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대북조치로 한반도 전역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상과 육지 곳곳에서 남북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는 군사.외교 조치를 통한 대북 압박에만 집중하고 그동안 안전판 역할을 했던 남북 간 민간 교류협력을 전면 차단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을 끝까지 밀어붙이기 위해 한반도의 안전핀을 뽑았다는 지적이다.

'대북방송 재개'-> 北 "설치하면 격파 사격" -> 南 '자위권 발동'?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오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에서 천안함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사진 제공- 청와대]
국방부는 지난 6년간 중단되어 왔던 대북 심리전을 24일부터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04년 남북 간 합의 이후 제거됐던 확성기와 대형전광판이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 다시 들어서고 대북라디오 방송, 군 차원의 대북전단 살포가 시작된다.

이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오후 인민군 전선중부지구 사령관은 공개경고장을 통해 "확성기와 같은 심리전 수단들을 새로 설치하는 경우 그것을 없애버리기 위한 직접 조준 격파사격이 개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방부는 대북심리전 재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4시간짜리 대북 라디오 방송이 시작됐으며, 북한이 경고한 확성기 설치도 2주 내에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북한이 심리전 도구에 대한 격파사격을 예고대로 강행할 경우 충돌의 수위를 가늠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상황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앞으로 우리의 영해, 영공, 영토를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라고 밝혀, 북측의 격파사격에 남측이 자위권을 발동할 경우 휴전선에서 군사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 출석해 "북한측이 심리전 수행을 공격해 온다면 즉각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북한 선박 진입 차단... PSI 역내차단훈련

▲남북해운합의서에 의한 해상항로대. 영해 바깥쪽 파란색 점으로 채워진 공간이 작전구역(AO)이다. [자료제공 - 국방부]
이날 이명박 정부가 북한 선박에 대해 제주해협을 비롯한 남측 해역 운항을 전면 차단하면서 육지뿐만 아니라 동.서.남해 전 해상에서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방부는 24일 오전까지 남측 해역에 이미 진입해 있는 북한 선박 3척까지만 항행을 허가하고, 이후 북한 선박의 해상항로대 이용은 전면 차단한다는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북한 선박은 남측의 12해리 내 영해뿐만 아니라 작전구역(AO) 내 진입이 불허된다. 작전구역은 정전협정에 따른 특수관계에 의해 남한이 설정한 것으로 북한에만 적용된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북한 선박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작전구역 내로 진입할 경우 강제 퇴거한다는 계획이다. 정광일 국방부 정책실장은 "들어오려고 하면 우선적으로 해경이 차단하고 해경의 역량이 부족하면 해군이 투입해 퇴거 시킨다"고 밝혔다.

한국 해군이 주관해서 미국 등 여러 나라가 참여한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역내 해상차단훈련도 실제 해상봉쇄 효과를 발휘하진 못하지만 북한은 강하게 반발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 선박을 검문,검색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PSI 훈련이 처음으로 한국 영해 내에서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경우에 따라 북한이 군사적으로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안보전문가는 "PSI가 실질적으로 북한 선박에 대해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장소가 문제인데 인천항, 속초항에서 하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백령도 인근에서 북쪽을 전진 방향으로 훈련한다면 북한에 상당한 자극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연합 대잠훈련 등 군사적 조치만 난무... 교류협력 차단

▲왼쪽부터 현인택 통일, 유명환 외교통상,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대북조치 관련 합동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육지와 해상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군사적 조치만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담화에서 "대한민국은 앞으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고, 적극적 억제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밝힌 '적극적 억제'는 북한이 공격을 감행했을 때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시켜 공격 의도를 사전에 굴복 시키겠다는 뜻이다. 즉 북한이 공격한 만큼 반격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배의 보복 반격을 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세적 반격'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6월말-7월초에 서해에서 진행될 예정인 '한.미연합 대잠수함 훈련'에 미국의 제 7함대 전력을 대거 동원하는 것도 '적극적 억제 원칙'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남북 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통일부는 남북교역을 중단하고, 남측 국민들의 방북을 전면 불허했다. 북한을 압박하는 의도도 있지만 남북 간 전쟁을 억지해왔던 민간 교류협력을 걷어치운 측면도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북조치를 통해 북한을 자극하고, 군사분계선과 서해상에서 군사적 조치를 동원해 맞부딪히고 있는 형국이다.

이명박 정부가 남북 간 '강대강' 충돌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는 비군사적 조치를 내 놓지 않는 이상 국민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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