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통일뉴스>는 <업코리아>와 공동으로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우)와 김근식 경남대 교수(좌)의 자유대담을 진행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북한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북한을 둘러싼 남남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보수와 진보는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했다.

<통일뉴스>는 <업코리아>와 공동으로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와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자유대담을 진행했다. 서경석 목사는 북한인권운동에 앞장 선 대표적인 보수 인사로 꼽히며, 김근식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해온 진보적 대북전문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당초 '북한 문제를 둘러싼 보수-진보 간 끝장토론'으로 기획했으나, 양측 간 의견 대립보다는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접점을 찾아가는 모습이 더욱 부각됐다. 서 목사와 김 교수의 대담은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됐으며, 남북 간 교류 접촉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다루었다.

대담 초반 서 목사가 '진보진영도 북한 인권 개선운동에 나서야 한다'고 밀어붙이면서 다소 논쟁이 가열되기도 했지만, 김 교수는 "북한 붕괴론, 정권 타도론으로 나가는 구도가 잡혀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고민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다"는 입장을 내고, 서 목사도 보수진영에서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인권 개선 주장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소개하면서 접점을 찾았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서 양측 모두 식량 지원의 투명한 모니터링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 서 목사는 쌀은 다른 문제와 연계시키더라도 군용으로 전용 가능성이 낮은 옥수수 가루라면 무제한으로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펼치기도 했다.

교류확대를 통한 북한의 변화유도라는 접근에 대해 서 목사는 반대하지 않았지만 '당근'보다는 '채찍'에 무게중심을 뒀으며, 김 교수도 '채찍'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에 있어서 서 목사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이 시대적 타당성이 있었지만, '퍼주기'와 '비위 맞추기'로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으며,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퍼주기'를 바로잡는데 몰두해 20년 동안 이어온 '개입정책'까지 포기하는 역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서경석 목사와 김근식 교수와의 자유대담은 지난 2일 오전 <업코리아> 사무실에서 약 2시간 동안 사회자 없이 진행됐다.

다음은 자유대담 전문이다. 중복된 표현이나 비문을 제외하고 대부분 발언 그대로 실었음을 일러둔다.

서경석 선진화행동 상임대표 = 보수와 진보, 서로의 입장차가 어디서 생기는 것인지 분명히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오늘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대화를 진솔하게 해서 보수와 진보 간 소통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 좋은 의도로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진보와 보수진영이 북한 이슈를 가지고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자리에 제가 흔쾌히 응했던 이유는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확인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를 과도하게 의심하고, 진보는 진보대로 보수를 지나치게 혐오하는 현상들이 있습니다. 서로 합리적인 사람끼리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차이가 지나치게 불필요하게 의구심으로 확장되는 것은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 "진보진영, 북 인권 문제 분명하게 주장해야"
김 "남북 간 신뢰를 먼저 조성하고 인권 개선 요구하는 것이 효율적"

▲서경석 목사는 진보인사들에게 "이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주장하는 입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서경석 = 먼저 질문을 하겠습니다. 진보 인사들에게 첫 번째로 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 분명하게 주장하는 입장으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북한 인권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옳은 태도가 못 되고 만약 신앙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것에 대해서 말 안하는 사람에 대해서 (저는) 마음속으로 '참 저 사람은 사람도 아니다'라는 이런 생각이 있어요.

저는 과거 박정희 정권 때 인권 운동으로 감옥을 세 번을 갔습니다. 제가 북한에 갔을 때 '수령 체제는 유신 체제보다 백배는 더 독재인데 그것에 대해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박정희 정권과 싸울 때 박정희 정권이 '빵을 위해서는 자유가 유보되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우리는 패트릭 헨리 이야기를 하면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 달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남한 사람은 빵과 자유가 다 필요하고 북한 사람들은 '빵으로만 살아라'고 하면서, 생존권만 이야기하고 자유권은 이야기 하지 않는 다든지, 사회권만 이야기하고 자유권은 이야기 하지 않는다든지, 그것은 도리가 안 맞거든요. 그렇다면 이제 진보진영이 그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완전히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돌이켜 볼 때 한 7-8년 전 정도만 해도 나도 '한반도의 평화가 우선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나서 그 다음에 인권문제를 이야기하자'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지식인들에게 그것이 상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랬던 이유는 우리가 탈북자들과 접촉이 없어서 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해서 생생하게 느끼지 못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탈북자 2만 명 시대에 들어가고 우리가 그 사람들의 고통을 너무나도 알게 됐습니다.

