 하였다면, 당연히 사세보 해군기지에 있는 세이프가드호를 참가시켰어야 이치에 맞다. 7함대사령부가 진행하는 해난구조훈련에 줄곧 참가해온 구조함은 샐버호가 아니라 세이프가드호다. 이를테면, 미국 해군 공식 웹싸이트가 2007년 11월에 발표한, ‘세이프가드호, 군사해운사령부 함대에 배속되다(USNS Safeguard Joins MSC Fleet)’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는 세이프가드호가 지난 22년 동안 한국 해군과 함께 해난구조작전을 아홉 차례 연습하였다고 밝혔다. 미국 해군이 해외에 유일하게 전진배치한 원정강습단(Expeditionary Strike Group)인, 76 기동부대(Task Force 76)라고 부르는 7함대 상륙군(Amphibious Force Seventh Fleet)에 배치된 구조함은 샐버호가 아니라 세이프가드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7함대사령부는 제주도 서귀포에서 29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세이프가드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키지 않고, 서귀포에서 7,432km나 떨어진 곳에 있는 샐버호를 그 연습에 참가시켰다. 왜 그랬을까?

대잠수함전 연습에 어떤 군함을 참가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그 연습에 참가하는 군함의 고유한 임무에 따라 결정된다. 7함대사령부가 대잠수함전 연습에 세이프가드호를 참가시키지 않고 샐버호를 참가시킨 까닭은, 샐버호가 대잠수함전 연습에 적합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샐버호가 도대체 어떤 임무를 수행하길래, 7함대사령부는 샐버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가장 적합한 구조함으로 인정하였을까?

미국 해군 공식 웹싸이트에 나와 있는 군사해운사령부의 특수 임무 프로그램(Special Mission Program)을 보면, 군사해운사령부에 배속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 네 척 가운데 두 척은 잠수함 구조함이고, 나머지 두 척은 해군 특수전 지원함이다.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된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한 샐버호는 통상적인 구조함이 아니라 해난사고를 당한 잠수함을 구조하는 특수한 구조함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7함대사령부가 잠수함 구조함 샐버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킨 까닭에 대해 아래와 같이 두 갈래로 추론할 수 있다. 하나는, ‘독수리 훈련’에 해난구조작전 연습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샐버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켰다고 추론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한 핵추진 잠수함 컬럼비아호가 혹시 사고를 당하지나 않을까 우려하였기 때문에 잠수함 사고에 대비해 사전조치를 취하였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추론은 과연 사실과 부합하는 것일까?

‘독수리 훈련’ 중에는 해난구조작전을 연습하지 않는다

미국 해군이 해난구조작전(salvage operation)을 연습하는 훈련의 공식명칭은 ‘샐벡스(SALVEX)’이다. ‘샐벡스’는 해상전투작전을 연습하는 훈련과 구분하여 별도로 실시된다. 이를테면 <연합뉴스> 2010년 3월 29일 보도에서 한국 해군 관계자가 “미 해군과 우리 해군의 합동작전은 그 동안 훈련 차원에서 진행돼 왔지만, 실제로 침몰된 전함을 수색, 구조하는 작전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한 것을 보면, ‘독수리 훈련’ 중에 해난구조작전을 연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0년 3월 25일 밤 10시부터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독수리 훈련’의 일환으로 실시된 대잠수함전 연습에는 해난구조작전을 연습하는 일정이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다.

