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호 여사가 오후 3시 30분경 서울광장에서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제가 바라옵기는 남편이 평생 추구해 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와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것이 남편의 유지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희호 여사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있었다. 양손은 떨렸지만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고령의 나이로 6일간의 국장을 치른 치진 모습이었지만 국민들에게 남편의 유지를 호소하는데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냈다.

23일 오후 3시 30분경 영결식을 마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운구행렬이 서울시청 광장 앞에 멈추자,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기 위해 서울시청 일대에 모인 2만여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이 여사는 미리 마련된 단상에 올라 수 차례 허리를 굽히며 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 우리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국장 기간에 여러분이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 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은 고인이 대국민 연설을 할 때마다 사용하는 첫 마디였다.

"제 남편은 일생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많은 오해를 받으면서도 오로지 인권과 남북 화해.협력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권력의 회유와 압력도 있었으나 한번도 굴한 일이 없습니다."

이 여사가 짧은 메시지를 던지고 뒤돌아 서자 '힘 내세요', '김대중 대통령 사랑합니다', '이희호 여사 사랑합니다'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시민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운구행렬을 떠나 보냈다.

서울광장에서 남대문까지 인도 위에는 운구행렬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이 가득찼다.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눈시울을 붉히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떠나보냈다. 아쉬움이 많은 시민들은 도로로 나와 서울역까지 따라갔지만, 운구행렬은 서울역에 잠시 정차한 뒤 현충원으로 향했다.

▲ 시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눈물을 흘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이날 서울광장에는 2만여 시민들이 모여 고인의 가는 길을 애도했다.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한편, 서울광장을 비롯해 대한문 앞, 서울프라자 호텔 앞 등지에 모인 2만여 시민들은 생중계를 통해 영결식을 지켜본 뒤 민주당이 주최한 국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해 애도의 마음을 모았다.

이날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슬픔을 토해내기 보다 엄숙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고인을 서거를 애도했다.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보면서 백발의 노인의 눈가에도 눈물이 고였고, 젊은이들도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문화제에서 고인의 애환이 담긴 노래가 되어 버린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오자, 참가자들은 애써 눈물을 참던 참가자들의 얼굴도 이그러졌다.

영화 '서편제'의 배우 오정혜 씨는 '남도 흥타령'을 부르며 "이 노래는 굉장히 슬퍼서 평소에 쳐다 보지도 않다가 김 대통령님의 서거에 대한 슬픔을 대신할 곡이 없이 이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소개하고, 끝내 흥타령 말미에는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추모문화제에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당신이 목숨을 걸고 지켜 온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태로워서 마지막까지 피를 토하는 호소를 하셔야만 했던 대통령님! 얼마나 절박하고 안타까우셨습니까"라며 "어두운 시대, 님과 같은 지도자를 만난 것은 대한민국의 행운이었고, 국민의 행복이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