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전, 광화문 과장 개장 이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더기' 연행이 발생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광화문 광장 개장 이후 처음 열린 기자회견에서 '무더기' 연행이 발생했다.

특히 개장 이전부터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지적이 일었던 광장 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향후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오전 11시 30분께, 서울 광화문 광장(세종문화회관과 KT빌딩 가운데 지점)을 찾은 민주.민노 서울시당 등 야4당과 참여연대.문화연대 등 10여 개 단체들이 주최한 기자회견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을 무렵, 경찰의 강제 연행이 시작됐다.

경찰은 1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앞뒤로 포위하고 차례대로 한 사람씩 연행했다. 연행된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불통과 침묵의 광장이 아닌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광장에서의 첫 번째 요구가 담긴 기자회견문 낭독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앞서 경찰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부터 "여러분들은 미신고된 불법집회를 하고 있다"며 해산방송을 내보냈고, 기자회견 도중에도 해산을 종용하는 방송이 3차례 나왔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경찰은 거세게 저항하는 참가자들의 사지를 들고 연행했다. 당시 광장에는 가족 단위나 삼삼오오로 이 일대를 거닐고 있던 수백 명의 시민들이 있는 상태였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10명이 경찰에 의해 강제연행됐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경찰이 밝힌 연행자는 총 10명이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강진원 진보네트워크 활동가, 마재광 민주당 서울시당 정책실장,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 등이다. 참여연대에서 인턴 활동을 하고 있던 대학생 3명도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연행됐다.

경찰은 이들을 수서경찰서로 이송,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최측은 "처음 열린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도 아닌 기자회견 자체를 막으려는 것은 앞으로 이 광장이 어떻게 이용될 지 뻔히 드러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한 활동가는 "광장에서의 집회 및 기자회견 등을 처음부터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며, 이 기자회견은 일종의 시범케이스"라고 말했다.

광장 조례, 표현의 자유 억압하는 독소조항 상당수

▲ 야4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를 촉구하고 광장 조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광화문 광장 조례의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광장 개장의 취지가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인 만큼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 역시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잇달았다.

그러나 광장의 목적, 관리, 사용 등을 명시해 놓은 조례 자체가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억압하는 독소조항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주장했다.

조례 제5조(사용허가 신청)에 따르면, 사용허가를 원하는 신청자는 60일 전부터 7일 전까지 서울시장에게 사용허가신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광장사용으로 인해 세종로 차량 통행을 제한할 필요가 있거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이 서울지방 경찰청장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야4당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광화문 광장의 허가권한이 사실상 서울시가 아니라 경찰청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자율적인 문화행사보다는 관공서 위주의 관용 행사만이 용이하게 개최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민들은 2중(서울시, 경찰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반면에 서울시는 누구의 허가도 받지 않고 사용의 우선권을 가진다"며 "시민의 머슴이 주인노릇을 하는 광화문 광장은 정말 나쁜 광장"이라고 주장했다.

광장 사용 중복되는 경우 국가 행사에 최우선
서울시 자의적 판단에 의해 사용허가 취소도

▲ 지난 1일 개장한 광화문 광장은 폭 34m, 길이 557m로 공사비용으로 445억원이 들었다. 위는 폭 17.5m, 길이 162m의 '플라워 카펫'으로, 224만 537송이의 꽃으로 꾸며졌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제6조(사용허가 또는 사용제한)에서도 광장 사용일이 중복되는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 최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며 "사실상 광장을 자신들의 앞마당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진원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사용일이 중복됐을 때, 성격이 모호하고 우선순위인 국가 행사를 중심에 두면서 시민사회단체들의 행사를 국가가 관리하는 허가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제8조(허가사항 변경)와 제9조(사용허가의 취소.정지)는 기존의 서울광장 조례에 없던 내용으로, 사실상 허가된 행사에 대해 서울시가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사용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왔다.

제8조 1항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국가 또는 서울특별시가 공익을 위하여 광장 사용이 필요한 경우"나 "시민의 안전 확보 및 질서유지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허가된 상항을 변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시가 다른 단체의 행사를 막기 위해 자체행사를 급조하"거나 "시민의 안전 확보 등과 같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행사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 광화문 광장을 찾은 시민들이 광장 일대를 거닐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고성진 기자]

단체들은 "애초에 시민사회에서 요구했던 광화문 광장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데 초점을 맞춘 광화문 광장 조례는 개정의 대상이 아니라 폐지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서울광장을 시민의 품으로 되찾기 위해 조례개정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듯이, 광화문 광장을 되찾기 위한 활동의 개시를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향후 활동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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