만일 2010년도 ‘독수리 훈련’에 예년과 달리 해난구조작전 연습이 특별히 포함되었다면, 사세보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7함대 소속 기동잠수반과 해난구조반이 샐버호에 승선하여 그 훈련에 참가하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7함대사령부 대변인 앤터니 팰보(Anthony Falvo) 해군 대위가 한 말을 인용한 미국군 소식지 <성조(Stars and Stripes)> 2010년 4월 4일 보도에 따르면, 7함대 소속 기동잠수반과 해난구조반은 각종 해난구조장비를 상륙함 하퍼스 페리호에 싣고 4월 1일 밤에 사세보 해군기지를 떠나 4월 2일에 천안함 사고현장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사세보 해군기지에 주둔하는 7함대 소속 해난구조 병력이 ‘독수리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그 훈련에 해난구조작전 연습이 포함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독수리 훈련’ 중에 해난구조작전을 연습하는 일정이 없는데, 7함대사령부는 왜 구조함 샐버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켰을까? 샐버호가 해난구조작전을 연습하기 위해 ‘독수리 훈련’에 참가한 것이 아니라면, 대잠수함전을 연습하는 동안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잠수함 해난사고에 대비해 참가한 것이 아니겠는가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잠수함전 연습을 해마다 두 차례씩 실시하는 7함대사령부가 잠수함 구조함을 그 연습에 관행적으로 참가시켜 왔을까? 7함대사령부의 해상기동훈련 경험을 살펴보면, 잠수함 구조함을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킨 적이 없다. 그러므로 7함대사령부가 이번에 잠수함 구조함 샐버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해난구조작전을 연습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잠수함 해난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면, 7함대사령부는 샐버호를 왜 대잠수함전 연습에 특별히 참가시킨 것일까?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비밀스럽고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샐버호를 대잠수함전 연습에 특별히 참가시켰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2010년 3월 25일 밤 10시부터 격렬비열도 서쪽 해상에서 시작된 7함대의 대잠수함전 연습에서 샐버호가 수행한,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특수 임무는 무엇일까?

샐버호가 대잠수함전 연습에서 수행한 특수 임무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속속 제기되는 사건 조작 의혹으로 미궁에 빠진 천안함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다. 샐버호가 수행한 특수 임무를 알아내려면, 미국 해군 잠수함 전력에 관한 아래와 같은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신형 수중무기를 개발한 미국 해군

워싱턴에 본부를 둔 해군 해양체계사령부(Naval Sea Systems Command, NAVSEA) 산하에는 병참, 유지 및 생산 작전(Logistics, Maintenance & Industrial Operations), 해군 체계공학(Naval Systems Engineering), 수중전투(Undersea Warfare), 수상전투(Surface Warfare), 공동작전(Corporate Operations)으로 전문화된 5개 센터(center)가 있다. 첨단기술을 도입하여 신형 해군 무기를 연구, 개발하는 강력한 기술력이 이 5개 센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미국 해군이 쓰는 전체 예산 가운데 약 4분의 1에 이르는 300억 달러가 해군 해양체계사령부에 배정된다. 이 사령부가 추진하는, 150개나 되는 신형 해군 무기 개발사업에는 현역 군인은 물론이고 민간인 기술자까지 포함하여 53,000명이 넘는 방대한 기술인력이 참가하고 있다.

해군 해양체계사령부 산하에 있는 5개 센터 가운데, 이 글에서 주목하는 대상은 해군 수중전투센터(Naval Undersea Warfare Center, NUWC)다. 이 센터에서 개발하는 수중무기는 어떤 것일까?

2004년 11월 9일 미국 해군이 발표한 ‘해군 무인수중체 종합계획(Navy Unmanned Undersea Vehicle(UUV) Master Plan)’은, 미국 해군이 가장 중요한 수중무기로 손꼽는 것이 무인수중체(UUV)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종합계획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1994년에 ‘해군 무인수중체 프로그램 계획’을 세웠고, 2000년 4월에 ‘무인수중체 종합계획’을 세웠고, 2002년 6월에 ‘무인수중체 종합계획’를 구체화한 ‘소형 무인수중체 전략계획(Small UUV Strategic Plan)’을 세웠다고 한다.