나는 이것을 놓고 '가츠라-태프트' 밀약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가츠라-태프트' 밀약이 조선 사람의 고통을 외면한 평화 조약이었습니다. 우리가 김정일 정권에 대해 한반도 평화 우선주의로 나간다면 그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외면한 대가로 김정일로부터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하는 이기주의다. 저는 그런 이기적인 태도를 반대하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하고 분노합니다. 저는 진보진영도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인권을 동시에 추구하는 태도로 전환해야 된다. 전환하지 않고서는 지식인 사회나 한국사회에서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근식 교수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남북 간 신뢰를 먼저 조성하고 인권 개선 요구하는 것이 효율적" 이라고 주장했다.[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근식 = 보수진영을 대표해서 진보진영에게 첫 번째로 궁금한 것이 북한 인권에 대한 침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충분히 그 말씀의 배경에 대해서 이해를 합니다. 그것에 대해 진보진영의 입장을 말씀 드린다면, '평화를 위해서 북한의 인권개선을 유보한다'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진보진영의 다수 입장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북한 인권에 대해 진보진영이 보수진영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실질적인 인권 개선을 위한 효율적인 접근방법이 무엇이냐'의 문제입니다. 인권 개선을 위해서 실제로 어떤 방식이 정말 북한 인민들의 인권을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하고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인가? 이것에 대한 접근방식의 차이라고 봅니다. 이것은 '평화를 우선하기 위해서 인권을 거부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런 겁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것에 있어서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만날 때마다 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식량지원 등 모든 대북지원을 인권 개선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수진영에서 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은 그것보다는 인권개선의 역할분담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죠. 즉 목사님과 같은 남한사회 시민사회에서 북한 인권개선을 요구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시민사회가 하는 역할을 분담하되, 정부 차원에서는 오히려 북한 인권에서 가장 시급한 인권인 식량권, 생명권 등 먹고 살 수 있는 권리를 우선적으로 하면서, 남북의 신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인권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실질적이라고 보는 것이 제 생각이기도 하고 진보진영의 다수 생각이라고 봅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서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마치 진보진영 사람들은 북한 인권의 실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고개를 돌리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보진영이 어떻게 북 인권에 대해서 거짓말이라고 이야기 하겠습니까? 이것이 첫 번째 오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오해는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인권 개선의 필요성은 당연히 전제 되어 있고, 다만 인권 개선을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신시대 때 서 목사님께서 유신반대 운동을 했고, 저도 대학 다닐 때 전두환 독재정권을 반대하면서 감옥에도 가기도 했습니다.

진보진영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유신정권 하에서 남쪽의 인권이 탄압을 받고 있을 때 남쪽에서 모든 사람이 목숨 걸고 저항하고 그랬습니다. 그 당시 상황에서 북한의 지식인이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남쪽에 대고 '인권 탄압하지 마라', '박정희 정권 타도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당시 유신 반대 운동을 하는 서 목사님께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그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내부의 인권 개선을 위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주체적인 것이지, 예컨대 북한 주민 상황들이 우리의 70년대 보다 못한 상황에서 북한과 지금도 적대 관계를 갖고 있는 남쪽의 지식인들이나 남측 정부 당국이 북한에 신뢰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권개선해라', '수령 독재'라고 말하는 것이 만약에 있을 지도 모르는 북한 내에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무리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선진화시민행동'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서경석 = 김 교수님의 말씀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북한 실상에 대해서 동의 안하는 사람들도 꽤 있더라구요. (김근식 = 극소수일겁니다.) 재작년인가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국회에서 공술회가 있었는데, 공술인으로 나온 한 분은 교수님이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 입증된 사실이 없다'라고 주장하더군요. 굉장히 황당했습니다. 지금 김근식 교수가 하는 그 이야기를 저는 처음 듣는다. 그 말은 무엇을 의미하느냐, 지금 우리나라 국민들은 진보진영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침묵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사람조차도 처음 들을 정도니 보통 사람은 말할 것도 없는 거죠. 중요한 것은 우선 진보진영이 다른 것 이전에 우리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이야기할 무엇이냐면 '북한 인권을 위해서 우리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 되구요, '김정일 정권은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먼저 해서 일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그 오해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으로 구분해서 민간은 인권 문제에 대해서 주장하지만 정부는 인권 개선 문제를 주장하기 전에 남북 간 신뢰를 이야기해야 하고 식량이나 생명권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김 교수님은 민간이고 지금 우파 정권이니까 진보진영은 민간이나 마찬가지인데, 민간이라면 북한 인권 개선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그 운동을 해야지 김 교수님이 하신 말씀의 논리가 맞는데, 진보진영이 그렇게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납득이 안 간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북한 인권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인권 개선 요구 세력에게 도움 안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옛날에 유신체제 하에 있을 때 어렵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그래도 기대와 희망은 외국에서 '이런 독재에 대해서 잘못됐다'는 목소리, 그것이 우리에게 기대와 희망이었습니다. 바깥에 있는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해야지, 바깥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인권 요구 세력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최소한 저한테는 설득력 없는 이야기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설득력이 없을 겁니다. '옳은 것은 옳다, 틀린 것은 틀렸다'라고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슨 송두율 교수처럼 내재적 어쩌고저쩌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전부 사이비 논리라는 것이죠.

김근식 = 제가 설명 했던 것을 처음 들으셨다고 해서 진보, 보수진영에 조금이라도 소통 이 되는 것 같아 다행이구요. 처음 들은 것은 아니고 아마 아실 겁니다. 보수나 진보나 상대방을 볼 때, 상대방 중에 극소수의 과도한 극좌와 극우의 목소리가 마치 전체 보수와 진보의 목소리로 과대 대변되는, 과잉 반영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저도 보수진영이 조갑제 같은 분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수진영에도 합리적인 분들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수진영도 진보진영에 극좌 같은, 김일성 수령에게 인사하고 밥을 먹던 사람이 있었다면 그 사람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대화가 되는 진보진영의 목소리와 세력이 있다는 것을 보셔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이미 북한 인권에 대한 3대 원칙이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보편적인 원칙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동의했습니다. 둘째 한반도의 분단, 남북관계의 적대 환경이라는 특수 상황을 생각해야한다는 것이구요. 셋째가 보편적 기준과 특수한 상황에서 실제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인권 개선의 방법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인권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진보 정부라고 이야기 되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정부 당국의 고민이 담겨 있는 원칙을 밝히고 그 입장에 따라 했던 것이죠. 그것은 북한 인권 자체에 대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 현실적 접근을 하려고 노력한 것이죠. 이미 진보진영 내에서도 합리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들은 북한 인권의 열악함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북한 인권에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보수진영의 접근 방법보다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접근을 찾자는 것이 핵심적인 차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 말씀하신, '왜 진보진영은 지금이라도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운동을 시작하지 않느냐'는 말씀은 세 번째 질문과도 연관이 되는데요. 유신독재 시대 때 남쪽에서 박정희 반대 운동을 했을 때 가장 큰 도움이 외국의 도움이라고 말씀 하셨는데, 그 외국의 도움에 북한의 도움은 들어가지 않는 것이죠. 그 때 외국의 도움은 미국과 일본의 양심적인 세력들의 도움이 가장 중요했던 것이구요. 당시 북한에서 조평통이나 지식인이나 시민단체가 나서서 '남쪽 박정희 정권 타도하자'고 이런 이야기 하는 것이 절대 남북 간 적대 관계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유신시대 때 반독재 운동을 북한 도와주는 것이 오히려 역작용 하듯이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필요성은 동의하지만, 우리가 나서서 '북한 정권 타도해라'고 나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봅니다.

