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2시 서울 통일부(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정대협'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여성토론회 성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남북 사회문화교류 사업을 제한하고 있는 통일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공동행사까지 제동을 걸고 나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북측 '조선 일본군위안부 및 강제련행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조대위)' 및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과 오는 26~29일까지 평양에서 남북 각각 100여명 규모로 '일제강점 100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여성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했었다.

이에 대해 최근 통일부는 해당단체와 협의 과정에서 '평양 개최는 불가능하며 개성 등지에서 10여명 수준으로 축소해서 행사를 진행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해당 단체와 협의 과정에서 행사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남북관계 상황과 신변안전 등을 우려해 100여명의 대규모 공동행사는 맞지 않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를 실질적으로 협의할 수 있는 최소 규모의 접촉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1년 가까이 대규모 공동행사 방식은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공동 행사와 같은 이벤트 성격보다는 지금 남북 상황에 맞게 다른 방식으로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대협은 이러한 정부의 요구에 따라 행사를 축소할 수 없다며 현인택 통일부 장관 면담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정대협 관계자는 "행사 일정을 늦추더라도 정상적인 행사 진행 방안을 끝까지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민족적 자존심을 푸는 문제... 이것까지 막다니"

이번 공동행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과 결부돼, 정부가 남북 민간교류를 지나치게 제한하면서 일제 강점 과거사 청산을 위한 남북 민간의 공동 노력도 차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통일부(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정대협'을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여성토론회' 성사를 촉구하면서, 이번 행사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정부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이 문제만큼은 민족적 자존심을 푸는 문제이기 때문에 MB정부가 알아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했는데 이것까지 막다니, 다시 한 번 속았다"며 "경술국치 100년을 맞아 남북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만남을 막는 것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을 진정으로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회견 도중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닦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남북의 여성들은 남북 간 어떠한 정치적인 긴장이 조성되더라도 함께 만나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으로 연대해 왔다"며 "지난 20년 동안 아무 문제없는 남북여성들의 인도주의적인 교류조차 가로막으며 역사를 거꾸로 가려는 통일부의 정책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오히려 막혀있는 남북관계의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통일부는 남북의 여성들이 합의한 '남북여성토론회'를 적극 지원해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며 행사 보장 및 지원을 촉구했다.

"'위안부' 할머니들 돌아가시기 전에 북녘 고향 가서 한 푸는 계기"

특히 이번 '위안부 문제해결 남북여성토론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향 방문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할머니'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14명이었던 북녘이 고향인 할머니들도 대부분 세상을 뜨고 5명만 남았다.

한국염 '정대협' 공동대표는 "이번 토론회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다"라며 "남북이 올해를 일본군 위안부 해결 원년으로, 할머니들이 돌아가시지 전에 고향에 가서 한을 푸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정부의 허가를 촉구했다.

평양이 고향인 길원옥(82) 할머니는 "7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가슴앓이를 하고 사람 구실 못하고 살다가 이제 언제 갈지 모른다"며 "갈 길이 바쁘다. 이북에서 허락해 준 것을 왜 이남에서 막느냐"고 호소했다.

함경남도 이원군이 고향인 이옥선(82) 할머니도 "우리가 어느 나라 딸이냐, 한국의 딸들인데 왜 이렇게 한국 정부는 모른 척 하느냐"며 "너무 억울하다"고 울분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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