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2.22 금 23:15
홈 > 특집연재 > 연재 | 김양희의 민족음식
실향민의 아픔 가진 '아바이순대'<김양희 기자의 민족음식이야기 207>
김양희 기자  |  tongil@tongil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승인 2010.05.27  19:44:18
페이스북 트위터
며칠 전 강원도 속초 아바이마을에 다녀왔습니다. 한류열풍을 몰고 온 가을동화로 관광객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었던 그곳은 최근 예능프로그램인 ‘1박2일’팀이 다녀간 곳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더욱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즘처럼 한반도의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그곳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인해 활기차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 그 곳은 실향민의 마을로 1.4후퇴 당시 국군을 따라 남하한 함경도 일대의 피난민들이 전쟁이 끝난 뒤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없게 되자, 휴전선에서 가까운 바닷가 허허벌판에 집을 짓고 집단촌락을 형성한 것입니다. 처음 이곳에 정착한 주민들은 사람 허리 정도의 깊이로 땅을 파고 창문과 출입구만 지상으로 내놓은 토굴 같은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하는데 당시에는 해일이 일면 마을이 휩쓸려 가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피난민의 생활과 같은 어려움 속에서 7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부분적으로 주택을 개축할 수 있었고 나름대로 마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지역은 함경도 출신 가운데서도 특히 늙은 사람들이 많아,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따서 아바이마을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정확한 행정구역 주소는 ‘대한민국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입니다. 청호동은 동쪽으로 바다, 서쪽으로 청초호를 사이에 두고 형성된 마을로 항만에 접한 작은 반도 형태로 이곳은 조양동으로 진입하는 도로가 생기기 전에는 대부분 무동력 운반선인 갯배를 이용하여 왕래했으며 지금도 갯배는 관광객들의 명물로 자리매김 하고 있습니다. 갯배는 30여 명이 탈 수 있는 직사각형 모양의 거룻배로, 한 쪽에서 다른 한 쪽까지 연결된 쇠줄에 고리를 걸고 잡아당겨 건너게 되어 있습니다.

실향민 마을이다 보니 아바이순대, 가자미식해 등 주민들이 이북에서 먹던 음식들이 관광자원화된 것이 많은데요, 이중 특히 아바이순대는 아바이마을의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신림동의 순대, 병천순대 등과 함께 아바이순대는 순대계의 한 획을 긋고 있다 할 수 있죠.

아바이순대는 1999년 함경도 향토음식 축제에 출품되어 처음 이름을 얻게 된 것으로 함경도 지방의 향토음식으로 돼지 대창 속에 돼지 선지, 찹쌀, 배추 우거지, 숙주, 배춧잎 등을 버무려 속을 채운 후에 찜통에 쪄서 만들었습니다. 마을에 잔치가 있으면 돼지를 잡아 고기는 따로 발려먹고 내장에다가 그 부속물을 야채들과 함께 채워 만든 것입니다.

순대는 각 지방마다 들어가는 재료나 순대 속을 채우는 방법이 조금씩 다른데, 함경도 지방에서는 돼지 대창 속에 찹쌀밥을 버무려 만듭니다. 아바이마을에서는 아바이순대와 함께 오징어순대가 유명한데, 이는 강원도에서 돼지 창자 대신 오징어를 사용해 오징어순대를 만들었기 때문에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가 혼재하게 된 것입니다.

지역별로 순대에 사용된 재료들도 다른데 함경도 순대는 곡류로서 주로 찹쌀과 당면이 사용됐고 평안도 순대는 곡류로서 조가 사용된 것이 특징이며 황해도 순대는 채소류가 거의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경기도 순대는 쇠고기, 돼지고기 등 육류의 사용이 두드러졌으며 채소류의 사용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고 제주도 순대는 곡류로서 보리와 메밀이 주로 사용됐으며 채소를 넣는 경우 부추가 사용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아바이순대는 다른 순대에 비해 주로 찹쌀과 당면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아바이순대는 또한 한국전쟁 때에 함경도에서 강원도 속초로 내려온 실향민들이 돼지 창자를 구할 수가 없어서 오징어에 주식과 부식을 섞어 넣어 순대를 만들어 먹던 것이 속초 아바이순대의 기원이 되었다고 하기도 합니다. 함경도 지방에서는 명태 배속을 주머니로 삼아 속을 채워 넣어 만드는 명태순태도 있습니다.

또 다른 아바이순대의 유래는, 돼지의 대창(큰장자)을 이용해 순대를 만드는데 돼지 한 마리를 잡았을 때 소창(작은 창자)는 한없이 나오지만 대창은 기껏 해야 50cm에서 1m정도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이 대창을 이용해 만들었기에 귀하고 좋은 것이라는 뜻으로 아버지라는 의미의 ‘아바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유래야 어찌됐건 아바이순대는 다른 순대보다 조금 크고 쫀득한 순대에 곁들여먹는 빨갛게 무친 매콤한 명태회가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가득 행복을 안겨줍니다.

속초에 가면 아바이순대가 새로운 별미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지만 그 유래를 보면 가슴 아픈 분단의 역사가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맛도 있고 새로운 음식문화를 창조한 측면에서는 좋지만 더 이상 이런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음식이 생기지 말았으면 합니다. 요즘 주변에서 전쟁이 날 것 같은데 쌀이랑 라면을 사재기해 둬야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있는데요, 이런 소모적인 싸움을 끝내고 어서 빨리 이 땅에 평화가 정착되어야 하겠습니다.
김양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트위터 뒤로가기 위로가기
댓글
아이디 비밀번호
(현재 0 byte/최대 500byte)
댓글보기(1)
qnseksrmrqhr () 2010-05-28 14:44:18
말만 들어도 구수한 고향냄새가 물신 풍깁니다...
0 0
통일뉴스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후원하기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3-2번지 삼덕빌딩 6층 | Tel 02-6272-0182 | 등록번호 : 서울아00126 | 등록일자 : 2000년 8월 3일 | 발행일자 : 8월 15일
발행·편집인 : 이계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계환
Copyright © 2000 - 2015 Tongilnew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tongil@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