서 "정부도 아닌데 무슨 눈치 보나, 커밍아웃해라"
김 "커밍아웃 요구는 우월적 지위에서 과도한 주장"

서경석 = 그 이야기는 너무 비상적인 대비인데요. 북한이 나서서 '박정희 독재 정권을 타도하자'라는 이야기하는 것이 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는가? 그 당시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민주주의였지, 백색 독재에서 적색 독재로 이행하는 것이 우리의 목적 아니었거든요. 북한의 김일성 정권은 적색 독재를 이루자는 것이었고, 우리는 민주주의를 이루자는 것이었기 때문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 저 세력이 전혀 도움이 안 된 것이죠.

그런데 지금 북한 상황은 다릅니다. 우리는 북한의 인권개선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북한 보고 '너희들 붕괴하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북한을 향해서 '법에 의해서 재판하고, 정치범 수용소 없애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그런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말이죠. 그것을 이야기하면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안에서 자유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거꾸로 위해를 미치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그것을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주장한다면, 북한으로서는 그것을 더욱 더 느낄 겁니다. 인권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진보진영들은 이런 식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북한 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지식인으로서의 대접도 받을 수 없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그것을 명확하게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하고 나서 다른 논리를 편다면 이해가 갑니다.

노무현 정부가 그랬으니까(북한 인권 3대 원칙을 발표했으니까), 한국 진보적 지식인들은 자기의 그런 것을 '커밍아웃' 하지 않고, 분명한 자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다, 저는 그건 참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입장은 폭이 좁습니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사회통합을 지향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러나 시민사회는 범위가 넓습니다. 지금 김근식 교수가 하는 말씀이 납득이 가려면 우선 자기 입장을 세상 앞에서 분명하게, '김정일 정권 그렇게 가면 안 된다'라는 이야기를 먼저 떠들어야 합니다. 정부도 아닌데 뭘 무슨 눈치를 보느냐는 겁니다.

▲"커밍아웃 요구는 우월적 지위에서 과도한 주장"이라고 지적하는 김근식 교수.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근식 = 유신 시대 때 북에서 박정희 파쇼 타도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그 사실은 동의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지금 남북관계에서도 그럴만한 위험이 있다고 말씀 드리는 것은, 북한의 수령 독재가 있기 때문에 그런 작동 구조가 남아 있다는 것이죠. 예컨대 남쪽의 시민사회가 북에 대해서 인권 개선이나 정권 타도 외치면, 북한의 수령 독재는 상황이 뒤숭숭할 때 얼마든지 박정희 정권이 했던 것처럼 남쪽과 내통하는 놈들, 공화국을 전복 세력으로 얼마든지 탄압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도 인민보안성과 국가안전보위부가 공동성명 낸 것을 보셨죠? 그런 식의 체제 유지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이 옳은 것이지만 옳은 것이 그쪽으로 전달됐을 때 옳은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유신독재 때 미국의 이야기 들어서 한국 정부가 굉장히 부담스러워 인권을 개선에서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미국과 한국은 긴밀한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죠. 한미동맹이라는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말하면 박정희 정권도 들을 수밖에 없었죠. 북한에 대해서도 남쪽의 시민사회가 북쪽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북쪽 당국이나 인민들이 남쪽 시민사회에 대한 기본적 신뢰관계가 생기면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지 않으면 비효율적이죠.

서경석 = 그 말이 전혀 현실하고 안 맞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 북한 안에 인권개선 요구세력이 존재하지도 않구요. (김근식 = 존재하지도 않을 때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것은 더 무모하지요). 지금 제가 김 교수하고 끝까지 논쟁은 안하겠습니다. 이 이야기까지만 하고 끝내고 싶은데, 탈북자들한테 한번 물어 보십시오. 남쪽에서 북한 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거꾸로 북한 인권 개선에 마이너스라고 생각하는 탈북자가 지금 2만 명 중 단 1명이라도 있는지. 한번 물어보면서 이야기해야 할 겁니다. 거기까지만 이야기하고 넘어갑시다. 더 이상 그것 가지고 논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근식 = 북한 인권가지고 너무 오랜 시간을 끌었습니다. 아까 말씀 하신 것 중에 하나만 답변을 드리면 '커밍아웃을 왜 하지 않느냐'는 문제는 목사님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되는 말씀입니다. '왜 좌파 지식인들이 커밍아웃 하지 않느냐, 북한 인권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느냐'는 말씀은 서경석 목사님이 가지고 있는 입장이 절대적으로 옳기 때문에 다른 시민사회나 다른 지식인들이 다 그 입장에 맞춰서 '너는 네 입장에 대해서 커밍아웃 할래 안 할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우월적 지위에서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상대측 주장을 들어보라고 하면 되지, 그 주장에 대해서 커밍아웃 하지 않느냐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죠. 좌파가 우파에 대해 '당신들 북한 붕괴를 원하는지 않은지 커밍아웃해라' 이렇게 요구합니까? 안 하죠. 커밍아웃 요구는 너무 과도한 요구입니다.

