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대북심리전 재개도 모자라 외세와 공조하다니

‘날씨와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북전단 살포시기를 결정하겠다.’

대북심리전 재개를 선언했던 국방부 장관의 가시 돋친 전의(戰意)가 일주일 동안 머뭇거리더니 슬그머니 당분간 보류 쪽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당장 군사적 충돌 우려를 일시적으로 가시게는 했지만 장관 발표가 철회되지 않는 이상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성과 개연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또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통일 국방 외교통상부 장관들의 단호한 대북조처들이 현재 실행중이어서 남북 사이에 초긴장된 대치국면도 이어지고 있다.

대결이 이어지는 한 충돌은 피할 수 없고 잘못 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 위기국면을 막아낼 어떠한 제동장치도 있지 않아 남북관계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천안함 사태가 아니었어도 이미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정책으로 모든 당국자 대화가 끊겼고 금강산 관광길이 막힌 것을 비롯해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 인도적 협력 사업마저 동맥경화의 빈사상태였다. 비록 대북 심리전 재개가 잠시 미루어지고 있지만 5.24 대북강경조처가 철회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언제라도 열전(熱戰)화 될 수 있는 치열한 냉전 상태 속에 있게 되었다.

냉전이나 열전은 모두가 상대를 제압 굴복시키기 위한 대립과 항쟁의 교전양태라는 데서는 동전의 양면일 뿐이다. 심리전이 분단 60년 동안 상대체제 전복 등 열전 못지않은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다면 이명박 정부는 남북이 합의하여 이루어낸 불신과 대결이 아닌 화해협력에 의한 평화와 통일노선을 뒤집고 상대 체제의 부정과 자기체제로의 통합을 위한 또 다른 전쟁상태를 부활시킨 셈이다.

실제로 남과 북 군사당국자의 발표대로였다면 대북 비방전단이 살포되고 새로 설치된 고성능 확성기로 대북심리전 방송이 재개되었을 것이며, 이에 맞서 북측은 개성공단 통로의 전면차단과 조준사격으로 대북방송 확성기를 격파했을 것이다. 다시 남측은 확성기를 격파한 북측 초소를 집중공격하고 개성공단 남측 인원 구조를 위한 한.미 군사작전까지 실행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정도로 진행된다면 우발충돌에 의한 국지전 성격을 이미 넘어서게 되고 최악의 경우 전면전으로의 민족적 대재앙을 맞을 수도 있을 터이었다.

이것은 가상의 전쟁시나리오가 아니다. 생각만 해도 소름끼칠 일이지만 불행하게도 이미 남북은 그 실행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북심리전 재개만이 늦춰지고 있을 뿐 군사적 충돌의 불씨는 ‘대국민 담화’ 이후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의 ‘주적’과 ‘자위권 발동’ 발언을 비롯하여 이른바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양측 주장,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과 입항금지조처, 이 달(6월)에 있을 미7함대 소속 조지워싱턴 핵추진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등 거대 함단이 참가하는 서해상에서의 한.미 대북잠수함 훈련, 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역내외 해상차단훈련, 특히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의 일본 가네다 공군기지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로의 이동배치 등 대북 군사적 압박이 쉴 새 없이 감행되고 있다.

이 같이 북을 극도로 자극하여 전쟁을 유발케 하는 군사적 조치 말고도 남북사이 모든 교역, 교류의 전면 중단과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등 첨예한 대치국면이 있다. 이 시간 현재 천영우 외교통상부 제2차관보는 미국무부 스타인버그 부장관과 정부차관 등을 만나 대북제재 안보리 회부를 논의하고 있고 다시 뉴욕으로 옮겨 유엔본부 인사와 주요 우방국 대사들과 만나 북을 응징하는데 동참할 것을 애걸하고 있으며, 위성락 한반도 평화교섭 본부장(6자회담 수석대표)도 2-4일까지 러시아를 방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부 아태담당차관(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만나 안보리 회복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남북사이 모든 협의와 대화 창구를 없애버린 채 침몰사건으로 빚은 남북사이 현안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동족을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외세와 공조하고 있는데 대한 부끄러움이고 국제사회에서의 민족의 존엄과 이익을 위한 공동보조의 약속을 깨고 외국인들 앞에서 다투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꼭 알맞은 비유는 아니지만 베를린 장벽이 헐리기 전 어느 외국인이 장벽 넘어 동베를린을 가리키며 “형편없다”고 말하자 서독이 화를 내며 “그들도 다 우리 게르만민족이다. 그따위 민족모독적인 말을 삼가라”고 호통쳤다는 일화와 대조되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여전한 몇 가지 의혹들

오늘의 남북관계가 이같이 첨예한 대치국면으로 오게 된 것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반북대결정책이 근본원인이지만, 직접요인으로는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지난 5월20월 천안함 침몰사건을 조사한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은 천안함이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130톤)이 쏜 어뢰를 맞아 두 동강 나 침몰했다고 발표했다. 합조단은 결정적 증거라며 백령도 사고해역에서 쌍끌이 어선이 건져 올렸다는 어뢰 추진동력부인 프로펠러를 포함한 추진모터와 조정장치 등을 공개하면서 “이는 북한이 해외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만든 무기소개책자에 나와 있는 설계도와 부합된다”고 밝혔다. 또한 북의 어뢰임을 확정할 결정적 증거로 어뢰추진체 안쪽에 매직펜으로 쓴 ‘1번’이란 일련번호의 우리글 표식을 들었다.

