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거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직전인 18일 오후 1시 10분. 이희호 여사와 김홍일 홍업 홍걸 3형제 등 가족들이 병상에 누워 있는 김 전 대통령 앞에 모였다. 주치의로부터 "이제 곧 운명하실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권노갑, 한화갑, 김옥두 전 의원 등 최측근과 김 전 대통령의 경호를 책임졌던 안주섭 전 경호실장, 윤철구 전 비서관 등도 자리했다.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을 바라보며 "하느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저희에게 보내주세요"라고 간절히 기적을 바랐다. 전날 저녁에도 남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꼭 일어나실 거예요. 하느님께서 당신을 지켜주고 일어나실 힘을 주실 거예요. 꼭 일어나셔야 해요"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었다.

▲ 오열하는 이희호 여사. [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이 여사를 비롯한 가족과 측근들은 결국 김 전 대통령에게 "사랑해요"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고, 20분 후인 오후 1시 43분 그는 지금껏 가장 평안한 모습으로 영면에 들었다. 박지원 전 비서실장은 "마지막 돌아가시는 모습이 너무나도 평온하셨다. 며칠 전부터 표정이 너무나도 평화롭고 좋으셔서 저희들은 기적이 반드시 일어난다고 믿었는데..."라며 "대통령님을 오랫동안 모셨지만 그렇게 편안한 평화스러운 모습은 그 순간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할 정도로 좋으셨다"고 떠올렸다.

김 전 대통령이 이승을 떠나며 어떤 마지막 말을 남겼는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여사에게도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박 전 비서실장은 "여사님께서도 특별히 유서를 남기시지 않았다고 한다"며 "대통령께서 잘 아시다시피 굉장히 섬세한 분이기 때문에 혹시 생전에 쓰시던 책상이나 서랍 등에 여사님께 말씀하지 않고 작성해서 보관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이 폐렴 증상을 보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일기를 써왔기 때문에 생전 '마지막 말'을 그곳에 남겼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박 전 비서실장은 "혹시 그 일기에 (유언)그러한 말씀을 남기셨는지도 여사님께서 챙겨보실 것"이라고 전했다.

평생의 반려자를 먼저 보낸 이희호 여사는 이미 발간 돼 있는 『옥중서신』에 담지 못한 '서신'들을 함께 집대성한 새『옥중서신』을 발간할 계획이다. 박 전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이 감옥과 서울대병원에 연금돼 있으면서 몰래 여사님과 주고받은 또다른 『옥중서신』을 집대성해서 곧 출간할 예정이라는 (이 여사의) 말씀이 있으셨다"고 전했다. 아울러 탈고가 거의 끝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도 발간할 예정이다. 『옥중서신』은 김 전 대통령이 1980년 내란음모 혐의로 사형선고를 받고 옥고를 치를 당시 이 여사를 비롯한 가족에게 보낸 편지들의 모음이다.

▲ 김 전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가운데), 삼남 홍걸씨(오른쪽)가 조문객을 맞고 있다. 장남 홍일씨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사진-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량이 영안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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