서경석 = 이 이야기는 생략합시다. 말꼬리 잡는 토론은 정말 필요 없거든요.

김근식 = 그 말씀 드리는 것은 오늘 서 목사님 말씀 뿐 아니라 다른 데서도 그런 분위기를 많이 느꼈기 때문입니다. 인권개선을 말씀하시는 보수진영 분들이 항상 진보진영에게 커밍아웃하라는 투의 일종의 우월적 지위에서 말하는 듯한 느낌은 오히려 소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안타까움에서 말씀을 드립니다.

서경석 = 그것은 잘 알겠구요. 저는 커밍아웃이라는 말도 그것이 우월적인 지위이어서가 아니구요. 커밍아웃이라는 것에 그에 맞는 근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지식인 사회의 전환 과정을 보면, 과거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 치하에서 독재와 싸우기 위해서 사람들이 흑백논리로 무장을 했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엄혹한 싸움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어떤 사람은 김일성 주체사상, 어떤 사람은 맑스주의.레닌주의, 모택동주의, 우리 같은 기독교인들은 민중신앙론, 해방신앙론으로 무장해서 싸웠던 시절입니다. 민주화 과정에 들어서고 나서 사람들이 시민사회로의 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전환을 시작한 사람은 엄청나게 두드려 맞았습니다. 저 같은 경우인데요. 저는 커밍아웃하고 나서 '한국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 원장 자리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러고 나서 경실련을 만들었습니다. 그 때 김지하 선배도 커밍아웃을 하고 고통을 겪었고, 많은 그런 과정을 거쳤습니다. 북한 인권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옛날에는 저만 하더라도 젊은 시절에는 북한이 낙원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또 그렇게 선배들로부터 지도를 받았구요.

제가 북한 실상을 알게 된 것은 미국에 유학가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고, 그 실상을 후배들에게 전했기 때문에 제가 쫓겨났습니다. 사실은 커밍아웃이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저 자신이 과거에 그런 입장 가지고 있다가 그 이후에 커밍아웃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말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래서 우월적 지위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서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인권 개선 주장은 안 된다"
김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 진보 간 접점을 찾을 수도 있겠다"

▲서경석 목사는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인권 개선 주장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서경석 = 다시 말하자면, 지금 진보진영이 자기네들 입장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정부의 역할은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진보진영이 이야기한다면, 그것이 보수진영사람들에게 훨씬 더 설득력이 있을 것입니다.

김근식 = 실제로 '참여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등 진보진영에서도 북한 인권에 대한 연구를 소모임 형태로 계속 유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담아낼 것이냐 하는 움직임이 실제로 있습니다. 다만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의 남남갈등 구도에서 보수진영이 진보진영에 대해서 북한 인권이 마치 진보진영을 매도하는, 우월적 지위에서 훈계하는 분위기이고 오히려 보수진영의 북한 인권 개선운동이 북한 붕괴론, 정권 타도론으로 나가는 구도가 잡혀 있기 때문에 인권개선에 대한 진보진영의 고민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말씀 드립니다.

서경석 = 좋습니다. 말꼬리 잡는 이야기는 안하겠습니다. 그 이야기 이어서 소개하자면, 연초에 '북한인권단체연합회'가 '국가인권위'와 공동주최로 정책 세미나를 했습니다. 거기서 북한 인권 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보고서를 작성할 때도 그 문제로 인해서 보고서 작성 가능할 지 의문될 정도로 상황이 갔습니다. 맨 마지막에 가까스로 봉합됐습니다.

거기에서 두 가지 시각이 있었는데, 하나는 탈북자들로 대표되는 시각인데, 김정일 정권이 하루 빨리 붕괴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시각은 김정일 정권이 하루 빨리 붕괴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충분히 공감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한국 주류 사회가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 정부, 교회, 주류 시민사회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 그러냐. 북한인권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지만, 한반도 평화도 중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남북관계가 관리 되어야 한다. 전쟁이 없어야 하고 남북위협이 없어야 하고 이것이 일정한 정도로 관리가 되어야지 오로지 북한 붕괴로만 나가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입장이 다 같이 존재했습니다. 맨 마지막 보고서는 우리 안에 두 가지 입장이 존재하고 있다. 이렇게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으로 보고서가 만들어 졌습니다.

저는 그 두 가지 입장 중에서 후자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한 인권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북한 인권을 이야기할 때도 북한 붕괴론에 입각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첫째로 대한민국의 어느 정부도 어떤 우파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도 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일차적인 임무는 안보입니다. 전쟁 방지가 일차적인 임무입니다. 이명박 정부 입장도 분명히 아니구요.