합조단은 이어 북측 잠수정의 침투경로와 침몰상황, 도주경로와 관련 “북한산 CHT_O2D어뢰를 실은 연어급 잠수정이 공격 2~3일 전 기지를 떠나 수십 또는 수백 킬로미터의 공해로 나갔다가 ㄷ자형으로 백령도 근해를 침투, 천안함 3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여 어뢰를 발사, 천안함 좌현 3미터 밖 수심 6~9미터 지점에서 폭발, 버블제트 효과로 천안함을 두 동강 내고 오던 길로 도주했다’고 추정했다.

전쟁일보 직전으로까지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이 같은 합조단의 발표는 과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에 근거하고 있었던가.

전혀 그렇지 못했다. 국민 절반이상이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 조사가 있었다. 정부는 이 조사발표를 근거로 대북강경대응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표내용에 대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침몰사건의 진상을 알릴 핵심적 자료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합조단 발표의 의혹점을 다시 상기시키며 재조사의 불가피성 그리고 5.24 대북조처로 악화되고 있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과제를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결정적 증거물로 제시된 어뢰추진체의 파편잔해에 대한 의혹이다.

1200톤급의 함정을 두 동강 내게 했던 250킬로그램의 폭발장약이 터졌는데 그 폭발물 자체는 어떻게 남아있을 수 있는가. 또 수백도의 고온에서 ‘1번’이라고 쓴 매직글씨가 어떻게 녹슨 쇠붙이 위에서 선명하게 남아있을 수 있는가. 천안함의 선체와 어뢰잔해의 흰색 흡착물에서 알루미늄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어뢰폭발 증거가 될 수 없다는(6월1일 국회정론관에서 최문순 의원) 주장, ‘1번’이란 문자기호를 기계류에서 북측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주장 등의 의혹 등이 풀리지 않고 있다. 또한 천안함 공격에 사용되었다는 CHTO2D어뢰의 설계도가 나와 있는 북측에서 만든 무기소개책자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의혹점이다.

다음으로 연어급(130톤) 잠수정에 의한 중어뢰공격의 실재성에 대한 의혹이다.

330톤 상어급 잠수함에도 장착이 쉽지 않다는 1700킬로그램 무게의 중어뢰를 연어급(130톤) 잠수정에 싣고 와 공격했다는 비현실성과 그 연어급 잠수정이 당시 한미독수리훈련에 참가한 이지스함 등 수많은 감시망을 어떻게 뚫고 대잠수함 초계함인 천안함의 동선을 파악하고 공격하여 도주하였는지 구체적 행적 기록 없이 추정만 하고 있는 의혹이다.

또 하나 버블제트에 의한 침몰의혹이다.

군 당국은 생존 장병 기자회견 등에서 물기둥을 목격한 장병이 없었다고 했고 합조단이 1차 조사 발표 때(4.26)도 비접촉 외부폭발이라면서 물기둥 현상이 없는 것은 옆으로 퍼졌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5.20발표에서는 백령도 해안초병이 2~3초간 높이 100여 미터의 백색 섬광기둥을 관측했다고 말을 바꿨다. 100미터가 넘는 물기둥의 버블제트였다면 함정은 순식간에 절단되고 갑판에 있었던 장병은 멀리 날아가 버릴 위력이며 선체 실내에 있었다 해도 그 엄청난 충격으로 부딪혀 골절, 안구탈출, 고막파열은 물론 죽음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고작 경비병의 얼굴에 물방울이 튀었다는 설명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그런데 이미 공개된 것 외는 없다던 백령도 초소의 TOD 동영상이 지난 5.27일 국회 천안함침몰사건 진상조사특위 야당의원들에게 합조단이 대면 보고한 TOD 동영상에 따르면 천안함이 피폭되고 38초 후에도 갈라지지 않았고 2분20초가 지나서야 함수, 함미로 분리된 것으로 되어 어뢰에 의한 폭발이 아니라는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또 다른 의혹은 가스터빈실 좌현 하단부에서 어뢰가 폭발했다면 다른 어느 부위보다도 박살나 형체도 알아볼 수 없어야 하는데 뒤에 공개된 모습은 복잡한 동력선들이 가지런한 채 발굴되었다. 특히 덩치가 큰 가스터빈실을 왜 일찍 건져 올리지 못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처럼 중어뢰 공격에 의한 침몰이었다는 ‘합조단’의 발표는 객관적이거나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많은 의혹을 남기고 있다. 그런데 정작 천안함 침몰의 결정적 열쇠가 될 수 있는 핵심자료들은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군 당국은 사건초기 좌초와 침수, 피로침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했으나 어느 순간 조사대상에서 제외시키고 합조단의 중간발표에서는 비접촉외부폭발로 못 박고 외부폭발-어뢰정-북의 소행으로 몰아가는 모습이었다.