무인수중체의 4대 임무는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surveillance/reconnaissance), 기뢰제거(mine countermeasures), 대잠수함전(anti-submarine warfare), 해양학 연구(oceanography)다. 4대 임무 가운데, 이 글에서 주목하는 것은 무인수중체의 대잠수함전 임무다. 무인수중체의 대잠수함전 임무란, 적국과 불필요하게 무력충돌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적 잠수함을 경계하고, 발견하고, 추적하고, 밀어내는 연안작전임무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적국 항구로 통하는 해상진입로나 해상교통로에서 잠수함 동향을 감시하고, 미국 항모강습단이나 원정강습단의 작전통로에서 잠수함 위협을 제거하는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무인수중체는 얕은 바다에서 전개하는 대잠수함전에 가장 적합한 수중무기로 개발된 것이다. 여기서 얕은 바다란 수심이 30m밖에 되지 않는, 이를테면 서해 같은 바다를 뜻한다.

물론 무인수중체가 단독으로 대잠수함전을 벌이는 것은 아니며,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과 함께 대잠수함전을 벌이는 것이다. 대잠수함전에서 무인수중체가 맡는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잠수함 추적(submarine track and trail)이다. 적 잠수함을 추적하는 무인수중체는, 미국 해군의 “위험제어 시나리오(Hold at Risk scenario)”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미국 해군이 개발한 무인수중체는 네 종류인데, 휴대용 무인수중체, 경량급 무인수중체, 중량급 무인수중체, 대규모 무인수중체다. 무인수중체라는 말은 미국 해군이 쓰는 말인데, 가장 큰 무인수중체는 크기가 잠수함보다 작은 잠수정과 비슷하므로, 무인자동잠수정(unmanned autonomous submersible)이라고 불러야 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2010년 3월 23일 미국 해군 연구참모장 네빈 카 2세(Nevin P. Carr, Jr)가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테러, 비재래식 위협 및 능력에 관한 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해군은 ‘혁신적 해군 원형(Innovative Naval Prototype, INP)’이라 부르는 6대 분야에 힘을 집중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무인자동잠수함 개발이다. ‘계속적인 연안 수중정찰(Persistent Littoral Undersea Surveillance, PLUS)’은 2012년에 완성될 것이라고 한다. 명백하게도, 미국 해군이 무인자동잠수함을 개발하는 목적은 반잠수함전 체계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미국 해군의 비밀병기, 무인자동잠수함의 출현

2004년 5월 5일 노르웨이 언론 <네타비슨(Nettavisen)>에 흥미진진한 기사가 실렸다. 2004년 5월 초 노르웨이 남쪽에 있는 크리스티안샌드(Kristiansand) 앞바다에서 미국 해군 무인잠수함(unmanned submarine) 한 척이 실종되었는데, 사고현장 인근에 대기하던 미국 해군 소해함 스위프트(USS Swift)호가 실종된 무인잠수함을 찾는 수색활동에 특수훈련을 받은 돌고래 몇 마리를 동원하였다는 것이다. 실종된 무인잠수함은 작전배치된 잠수함이 아니라, ‘블루 게임(Blue Game)’이라는 비밀실험에 동원된 실험용 잠수함이라고 한다. 무인잠수함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꺼린 미국 해군은, 노르웨이 해군에게 자기들의 수색활동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4년 7월 12일 미국의 사진잡지 <라이프(Life)>는, 하와이 앞바다 상공을 날아가던 취재용 헬기에서 극적으로 촬영한, 미확인 무인잠수함 한 척이 해수면에 떠오른 장면을 보도하였다. 취재 당시 하와이 앞바다에서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최대의 해상기동훈련인 ‘림팩(RIMPAC) 2004’가 진행되고 있었다. ‘림팩’ 훈련에 무인잠수함을 참가시킬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라이프>가 미확인 무인잠수함 모습을 보도한 것은, 미국 해군이 개발해온 무인자동잠수함이 실험운영 단계를 지나 작전배치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려준 것이다.