두 가지를 어떻게 동시에 실현할 것이냐,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주장을 해야 합니다. 북한이 결국은 소프트 랜딩, 물론 그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지만, 그래도 소프트 랜딩이 될 가능성의 길을 열고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북한에 대해 애증을 가지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그래야 먹혀들어갈 것 아니냐, 북한 인권 문제만 이야기하면 무조선 자기네 공화국을 붕괴시키기 위한 책략이다. 이렇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오게 되면 곤란하다. 그러면 평화 유지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 주장은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하는 표현으로 동남아에서 인권이 열악한 미얀마인데, 북한이 미얀마 수준만 됐으면 좋겠다. 그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에 대해서도 반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당신네들 정권 다 유지해라. 우리가 바라는 바는 정치범 수용소 없애고, 법에 의한 재판하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고, 이산가족 만남을 죽기 전에 다 해주고, 식량 배급의 형평성 문제, 종교의 자유문제 이런 일들만 되면 된다. 그러면 더 이상 요구도 안하겠다. 저는 사실상 그런 입장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 보고서에 제 입장이 반영 됐습니다. 미얀만 수준만 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가 있습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김근식 = 목사님 말씀하신 것 들으면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보수 진보 간에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보이구요. 특히 소프트 랜딩의 가능성 열어놔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는 바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점진적이고 단계적 접근도 공감합니다. 그런 내용들이 보수 진보진영에서 같이 이야기 되면 공감되는 방향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그동안 이십 몇 차례 남북 간 장관급 회담을 했습니다. 초창기만 해도 굉장히 어렵죠. 만나면 언쟁하고 갈등이 심하니까, 그러나 남북관계가 유지되고 장관급 회담이 지속되고 신뢰가 조금이라도 쌓이면 인권 문제에 대해서 정부가 하더라도 북한의 저항이나 반감이 완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유엔인권이사회에 처음에는 기권이나 불참했다가 지금은 찬성표를 던지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은 의례적인 저항을 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남북관계가 파토 나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꾸준히 10여 년 동안 식량도 주고 남북 간 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에서 '너희들 하는 이야기는 동의하지 못하지만 이해한다'라는 수준까지 발전하는 것이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목사님 말씀하신 정치범 수용소, 신앙.주거지의 자유 이런 낮은 수준의 정치적 자유에 관한 것은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신뢰가 더 쌓이고 남북 간에 돌이킬 수 없는 정도 협력의 관계가 무르익으면 충분히 정부 차원에서도 요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서경석 = 김 교수님이 그런 반응 준 것은 저한테는 희망적이거든요. 다만 그것을 남북 간 신뢰가 쌓이면 그런 말 할 수 있다는 말은 가로 안에 집어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과정이 그랬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10년간 오면서 남북 간 신뢰를 많이 쌓았습니다. 그 신뢰는 어떤 신뢰냐, 우리가 북한 인권 문제를 주장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신뢰였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부도 끝내 북한 인권 문제를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안에서 방침을 정하는 이야기를 하는 정도의 수준이었지, 북을 향해서 정치범 수용소를 폐지하라는 이런 주장을 노무현 정부가 전혀 한 바가 없습니다. 신뢰가 쌓인다는 것을 전제로 해서 이야기 하면 우리는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거꾸로 우리의 입장을 일관되게 북한에게 설득하려고 애를 쓰자. 그게 옳은 입장이라고 봅니다.

북한인권법 문제만해도 그렇습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서 북한은 자기네 공화국을 붕괴시키려는 법이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북한인권법을 그런 법으로 만들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북한인권법을 만드는 이유는 북한이 어떻게 해서든 개방사회로 갈 수 있도록 조금씩 자기 변화해서 나중에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북한의 경직성이 고쳐져서 유연하게 변화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을 노력하기 위해서 북한인권법이 필요한 것이지 이 법이 북한 무너뜨리기 위한 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북한인권법으로 시민사회에 재정 지원을 하게 되는데요. 재정지원을 할 때도 예를 들어 북한에 삐라를 보낸다든지 그런 일에는 그 돈을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부의 책임적인 태도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가 삐라 보내는 것에 아주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그것은 민간이 할 일이지, 국가 예산으로 하는 것은 국가에 부담 준다는 겁니다.

세 번째, 이런 관점에서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인권법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루는 좋은 방안을 진보진영이 찾아서 거기서 나오는 지원을 함께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는 노력이라는 것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야지, 이것에 대해 진보진영이 보수진영에 대해 웅크리고서는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것은 잘못됐다라고 생각합니다.

김근식 = 모두에 말씀 드린 역할분담, 시민사회의 다양한 노력들이 경주해야 한다는 면에서 충분히 좋은 말씀이구요. 말씀하신 남북관계 신뢰를 전제로 말한 것은 아니라, 신뢰에 맞춰서 신뢰와 병행해서 인권개선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말을 계속 드린 것입니다.

인권 이야기에서 다른 주제로 옮겼으면 합니다.

김 "보수진영, 접촉 확대 통한 북한 변화조차 불필요하다고 보나?"
서 "교류협력 확대만으로 북한을 개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

김근식 = 국제관계에서 상대 국가에 대해서 다양한 접촉을 하고 관계를 확대함으로써 상대방의 정치적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인게이지먼트 폴리시'(engagement policy, 개입정책)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포용정책이 그런 것인데, 거기에 대한 논란이 조금 있었습니다.

진보진영에서 보수진영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뭐냐면, 보수진영은 그런 접촉과 교류 협력 등 다양한 관계 확대, 북한과의 점, 선, 면으로 확대를 통해 북한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보수진영이 애초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인지, 필요 없다고 보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다시 말해서 단번에 북한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고 붕괴되어서 급변사태가 와서 한순간에 우리가 원하는 상황으로 바뀌어야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인지 이에 대한 의구심이 항상 있습니다.