드러난 의혹을 공안압박으로 잠재울 수는 없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은 사고초기부터 한결같이 사고발생의 원인을 밝혀둘 천안함의 항적과 교신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한국해군전술자료체계(KNTDS) 레이더영상과 천안함의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는 열상관측장비(TOD) 동영상, 항적기록과 교신기록 등 작전 상황일지 생존자 진술서 그리고 인양된 천안함의 절단부분 등의 공개를 요청했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그래서 지난 5월31일 참여연대와 민변은 국방부에 천안함 침몰과 관련된 12개 항목의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에 필요한 자료공개는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정당했다.

중복되지 않은 몇 가지 항목만 보면 △3월26일 오후 6시부터 12시까지의 백령도 지역 TOD동영상 일체 및 관련영상 △고 한준호 준위 사망관련 자료일체 및 문서목록 △조사결과 발표에 제시된 북한산 ‘무기소개책자’ △민군 합동조사단의 구성 명단 조사내용 등 관련보고서 △사고당일 50킬로미터 이내에 있던 한국군과 미군함정 관련자료 및 보고서 △연어급 잠수정에 대한 자료일체 △해군과 해경의 교신기록 △검출화약과 알루미늄산화물의 화학적 성분분석보고서 △2008년 이후 천안함 정비 관련문건 등이다. 이 같은 자료공개청구로 1100여명의 시민청구인단 서명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군 당국과 경찰은 각계의 합조단 발표에 대한 의혹제기에 적반하장으로 사법대응으로 맞섰다. 의혹을 제기한 사민사회단체 성원들을 검거 수사하겠다고 했으며 심지어 박선원미 브루킹스연구원 초빙연구원과 신상철 민군 합동조사단 민간위원, 이정희 국회진상특위 위원들까지 그 무슨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하고 있다.

그러나 드러난 의혹을 공안압박으로 잠재울 수는 없다. 해를 손바닥을 막을 수는 없듯이 가리고 지우려하면 의혹은 더욱 불어나고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과학적이고 객관적 조사를 위한 합리적인 조사단을 구성하여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사실 규명을 해야 한다

합조단 발표가 있던 날 북측은 천안함 침몰사건과 무관함을 주장하며 물증을 확인하기 위해 검열단(조사단)을 남측 현장에 보내겠다고 했었다. 또한 이미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남과 북, 중국 미국이 함께 조사하자고 중국이 미국에 제의하여 미국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 것이 사실이라면 ‘4자공동조사’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로운 조사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하면서 합조단이 제시한 어뢰잔해를 비롯한 미공개자료를 넘겨받아야하고 항간에 떠도는 미국 관련설도 분명히 가려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재조사와 함께 숱한 의혹의 조사결과를 근거로 감행된 남북사이 모든 교역 교류중단과 대북심리전, 유엔 안보리 회부 등 ‘5.24 대북조처’를 지체 없이 철회해야 한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5.24 대북조처‘ 이후 남북관계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전쟁전야의 대치국면 속에 있다. 또한 합조단의 발표가 있던 날은 지방선거유세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정부여당이 천안함사건을 악용해 북풍몰이를 한 것에 대한 야당 측의 비판이 있었다. 그리하여 유권자들은 현명하게도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정책과 북풍몰이를 철저하게 심판했다.

6.15의 달에 6.15선언 이행의지를 밝히자

마침 6.15공동선언 10돌을 맞는 달이다.

국민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말이 겉치레가 아니라면 이제라도 반북대결정책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그것은 6.15공동선언과 10.4평화선언을 이행하는 일이다. 불신과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 그리고 자주적인 평화통일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선택할 최고의 가치이고 가장 영광스런 민족적 과제이다.

외세와 공조하여 동족을 상대로 고립 말살하려는 반민족 범죄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북측에 대한 돈줄을 끊는다며 감행되는 모든 교역 교류중단은 북녘동포의 고통 이전에 남녘의 수많은 경제협력업체들을 파탄내고 있다.

그래서 6.15공동선언 10돌을 맞는 지금, 이명박 정부는 이제까지 외면 무시해왔던 6.15와 10.4선언 이행의지를 밝히고, 아울러 5.24 대통령 ‘대국민담화’와 3부장관의 ‘대북조처’를 철회해야한다.

이와 함께 금강산관광과 개성관광을 조건 없이 재개해야 하며, 모든 남북경제협력사업과 개성공단을 활성화해야한다. 특히, 서해해상에서의 군사적 충돌을 막기 위해 10.4선언 내용을 즉각 실천해야한다.

(수정, 오후 10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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