미국 해군의 무인자동잠수함이 <라이프>지를 통해 세상에 처음 자기 존재를 드러낸 때로부터 약 1년이 지난 2005년 8월 24일 <라이프>지는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보도하였다. 미국 아이다호주에 있는 펜드 오레일 호수(Lake Pend Oreille)에서 해군 수중전투센터가 운영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용 무인자동잠수정을 촬영한 사진기사를 실은 것이다. 미국 해군이 ‘대규모 수송체 2호(Large Scale Vehicle 2)’라고 부른 그 무인자동잠수정은, 버지니아급(Virginia-class) 핵추진 잠수함을 3분의 1로 축소한 크기로 만든 것이다. 길이는 34m, 수중 배수량은 205t이다.

미국 해군이 ‘대규모 수송체 2호’보다 먼저 만든 ‘대규모 수송체 1호’는 길이 27.4m, 수중 배수량 150t인 ‘코캐니(Kokanee)’인데, 시울프급(Seawolf-class) 잠수함을 4분의 1로 축소한 크기로 만들었다.

‘대규모 수송체 2호’는 원격조종체(remotely operated vehicle, ROV)가 아니라, 완전히 자동으로 움직이며, 축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실험용 스텔스 잠수정이다. 1997년 10월부터 건조되기 시작한 이 실험용 무인자동잠수정은 2002년 7월 23일에 펜드 오레일 호수에 있는 해군 실험장에서 진수되었다. 한 마디로, ‘대규모 수송체 2호’는 205t급 무인자동잠수정인 것이다.

위의 사실을 종합하면, 미국 해군이 2002년 7월에 205t급 실험용 무인자동잠수정을 진수하였고, 2004년 7월 하와이 앞바다에서 실시된 ‘림팩’ 훈련에 무인잠수함을 참가시켰음을 알 수 있다. 해상기동훈련에 무인잠수함을 참가시킨 때로부터 6년이 지난 오늘, 미국 해군은 무인자동잠수함을 작전배치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작전배치된 무인자동잠수함은 잠수정보다 조금 큰 소형 잠수함일 것이다.

무인자동잠수함을 작전배치한 미국 해군이 서해에서 벌어진 대잠수함전 연습에 그 잠수함을 참가시켰으리라고 보는 것은 전혀 무리한 추론이 아니다. 미국 해군연구실(Office of Naval Research)이 2008년 12월 3일 해군부(Department of the Navy)에 제출한 전략보고서 ‘해군 과학 및 기술 전략 계획(Naval Science and Technology Strategic Plan)’을 보면, ‘작전환경(operational environments)’이라는 소제목 아래 ‘원정(expeditions) ’이라는 제목을 달아놓은 약도가 있는데, 그 약도에 원정작전구역으로 표시된 네 곳은 서해, 동해, 대한해협, 그리고 오키나와 북쪽의 동중국해다. 이 것은 미국 해군이 한반도 근해를 무인자동잠수함의 원정작전구역으로 설정해놓았음을 말해준다.

무인자동잠수함과 샐버호의 은밀한 인연

미국 해군이 보유한 무인자동잠수함은 비밀병기이므로, 구체적인 성능은 말할 것도 없고 이름조차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해군이 공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무인자동잠수함이 연안작전에 투입되는 소형 잠수함이기 때문에 태평양을 횡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미국 해군이 무인자동잠수함을 서해에서 벌이는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시키려면, 다른 군함이 무인자동잠수함을 예인하여 태평양을 건너야 한다.