보수진영 계신 분들이 과도하게 북한 식량 지원조차 꺼리는 분들 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자체도 쓸모없는 짓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고, 지식인 중에도 6자회담이 무슨 필요가 있나, 압박과 제제고 끝까지 봉쇄해서 무너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경석 = 제가 아주 정직하게 이야기하면, 저는 북한이 내일 당장 망했으면 제일 좋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제가 볼 때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90%, 전 세계 사람들 90%의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북한과 같은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제가 과거에 통혁당 사건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자였고, 사회주의자였습니다. 제가 미국으로 유학갈 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지상낙원이라고 알고 있었던 사람입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창립해서 북한 돕기에 앞장섰던 사람이고, 경실련에서 통일협회를 맡아서 할 때만 해도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붕괴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북한을 6번 다녀오고, 북한의 모든 것을 보고 이 나라는 하루 빨리 망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제 속 바램일 뿐이구요.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 정부도 그런 입장을 취해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보수적인 집단이지만 제가 여기 인권위원장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가지고 운동할 때도 그런 입장은 잘못된 입장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북한 정부를 향해서 잘 될 수 있도록, 지금 일반사람들이 북한을 바라보는 속마음이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취해야 하는 입장은 북한을 애정가지고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류협력 확대가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교류협력 확대가 북한의 변화에 도움을 줍니다. 문제는 교류협력 확대만으로 북한을 개방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북한 핵문제, 인권개선 문제나 마찬가지인데 당근과 채찍이 함께 필요합니다.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쓰면서 동시에 경제교류도 개선해야 하는데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채찍을 전혀 쓰지 않았습니다. 채찍을 완전히 안 쓴 것은 아니지만 레토릭상 전혀 안 써서 국민들은 쓴지도 잘 모릅니다. 진보진영 쪽에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써야한다는 주장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근식 = 그것은 많습니다)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쓰고 북핵은 확실하게 압박을 가해서 근절시켜서 인권 개선도 우리 주장을 하이톤으로 하지 말되, 그것도 계속 단계적으로 접근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 "옥수수 가루라면, 북으로 무제한으로 보내야"
김 "그런 입장이라면 보수도 정부에 인도지원 촉구해야"

▲서 목사는 "옥수수 가루라면, 북으로 무제한으로 보내야"한다고 주장하며 대북인도지원에 대한 입장을 발혔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그런 입장이라면 보수도 정부에 인도지원 촉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서경석 = 또 하나는 인도적 지원 문제입니다. 저는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창립해서 인도지원활동에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제일 괴로웠던 것은 탈북자들 항변이었습니다. 탈북자들이 이야기하기를, 한국에서 보내는 쌀이 자기네들에게 전혀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받아 본 적 없다'. '쌀은 군대와 평양 시민과 당 간부, 군수 공장으로만 가고 자기네들은 당 간부가 뒤로 돌려서 빼낸 쌀이 장마당으로 나오면 그것을 구입할 따름이다'. 이 이야기를 7-8년 동안 수없이 듣고 나서 결국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서 제가 3년 전부터 '알겠다. 당신네들 말이 맞다.' 그랬습니다.

그러고 그 다음부터 제 입장을 바꿨습니다. 제가 이때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했던 일이 근본적으로 공격 받다 보니, 입장을 바꾸는 것이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래, 김정일 정권에게 쌀을 보내는 것은 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러나 식량은 꼭 보내야 한다.' 성서적으로 신앙적으로 그렇습니다. 제 아무리 독재체제라고해도 동포가 굶어죽은 것을 막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그 다음에는 옥수수 가루를 보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것은 산화되기 때문에 저장을 길게 할 수 없어서 군량미로 비축이 안 됩니다. 그것은 반드시 굶주리는 일반 서민들에게 전면 배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나는 거의 무제한일 정도로 많은 옥수수 가루를 보내는 것만이 그 사람들에게 (식량이)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김근식 =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구요. 아까 말씀하신 당근과 채찍, 상당히 공감합니다. 북한의 변화를 가져 오는 데 대해서 북한이 선의 가지고 움직일 테니까 우리도 선의를 가지고 해야 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북한도 하나의 국가로서 자기의 시스템과 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을 해서 회유도 하지만 더불어 북한이 힘들어서 핵을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진보진영에서도 합리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핵문제 관련해서 김대중, 노무현도 그렇고 당근만 쓴 적은 없죠. 채찍을 분명이 쓴다고 했는데 국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강조점이 협상과 대화에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채찍의 유용성에 공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 다음에 6자회담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일한 접근 통로라고 보는데요. 제가 우려스러운 것은 6자회담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6자회담이라는 틀 속에서 그들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6자회담이라는 틀은 제가 보건데 당근과 채찍을 같이 쓸 수 있는 유일한 터라고 생각합니다. (서경석 = 그 점에 적극적으로 동의합니다.)

인도적 지원도 목사님 말씀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옥수수 가루가 다른 데 저장될 수 없는 것이라면 무제한적으로 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구요. 외람되지만 보수진영에서 목사님 중심으로 그런 식의 주장을 정부에 이런 남북관계 상황에서 옥수수 가루라도 무제한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런 말씀 해주면 좋겠습니다.

