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란 (평통사 평화군축팀장)

8차 NPT평가회의(5.3~28)를 맞아 평통사는 뉴욕현장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여론 조성에 나선다. <통일뉴스>는 <오마이뉴스>와 공동으로 평통사가 현장에서 보내주는 생생한 소식을 전재한다. /편집자 주

▲뉴욕 현지시간 14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평통사 2차 사이드 이벤트 모습. 부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2부에서 미군기지 문제가 다루어졌다. [사진 - 평통사]

오늘(현지시간 14일) 평통사 사이드 이벤트(오전 10시~오후 1시, 유엔본부 노스 론 빌딩 컨퍼런스 룸 A)는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라 지난 5일 1차 사이드 이벤트와는 다른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1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2부 미군기지로 나누어 진행하되 각각 간단한 배경설명과 비디오를 상영한 후 참가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 하는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1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비디오 상영과 변연식 대표의 발표 후 참가자들이 서로 질문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당초 예상했던 토론시간인 오전 11시를 훨씬 넘기게 되었습니다. 이어 진행된 평택과 제주도 군사기지 비디오 상영과 질의응답 역시 시간이 모자라 사이드 이벤트 시간을 오후 1시까지 연장해서 토론을 이어나갔습니다.

사이드 이벤트가 모두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질의응답과 연대전략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정도로 평통사와 한국 민중들의 투쟁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참가자들의 활발한 질문과 토론은 기본적으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과 고영대 대표의 명쾌한 답변에 힘입은 것입니다. 참가자들은 고영대 대표의 첫 번째 답변이 끝나자마자 참가자 전원이 일제히 손을 들어 질문하겠다고 나설 정도였습니다. 참가자들의 질문은 남북 군대의 통합방안이나 통일방안에서부터 평통사의 국제 연대 및 여론 홍보 전략에 관한 것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제기되었습니다.

오늘 토론을 통해 서구의 많은 평화활동가들이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미군기지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올바른 정보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질의와 응답 내용.

시코 밴드미어(네덜란드 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 발제와 동영상에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된 원인을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에서 찾았는데 경제적 요인은 없다고 보는지? 남북이 체제가 다른데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가능한지?

답변: 북이 핵개발에 나선 데에는 경제적 요인도 있으나 근본적 요인은 이라크처럼 미국의 침공으로 체제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은 경제적 보상만으로 핵을 폐기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북 적대정책이 폐기된다면 북핵은 폐기될 수 있다. 80년대 이후 남북 정부 당국에서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가 서로 접근되어 왔다. 북은 연방제, 남은 연합제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서는 연합제와 연방제의 공통분모를 찾아 통일하기로 했다. 남북이 통일 후 어떤 체제로 운영될지는 국민들이 선택할 것이다. 개인적 견해로는 복지국가의 모델로 꼽히는 스웨덴보다는 진보적 요소가 더 가미된 체제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태리 NGO 참가자: 남북 군대 통합방안은? 북한 체제를 사회주의 체제로 보는지?

답변: 남북 정부 당국 차원에서 통일 후 적정 군사력과 남북 군대 통합방안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왔다. 통일 후 적적 군사력에 대해서는 북이 20만 명을, 남은 40~60만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개인으로는 30만 전후가 적당하다고 본다. 군대 통합 문제는 쉽지 않은 문제로 과도기가 필요하다. 남북이 통일 후 정치적 신뢰를 쌓아나가면 통합에 필요한 시간은 더 단축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약 30년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북한은 중국과 소련과도 다른 독자적인 사회주의 체제다.

우슬라 (WILPF/노르웨이): 평통사를 비롯한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의 대북 민간교류 현황은?

답변: 한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대북민간교류에 나서고 있다.

재키 카바소: 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의 역할은?

답변: 아시아에서 미일동맹이 가장 중요한 동맹이며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하위 체계다. 2007년부터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노골적이고 공식적으로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NATO 동진의 끝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인데 NATO가 동진해 아태지역의 미일, 한미, 한호 동맹과 결합하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는 지금보다 훨씬 위험해진다.

제이 하우벤(<오마이뉴스> 미주지역 리포터): 한국전쟁에 16개국이 참가했는데 평화협정 당사자는 왜 남북미중 4개국인가? 정세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해달라.

답변: 정전협정 당사자는 북.미.중이다. 유엔군은 미국 주도 하에 구성된 다국적 군대이며 1990년대 유엔사무총장이었던 갈리의 서한에서 밝혀진 것처럼 유엔군을 해체할 권한도 미국에게 있으므로 유엔은 정전협정 당사자가 아니다. 남한은 당시 정전협정에 반대해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으나 평화협정에는 참가해야 한다. 이렇게 볼 때 평화협정 당사자인 남.북.미.중은 정전협정 당사자와도 일치한다. 최근 후진타오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열려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큰 희망은 투쟁하는 민중들에게 있다.

마리온 쿠퍼(독일): 아프간이나 이라크로 파견되는 미군의 85%가 독일 미군기지를 경유하고 있다. 독일도 한국(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비슷한 상황이다.

네덜란드 국제관계 연구원: 많은 사람들이 북한 정권을 억압적 정권으로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한국전쟁이 발생한 원인과 배경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는가? 북한 내부 소요가 발생할 경우 남한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는가?

답변: 억압적 정권인지 여부는 기본적으로는 그 체제하에 있는 북한 주민들이 판단할 문제다. 한국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원인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전쟁은 남북한 민중이 아닌 일본이 식민지 지배와 외세의 의한 분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이러한 요인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북한 내부 소요 시 북이 남한을 공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전쟁은 국민의 지지와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북한이 내부 소요 시 그게 뒷받침 되지 않아 패배할 것이 명확한데 질 것이 명확한 전쟁을 시작할 사람이 있겠는가?

다그마 아키린 쉐르베(노르웨이/IPPNW, WILPF): 북유럽 노르웨이에서부터 동북아의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배치된 미군기지는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는 구도다.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투쟁과 남북이 힘을 합쳐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투쟁 중에 무엇이 선후인가?

답변: 미국 전략사령부는 세계적 차원에서 핵전략을 운용한다. 미국의 전략사령부 작전계획 8010의 주요 대상은 북한이지만 작계 8010은 한국 정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수립되고 실시된다. 미국 태평양 사령부 작전계획 5027 등은 부분적으로 한국정부와 협의 하에 작성된다. 미국 전략사령부 작전계획에 따라 전략 핵무기 1개만 사용해도 한반도는 남북 가리지 않고 초토화된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전략은 변화시키고 한미동맹을 약화 또는 폐기하는 투쟁과 남북이 힘을 합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투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쥬디쉬 르블랑(Peace Action): (평택기지에 대한 비디오를 보고 난 후) 빈집 점거 운동 등 시민불복종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한국에서 시민불복종 운동이 예컨대 (분단철조망을 걷어내기 위해) 군사분계선 인근까지 진출하는가? 6월에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미국 사회포럼을 개최하는데 오늘 소개된 주한 미군기지 문제점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답변: 한국 민중들의 투쟁은 작게는 수천 명에서 여중생이나 광우병 투쟁과 같은 투쟁에는 수십만 명이 운집한다.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분단을 극복하며 통일의 대문을 열기위한 투쟁은 오라 남으로, 가자 북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라는 구호에서 집중적으로 표현된다. 아직까지 판문점에서 수십만 명이 모이는 집회를 개최하지는 못했지만 투쟁이 발전하면 분단철조망을 걷어내기 위한 투쟁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날 행사는 참가자들의 적극적인 질문으로 예정보다 늦은 오후 1시까지 계속됐다.  [사진 -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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