태평양 쪽에 배치된 수많은 미국 군함들 가운데 무인자동잠수함을 끌고 장거리를 항해할 군함은 한 척밖에 없다. 샐버호가 바로 그 군함이다. 샐버호의 잠수함 예인 기록을 뒤져보면, 1994년 6월 24일에 퇴역한 4,339t급 잠수함 리처드 러셀호(USS Richard B. Russel), 1994년 9월 1일에 퇴역한 8,380t급 잠수함 우드로우 윌슨호(USS Woodrow Wilson)를 태평양에서 각각 장거리 예인한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샐버호가 매우 이례적으로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한 까닭은, 무인자동잠수함을 미국 태평양 연안에서 서해까지 예인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무인자동잠수함과 샐버호의 은밀한 인연을 말해주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은데, 2009년 2월 미국 해군 공식 웹싸이트에 실린 보도자료가 무인자동잠수함과 샐버호의 인연에 대해 암시를 주고 있다. 그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 해군 연구, 개발 및 취득 프로그램의 잠수함 분야 실행담당자인 윌리엄 힐러라이즈(William H. Hilarides) 해군 소장이 샐버호 승조원들에게 감사장을 보냈다고 한다. 힐러라이즈 소장은, 미국 해군이 140억 달러를 투입하여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와 노트럽 그루먼(Northrop Grumman)을 주계약자로 하고 미국 전역에 산재한 12,000개 부품제조기업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추진하는 버지니아급 핵추진 잠수함 건조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신형 잠수함 건조사업을 지휘하는 그가 왜 샐버호 승조원들에게 감사장을 보냈을까? 군사기밀이라서 그 사연이 자세히 보도되지 않았지만, 샐버호가 해군 작전 신호분석체계 개발 실험을 지원해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 것이라고 한다. 이 것은 샐버호가 신형 잠수함 개발사업을 지원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05년 8월 24일 <라이프>지가 보도한 무인자동잠수정(LSV-2)의 이름은 ‘컷트롯(Cutthroat)’인데, 그 무인자동잠수정 제작을 지휘한 사람은 토머스 에클스(Thomas J. Eccles) 해군 소장이다. 미국 해군 공식 웹싸이트에 나온 에클스 소장의 경력을 보면, 그는 해군 해양체계사령부에서 수중전투 및 수중기술 부사령관(deputy commander for Undersea Warfare and Undersea Technology)과 해군 수중전투센터 사령관(commander of the Naval Undersea Warfare Center)을 겸직하고 있다. 무인자동잠수정 개발사업 책임자인 에클스 소장이 무인자동잠수함도 개발하였음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분명하다.

그런데 무인자동잠수함 개발사업을 지휘한 에클스 소장이 미국 조사단을 이끌고 2010년 4월 16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한국군 2함대사령부에 나타났다. 미국 국방장관이 파견한, 천안함 사고원인을 규명할 조사단 단장으로 현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잠수함 구조함 샐버호가 천안함 사고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하고, 무인자동잠수함 개발사업 책임자가 천안함 사고 조사단 단장으로 현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그 것은 무인자동잠수함과 천안함이 해난사고로 연관되어 있음을 강하게 암시한다.

나는 2010년 6월 14일 <통일뉴스>에 발표한 글 ‘천안함-잠수함 충돌설의 허와 실’에서 천안함 사고원인을 미국 잠수함과 천안함이 충돌한 것이었다고 논한 바 있다. 대잠수함전 연습에 참가한 7함대 소속 핵추진 잠수함(콜럼비아호)이 한국 해군 잠수함(최무선함)을 이동표적물로 삼고 추적하면서 백령도 앞바다까지 북상하였는데, 마침 그 곳에서 인민군 잠수함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천안함을 들이받은 사고로 천안함이 침몰하였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그 글을 쓰고 나서 더 많은 정보를 검색, 분석하였더니, 핵추진 잠수함 콜럼비아호가 천안함과 충돌하였을 가능성만이 아니라 무인자동잠수함이 천안함과 충돌하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3월 26일 밤, 무인자동잠수함과 컬럼비아호는, 인민군 잠수함으로 가정한 최무선함을 서로 경쟁이나 하듯 추적하면서 백령도 쪽으로 북상하였는데, 오작동을 일으킨 무인자동잠수함이 천안함을 향해 돌진, 충돌하였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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