지속적으로 남북관계 신뢰 속에서 분배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대북 협상과 요구와 압력이 계속 된다면 대북 인도적 지원은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지속되어야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것 조치 안하고 있는 것이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옥수수 가루를 무제한으로 주던지. 분배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서 인도적 지원이라는 것이 상시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서경석 = 제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랐는데, 다른 것이 아니라 진보에 대한 저의 선입견이 오늘 많이 깨졌습니다. '보수에 대한 진보의 선입견도 굉장히 심하구나'라는 느낌도 드는데요. 북한인권단체연합회 보고서를 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서 인도적 지원에 대해 우리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생명과 직결된 지원은 무조건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옥수수 가루를 보내야 하는데 쌀을 보낼 수도 있다. 쌀을 보낼 때는 쌀 100톤에 이산가족 한 명이 만날 수 있게 협상을 해 달라.' 그동안에는 10만 톤의 쌀을 보내고 이산가족 백 가정 밖에 못 만났습니다. 지금 이산가족들 5년 내로 다 돌아가실 겁니다. 이제 얼마 남지도 않았습니다. 1년에 천 가정씩은 만나야합니다. 1년에 천 가정 만나기 위해서라면 10만 톤 쌀 보내는 것도 아깝지 않다는 겁니다. 그 외에 핵문제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근식 교수님이 제 입장이라면 대화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저도 김 교수님 말씀이 사실이라면 북한 인권 문제 있다는 것 충분히 인정하고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는 것 충분히 인정 하면 커먼그라운드(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환경 때문에 심리적인 것 때문에 자기 소신을 피력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아서 그렇다면, 그것은 어렵지 않은 문제입니다. 지금 교수님의 그런 입장이라고 한다면 지금 보수로 알려져 있는 사람들과 그런 합리적 진보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만나서 대화하는 자리가 꼭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는 것을 희망하고 싶습니다.

보수에서 7-8명, 진보에서도 7-8명이 같이 모여서 우리가 함께 동의하는 사안이 뭔가, 동의하지 않는 차이가 뭔가, 하는 것을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서로 만나서 이해 해보는 작업을 해본다면 좋지 않을까.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공동의 목소리를 내서 정부에 요청하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 = 제가 애초에 이야기 했듯이 진보가 보수를 오해하고 보수가 진보를 오해하는 것들이 너무 많고 그런 것들로 남남갈등을 악화돼서 우리 사회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식인 사회에서 '좋은 정책 포럼'이라는 뉴레프트라고 해야 하나? 합리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박세일 교수가 하고 있는 '선진화재단'과 공동으로 남남갈등에 관한 이론적인 차이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가 있습니다.

만나서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차이가 확인되고 공감대가 형성된 다음에야 다음의 행동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것이어서, 그런 입장에서 목사님이 희망하는 바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보수가 진보에게 진보가 보수에게 자기들의 입장을 이해를 받고 상대방 쪽으로 한걸음 또는 반걸음이라도 같이 가서 같은 곳을 쳐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는 가능하다고 보거든요. 특히 국가를 생각하고 정부 당국의 현실적 입지를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있거든요. 한쪽에서는 인공기 태우고 한쪽에서는 성조기 태우고 이러다 보니까, 이런 것들이 마치 좌우의 모든 목소리인 것처럼 다 용해되어 버려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거든요. 그런 맥락에서 스스로 돌이켜 보고 성찰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서 "퍼주기, 비위맞추기.. 진득하니 기다려서라도 조정해야"
김 "MB, 20년간 이어온 '개입정책'까지 포기하는 역행"

기자 =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해주고, 바람직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제시해주십시오.

서경석 = 우리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변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대북정책이라는 것은 역시 한국 사회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반영인 면이 많습니다. 김대중 정부가 햇볕정책을 쓴 것은 그 당시 상황 속에서 옳은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96년도의 북한의 기근으로 300만이 굶어 죽었을 때 한국과 전 세계 교포 사회까지 포함해서 유례없을 정도로 북한 동포 지원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그 당시 김영삼 정부의 탄압을 뚫고 일어난 일입니다. 거의 모든 그룹이 모금을 해서 북한에 엄청난 지원을 했습니다.

종래에는 북한을 적으로 바라봤던 사람들이 대북지원을 하면서 북한을 동족으로 바라보는 큰 정치사상적 변화가 우리 국민 안에 있었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가능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것 없이 햇볕정책을 이야기를 했으면 '빨갱이' 이런 식으로 되었을 겁니다.

