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헤치겠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0일 이렇게 말하며 서울 동작동 현충원에 몰려왔다가 경비 경찰들이 제지를 하자 현충원 정문 앞에서 ‘DJ 국립현충원 묘 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가묘(假墓)를 펼친 후 낫과 곡괭이로 이를 파헤치는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주로 연세가 지긋한 분들로 대한민국어버이연합회, 한미우호증진협의회, 보수국민연합, 자유수호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라 합니다. 이들은 “광주 망월동으로 묘역 이전”, “DJ 비자금 수사” 등을 요구하면서, 김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은 “친북세력의 알박기”라고까지 주장했다고 합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한 달도 안 돼 국상(國喪) 때 흘린 전 국민적 애도의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괴이한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더 말할 필요도 없이 DJ는 한평생 민주화운동을 했고 민족의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죽을 고비와 함께 ‘빨갱이’라는 오명도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노벨평화상도 수상했습니다. 이 나라 정치역사에서 드물게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인물입니다. 꼭 이래서는 아니지만, ‘죽은 자’에 대해서는 아무리 이념적ㆍ정치적 반대자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조상들을 찾아뵙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헤치겠다”는 행동은 성묘(省墓)할 시기에 파묘(破墓)를 하는 격입니다. 그렇다면 정작 이들이 훼손한 것은 무엇일까요? 김 전 대통령의 묘일까요? 아닙니다. 이들이 속한 단체의 명칭인 ‘대한민국어버이’, ‘한미우호’, ‘보수’, ‘자유’ 등, 이 나라 최고의 가치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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