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2006년과 2009년에 공개적으로 두 차례나 지하 핵 실험을 했으니, 그것도 성공을 했다고 하니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이는 미국도 인정하고 있는 점입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9일 한 대학 연설에서 “북한이 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발언했으며, 그리고 11일 ABC 방송에 출연해 “북한은 이미 핵무기들을 보유하고 있고,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미국측이 그동안 북한에 대해 ‘핵 능력을 갖고 있다’거나 ‘핵장치를 갖고 있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에서 핵무기 보유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판단됩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11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이번 회의에 전 세계 9개의 핵보유국 중 8개국만이 참석한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서 8개국이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이며, 참가하지 않은 1개국이 다름 아닌 북한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미국이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무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과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한국정부도 12일, 클린턴 국무장관의 북한 핵보유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자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핵은 ‘보유’했지만 핵‘보유국’은 아니라니요.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이미 미국은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지만 국제외교적으로는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봐야 합니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대북 군사전략을 수립해야 함과 동시에 외부로의 핵 이전을 막아야하고, 후자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군축 협상 공세를 저지하고 6자회담을 지속해야 하니까요. 문제는 이러한 불일치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북한의 핵보유를 두고 미국의 딜레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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