문제는 어디에 있느냐면, 10년 동안 햇볕정책, 또는 인게이지먼트 폴리시를 했는데 별 성과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만큼 김정일 정권이 사악했던 겁니다. 진보진영이 끊임없이 입장을 바꿔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진보진영 뿐만 아니라 보수진영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악한 정권이라는 것을 치를 떨면서 온 국민이 경험하고 있는 겁니다. 10년 전만 해도 안 그랬거든요. 20-30년 전에는 북한을 낙원으로까지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인식 변화가 국민들 안에서 끊임없이 이뤄져 왔고, 그런 배경 하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 말하자면 '퍼주기', '비위 맞추기', 이것은 고쳐야겠다는 것이거든요. 우리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다고 봅니다. 전환이 일어났고, 단지 이명박 후보가 운 좋게 그 분위기 탔기 때문에 대통령이 됐습니다. 그래서 현재 이명박 정부가 취하고 있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퍼주기할 것이 아니라, 생명과 직결된 것은 무조건적으로 지원하고 그 외에 당장 급하지 않는 것은 상호주의에 엮어서 우선 핵을 폐기하고, 그 다음에 인권도 개선하고, 그렇게 가야겠다고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것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한으로서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익숙해있는 북한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가 도저히 없기 때문에 남북 간 힘겨루기가 몇 년간 간다고 봅니다. 진득하니 우리가 기다려서라도 이것을 조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비위맞추기를 굉장히 심하게 했습니다. 물론 속으로는 채찍도 쓰긴 했지만 전혀 드러내지 않고 채찍을 썼구요. 겉으로는 한마디도 북한을 비방하지 않았습니다. 하다못해 북한이 핵실험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공개적인 비난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정도로 비위 맞추기를 했고 그것은 제가 볼 때 옳지 않았다는 겁니다. 인권 문제를 주장하는 순간 그대로 깨지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인권 개선이 중심입니다. 그래서 인권이 개선되는 정도만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이지 김정일 비위 맞춰 유지되는 평화는 평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김근식 =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저는 기본적으로 인게이지먼트 폴리시라는 '개입정책'입니다. 이것이 냉전 이후 한반도 상황에서 불가피한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보구요. 다시 말해서 (우리가)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이후에 또 북한의 체제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냉전의 국제 정세를 맞이해 북한과의 다방면에 걸친 관계 확대를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내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점진적인 평화 통일을 이끌어내는 가장 현실적은 방도라는데 동의하고, 그래서 DJ 입장에 따라서 제가 전도사 역할을 하고 싶은 생각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DJ가 처음으로 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현실적으로 냉전을 거쳐 가는 한반도에서 북한과 관계를 많이 맺어서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서 평화와 통일로 가겠다는 방식은 이미 노태우 정부부터 했던 불가피한 대북접근이었습니다. 북방정책이 그랬고 7.7선언이 사실 그 시초 아니었습니까?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시작된 것은 DJ때가 아니라 노태우 정부 때였습니다. 그런데 YS들어 처음에 그런 입장을 견지하다가 핵문제라는 악재가 터져 나왔고 YS가 민족문제나 북한문제에 대한 일관된 철학이 없었기 때문에 오락가락 하면서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갔던 것이고 또 김일성이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김대중 정부 때 햇볕정책이 체계화되면서 인게이지먼트라는 것이 당시 정세에서 국민적 공감대, 즉 목사님 말한 대로 북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고, 대북지원이 자발적적으로 조직되기도 하고 국제정세 변화, 이런 것들을 통해서 북한과의 협력과 화해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큰 시작이 가능했다고 봅니다.

노무현 정부도 괴로웠던 것이 DJ와 달리 노무현 정부는 핵을 안고 간 것이죠. 출범할 때부터 핵문제를 안고 갔기 때문에 5년 내내 핵문제와 씨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들게 갔지만 햇볕정책, 인게이지먼트 폴리시라는 기본 정신은 가져가려고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북핵 위기 속에도 한반도 평화를 유지하고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한국 정부의 주도적인 개입력과 발언권을 확보했다고 생각을 합니다.

노태우 정부부터 20년 가까이 되는 인게이지먼트 폴리시 연원이 있는데, 이것이 이명박 정부 와서는 큰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퍼주기나, 비위 맞추기 그런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죠. 여기에 식상해버린, 대북지원에 피로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지요.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면서 국민들의 여론이나 대북 인식이 퍼주기에 대해서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이명박 정부가 당선되어서 초기에 그것을 시도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입장을 봐서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2년 반이 된 상태에서 문제는 퍼주기와 비위 맞추기 또는 끌려 다니기는 잘못된 것이지만 인게이지먼트를 기본적인 토대로 하면서 퍼주기를 교정하고 끌려 다니기를 안해야 하는 것입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이명박 정부에게 안타까운 것은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를 안한다는 그 목적이 너무 과도한 나머지, 인게이지먼트 자체를 포기하는 역행적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것은 위험합니다. 인게이지먼트를 효율적으로 하면서 퍼주기를 안하려고 한다면 저는 '잘주기'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안주기'로 가는 것이죠.

비위 맞추기라는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면, 인게이지먼트를 기본적으로 깔면서 비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북한을 잘 이끌어 와야합니다. 그러려면 자꾸 만나서 협상을 더하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북한의 행태를 바꿀 수 있도록 회담을 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만나지 않는 것으로 가는 것이죠. 이것이 본말이 전도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게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잘 투영된 것이 금강산 관광 재개라고 생각합니다. 인게이지먼트가 더 선차적이라면 금강산 관광 재개는 하되 우리가 끌려 다니지 않게 하려면 (남측이 제시한) 3대조건이 현실적 작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본말이 전도되어서 인게이지먼트로서의 금강산관광에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고 어쨌든 북한이 3대 조건을 먼저 해야만 한다는 것인데, 3대 조건에 대해서도 남쪽이 구체적으로 내놓은 안이 없습니다. 북도 지금 답답할 노릇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MB 정부에서는 지난 10년간 퍼주기와 끌려 다니기에 대한 과도한 반작용이 20년 동안 흘러왔던 인게이지먼트 자체를 무력화 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경석 = 김 교수 의견에 100% 지지는 아니지만 100% 반대도 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말할 때 인게이지먼트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한편으로 대화하고 교류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포지션이라고 한다면 MB 정부는 반드시 그것을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할 때 끌려 다니거나 무조건 퍼주기 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그러면 저는 생각을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 문제를 가지고 지금 정부가 취한 입장처럼 갈 것이냐, 그것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냐, 그것은 큰 차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견해 차이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보수와 진보 이야기를 다 들으면서 적절한 선에서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이념적인 차이나 근본적인 차이가 아닙니다. '잘주기'를 하자. 그것도 아주 좋은 이야기입니다. 조금 전에 제가 옥수수 가루 보내는 게 참 중요하다고 했을 때 동의를 해주셨는데,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도 보수와 진보가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 차이라면 김 교수와 제가 큰 차이가 안 나는 것 같네요.

(모두) 이걸로 마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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