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대표선수 ‘정대세의 눈물’이 화제다. 16일 2010남아공월드컵 북한-브라질전에 앞서 정대세는 북한의 국가가 울려 퍼지자 갑자기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마침 머리를 밀어 강인한 인상의 그가 눈물을 흘리자 새벽 3시 넘어 TV 앞에 있던 시청자들은 가슴 찡한 묘한 감흥을 받았으리라. 경기 후 정대세는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월드컵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맞붙는다는 사실에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눈물의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삶의 이력을 아는 팬들은 그 이상을 읽는다. 정대세는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동포 3세다. 그는 경북 의성이 고향인 부친의 국적에 따라 남(한국) 국적이지만 북(조선) 대표선수로 월드컵에 출전했다. 그는 북한선수로 뛰고 싶은 이유를 FIFA에 자필 청원서를 보냈고 FIFA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남보다 북을 조국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그는 초중고와 대학교를 총련계 조선학교에서 다녔다. 그의 정체성 형성에 민족교육이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을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누구나 눈물을 흘릴 수 있다. 그런데 눈물이 눈물로만 끝난다면 그건 동정이나 연민의 눈물일 뿐이다. 그런 식의 개인적 감정은 부지기수다. 어느 영역이나 그렇지만 스포츠에서도 실력이 중요하다. 실력이 감정과 결합된다면, 그 눈물은 개인적인 감격의 눈물을 넘어 대중적인 감동의 눈물로 된다. 골 욕심이 많은 정대세는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위력적인 공격을 펼쳤고, 0-2로 뒤지던 참에 동료 지윤남이 골을 넣는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

세계랭킹 105위인 북한은 1위인 브라질과의 대결에서 비록 패했지만 접전을 벌였다. 관중과 시청자들은 감동했고, 외신들은 찬사를 보냈고, 인터넷에선 누리꾼들이 북한 선수들의 선전을 격려하고 있다. 그 한 가운데 ‘정대세의 눈물’이 있다. 이 눈물을 굳이 ‘민족애’나 ‘애국심’의 발로라고 거창하게 내세울 필요는 없다. 국적은 남이지만 북을 조국으로 삼고서 일본에서 살고 있는 끌끌한 청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눈물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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