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6.2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했다. 16개 시도지사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 6, 민주당 7, 자유선진당 1, 무소속 2로 나타났으며, 기초단체장에서도 야당이 여당을 압도했다. 놀라운 일이다. 이제까지 한나라당의 지방권력 독점과 선거 마지막 날 여론조사에서 볼 때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견됐었다. 그런데 이 놀라운 결과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어째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를 두고 단순히 민심(民心)이 노했다고만 할 수 있을까? 진정한 민의(民意)를 몰랐다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문제는 정부의 선거 공포 분위기 조장과 잘못된 여론조사, 그리고 그 잘못된 여론조사에 근거해 대세몰이를 한 언론매체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권언(勸言)유착의 상태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여론을 조사할 수도 없고 더더구나 ‘숨은 표’는 반영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권력과 언론매체는 밑바닥 민심을 파악하는 데 실패했고, 민심 이반을 포착하는데도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언론매체들은 여론조사를 한 게 아니라 여론조작을 한 셈이 됐다.

이번 지방자치 선거 결과를 두고 ‘한나라당 패배, 민주당 승리’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이번 선거의 진정성을 모두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본질에 있어서 이번 선거의 승리는 국민이다. ‘국민의 승리!’ 이 표현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절대로 상투적이지 않다. 야당이 이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확하게는 정부여당이 패퇴하고 국민이 이긴 것이다. ‘국민의 승리’인 이유는 이번 선거의 성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전선(戰線)이 ‘정부여당 대 국민’으로 형성됐다는 점이다. 여당 대 야당, 또는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싸움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를 전체적으로 지배한 건 천안함 사건이고 그로부터 촉발된 북풍(北風)이었다. 유권자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볼모로 일으킨 북풍을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역풍으로 대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민심은 역풍으로 화답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것이다. 이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마음,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등이 저변에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선거가 끝나면 승리자와 패배자는 모두 민심을 겸허히 받들어야 한다. 위에서도 지적했듯이 민주당이 잘 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 사실 민주당은 별로 한 게 없다. 국민은 여당 심판을 위해 야당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이번 선거에는 서울과 경기도를 비롯해 강원, 충남, 경남, 부산 등에서 이른바 친노 그룹 인사들이 대거 출마했고 또 상당한 수가 당선됐다. 이른바 노풍(盧風)이 분 것이다. 국민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몸을 던지기까지 현 정부와 공권력의 횡포로부터 지켜주지 못했다는 그런 빚 말이다. 이번 노풍의 실체는 국민이 친노 그룹을 향해 투표함으로서 마음의 빚을 탕감한 게 된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노 대통령 서거 1주기 때 봉하마을과 서울시청엔 ‘투표로 복수하자’는 제목의 유인물이 나 돌았을까. 그 결과,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심판한 셈이 되었다. 이렇게 보면 야당은 자기 힘으로 이긴 게 아니라 국민의 도움으로 이긴 게 된다. 야당이 국민 앞에 겸허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패배자인 정부여당이 민의에 귀 기울일 건 필수적이다. 4대강 공사를 중지하고 세종시를 원안대로 실시해야 할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관계를 개선시켜야 한다. 단적으로 북풍으로 재미를 보려했던 한나라당이 그 역풍에 휩쓸려 패배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더 이상 안보 불안으로 국민을 협박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는 이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문제가 남측 사회에서 대형 이슈로 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안보문제를 통해 장사를 하려는 못된 짓에도 경종을 울렸다. 칼을 쓰는 자 칼로 망한다는 금언을 새삼 상기시켜 준 것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의 50% 국정 지지율도 의심 받게 됐다. 여론조사의 한계와 오류가 명백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50% 지지라는 허수에 얽매이지 말고 대북 대결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대북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민족화해를 구하라! 이것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표심이자 민(民)이 내린 지상명령이다. 북풍을 뚫고 이명박 정부를 심판한 6.2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리자는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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