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로서는 명백한 출구전략이 없다. 바라건대 곧 생겼으면 좋겠다."
'서해 문제를 남북 내부문제로 보던 미국이 천안함 사건을 글로벌 이슈로 갖고 가는데 미국에 출구전략이 있는가'는 의문에 대한 27일 로버트 샤터 조지타운대 교수의 대답이다.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 중국과장, CIA 동아태 국가정보관 등을 역임한 그는 미국 내에서 손꼽히는 중국 전문가다.
이날 오후 평화재단(이사장 법륜)과 주한미국대사관이 공동주최한 제39차 전문가포럼에서 '미국의 중국 전문가가 보는 오바마 정부의 대아시아정책' 제하의 기조발제에 나선 샤터 박사는 이같이 밝히면서 '1차 북핵 위기'로 한반도 전쟁 위기가 고조되던 1994년을 회고하기도 했다.
"그 당시 출구전략이 어떤 것이 될지 감감했는데 지미 카터라는 출구전략이 놀랍게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해 국제사회가 적절한 처벌하는 게 맞다"는 전제 하에 "그래서 압박이 필요한 데 그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고 공개적으로 서로 싸우게 될 것인가"는 질문을 던진 뒤 "그런 상황을 피하도록 어떤 출구전략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출구전략'이 오바마 행정부의 몫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대신 "한.미 언론에서 (안보리 회부에 소극적인) 중국에 대한 많은 비판이 있"으나 "출구전략에서는 중국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는 안보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국면이나, 이후 북한과의 타협이나 긴장 완화가 필요하게 될 때 "중국이 북한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또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시키면 소통의 장을 마련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나중에 북한이 조금이라도 타국의 입장을 받아들이거나 유연성을 보이려 한다면 중국이 출구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한다면 한반도 정책에서 미국의 리더쉽을 포기한 게 아닌가'는 지적에, 샤터 박사는 "중국이 소통의 채널을 제공하고 대화를 원활히 함으로써 출구전략을 제공한다면 미국의 리더쉽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중국이 아시아 지역의 지도국이 되고 싶다면" 북한을 적절히 다룰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샤터 박사는 2000년대 초반에 부시 미 행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펼칠 때 한국뿐 아니라 중국도 이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중국이 주도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에게 '당신의 정책이 틀렸다 이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가 그 정책이 작동하지 않으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은 항상 궁극적인 책임이 미국에 돌아가는 범위 내에서만 역할을 했다는 불만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변하는 것 아닌가'는 질문에 대해서는 "천안함으로 인해 미국 정부가 한반도에 더 초점을 두게 되었고 일본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쳐서 미일동맹의 초점을 돌려놓았으며 6자회담 복귀의 가능성도 줄어 들었다"면서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이 전략적으로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냉정하게 봤을 때, '천안함 사건'이 미국 대외정책의 윤곽을 바꿀 정도의 사안이라 보기는 어렵고 "(우선순위에 들어있는) 다른 문제와 더불어 해결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다. "현 시점에서 전반적인 미국 외교정책에서 봤을 때 큰 영향은 없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이오빌딩에서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의 사회로, 샤터 박사의 기조발제와 이문기 세종대 교수, 이정철 숭실대 교수의 지정토론 등이 이어졌다. 윤여준 평화연구원 원장이 여는말을, 제프리 벨러 주한미대사관 부문정관이 인사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