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영(소설가)


그 동안 격조했습니다.

대사님 서현우라고 아십니까.

그는 KAL858기 폭파 사건을 다룬 소설『배후』를 발간(2003년)하고 국정원 직원 3명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으나 무죄 판결을 받은 5감 기능이 남다른 천수적 작가입니다.

엊그제 그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인사를 나눈 뒤,

“지난번 KAL기 사건 말이에요. 무죄가 초심 판결을 말 한 것인가요?”

“아닙니다. 대법원 판결입니다. 형사는 무죄판결을 받았고 민사도 제가 이겼습니다. 형사 재판에서는 그들이 불복 항고 하고 또 하여 3심(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민사에서는 제가 일심에서 이기니까 그들이 포기를 했습니다. 제 승리로 민.형사가 다 끝났습니다.”

“그렇담 KAL기 폭파가 북한의 테러가 아니라는 서 선생의 확신은 확고하겠군요.”

“100% 자신합니다. 참, 선생님은 아직 모르셨군요.『 KAL858기 폭파사건 종합 분석 보고서』를 출간했습니다.”

“어머, 그래요. 난 몰랐어요. 책방에 있겠군요.”

“있겠지요. 잘은 모르겠지만 주문하시면 됩니다.”

“출판사는요?”

“창해입니다.”

…생략…

대사님. 작가 서현우는 사건과 연관된 모든 이들의 진술, 증거물 등 수사기록과 기소내용, 공판기록 등에서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저는 무의식 중에 발로되는 인간의 심리 작용에서 진실여부를 발견하곤 합니다.

대사님. 박철언은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 요직의 중심축에 있던 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남북분단의 종식을 위한 북한 사절로 박철언을 언급한 칼럼을 쓴 일이 있습니다.

박철언이 쓴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을 읽고서 였습니다. 매도의 대상이었던 군사정권이었음에도 남북화해를 위한 물밑작업에서 박철언의 밀사로서의 수고와 진정성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 1권에 박철언, 강재섭 그리고 국정원장인지 관계자인지 기억이 확실치 않지만, 한국 최고의 거물급 인사들이 김현희를 공주처럼 가운데 모시고 찍은 사진이 나와 있습니다.

대사님. KAL858기의 승객이 누구입니까. 모처럼 돈을 모아 가족을 만날 기쁨에 들떠 있던 해외 건설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김현희가 그들을 죽였다면 악마 중에도 악마입니다. 그런 악마와 사진을 찍으면서 그렇게 자랑스러운 포즈를 취할 수 있습니까. KAL기 폭파사건이 노태우를 당선시키기 위한(세간의 여론) 조작극이라는 미스테리를 그 사진 한 장이 웅변하고 있습니다.

대사님.

어뢰정인지 뭔지 북한 제작이 확실한 증거물을 건져 올렸다고 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의 제 일성이 “운이 따랐다”였습니다. 이 한마디에서 저는 천안함 침몰 진상 규명의 음모가 금시 뇌리에 박혔습니다. 북한의 공격이라면 그것은 3차 대전의 선전포고입니다.

전쟁포고로 우리의 건장한 해군 46명 사병이 저 세상으로 날아갔는데, 그것을 운이 따랐다고 한다면 미쳐도 이만저만 미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두뇌는 명석합니다.

북한의 소행이 아님을 누구보다도 명확히 파악하고 있기에 3차 대전으로 확산시키지 않을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천안함 침몰을 최대로 활용하여 집권당의 승리를 이끌어 내고 일본 교과서에 독도가 일본영토로 등재됨으로써 결국 <요미우리>의 기사 소송사건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독도를 일본에 넘겨주었다는 국민의 무서운 항거를 피하게 되었으니 이명박 대통령으로서야 운이 따라준 것입니다. 무의식 중에 내심의 쾌재가 운이 따랐다는 표현으로 발로가 된 것입니다.

5월 5일자 동아일보는 “北 장사포가 50Km 거리서 우릴 겨누고 있는데 잊고 살아”라는 제목으로 ‘안보 대상이 뚜렷하지 않도록 만든 외부 환경이 있었고, 그로부터 비롯되는 군 내부의 혼란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는 4일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내보냈습니다.

천안함이 침몰 당시,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이지스함으로 한미합동 독수리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과의 대치를 잊고 살았다구요. 국가보안법이라는 반공의 옹벽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보의식이 김대중, 노무현 정권 탓으로 해이되었다구요.

대사님. 오바마의 평화를 지향하려는 정치철학을 주저앉게 해서는 아니 됩니다. 공화당 네오콘의 악마적 술수에 말려들 셈입니까?

조사란 입장이 다른 각도의 의견을 종합, 합리적 답을 찾아내는 게 조사의 원칙입니다. 신상철의 견해가 다르다고 그를 규탄한다면 그것은 조사가 아니고 정해놓은 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몰아내는 것입니다.

신상철이 힐러리 국무장관에게 영문 편지(북한 소행이 아닌 충돌)를 발송했답니다. 회답이 궁금합니다.

대사님. 미국을 구하고 동북아의 안녕을 기원해 주십시오.

대사님.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전환되면 굳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핵 폐기를 논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풍선으로 북한을 교란시킬 필요가 있겠습니까.

미국이 그런 경위를 알면서 실천하지 않고 한국 국민을 앵무새와 원숭이로 길들여 놓고 있지 않습니까.

대사님. 저는 현 정부와 이명박 대통령을 진하게 매도하고 비판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 지도자들의 농락거리가 되는 것은 참지 못하겠습니다.

천암함 침몰의 원인을 미국이 숨기고 있는데 MB는 동족을 치겠다고 이 나라 저 나라 끌어 모아 동참하게 한 능력을 외교의 승리라고 신명이 나있는 이명박과 그 권속을 바라보며 한미동맹, 한일동맹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가가대소를 할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칩니다.

천안함 침몰 후 진행된 수습과정에 나타난 미국에 대한 의혹의 구체적 사안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습니다. 소문이 아니라 진상이 인터넷 신문에 쫙 깔렸다고 하더군요.

대사님. 자제를 데리고 해인사이든가요 진지하게 불경에 임하시던 그 경건함으로 천안함 침몰의 진상을 공표해 주십시오.

대사에 앞선 어머니의 용기입니다. 그 용기로 미국이 정직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해 주십시오. 그것이 세계를 제패한 군사력이 아닌 진정 오바마가 지향하는 평등한 평화의 질서로 세계를 감싸는 위대한 미합중국으로 변하는 모습입니다.

제게 주신 편지에서 실천하는 지성인이라고 말씀하셨지요. 그 울림이 어찌나 신선한지 대사님 말씀을 표절하겠습니다.

“실천하는 지성인 캐서린 스티븐스 대사님. 당신은 내 조국의 영원한 친구 심은경이십니다.”


201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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